아이들에게 공주 같은 인형을 그려보라고 하면 인형의 눈은 파랗게 머리는 노랗게 그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인형을 이렇게 그리는 데는 무엇보다도 어려서 본 책이나 영상물의 영향이 크다. 우리 아이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서양 것에 길들여져 있다. 서양의 아이들이 먹은 이유식에서부터 장난감, 그리고 책에 이르기까지 우리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알기도 전에 서양 문화를 먼저 받아들이면서 우리 아이들은 우리 민족과 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자라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들은 '소공녀' '15소년 표류기' '로빈슨 크루소' '보물섬' '톰소여의 모험' 같은 세계 명작들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런 동화들에 등장하는 백인과 여러 유색 인종을 비교해 보면 백인은 정의롭고, 합리적이고, 이지적으로 주인공의 역할을 맡고 있고, 유색 인종들은 흉악하거나 야만적인 인물로 등장하여 주인공과 대립하거나 주인공의 하인 역할을 하고 있어 유색 인종은 당연히 그런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명작들은 대부분 20세기 이전에 서양 열강들이 아시아, 아프리카를 침략하면서 식민지를 넓히려는 시기에 쓰여진 책들로 이 시대 서양 열강들이 추구했던 침략주의적 가치관이 강하게 배어 있다. 특히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과 백인종에 대한 미화가 많아 자칫 어린이들에게 우리 황인종은 열등하고 백인종은 우월하다는 그릇된 생각을 어린 시절부터 갖게 하여 민족 주체성을 잃게 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외국의 세계 명작들에서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읽을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어린이들의 가치관이 제대로 서지 않은 저학년 아이들보다 고학년이 되어 읽으면서 그 안에 녹아 있는 가치관을 비판하면서 읽도록 해야 한다. 최근 들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어린이 문학이 활발하게 꽃피면서 여러 지역의 문화와 특성을 지닌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의 두려움, 환경오염의 심각성, 성에 대한 관심, 가정의 문제, 억압된 심리 등 우리 어린이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관심사를 동화에 담아내고 있어 반가운 일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외국의 동화를 바르게 읽히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계 명작을 찾아 주어야 한다. 어른들이 어렸을 때 보았거나 들었던 책에 얽매이지 말고 폭넓게 살펴봐서 책을 권해야 하며 인종, 문화, 지역에 대한 편견이나 증오심을 심어 줄 염려가 있는 책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가능한 세계 여러 나라의 책을 고르게 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과 전쟁을 멀리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사랑과 화해로 풀어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외국 동화를 많이 읽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동화작가·금곡초등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