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희

허경미

춤 예술이 일반 관객에게서 가장 흔히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어렵다"는 촌평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춤 예술은 언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언어를 배제한 상태에서 몸짓 음악 이미지를 중심으로 받아들여야 하니 창작춤 공연 도중이나 공연이 끝난 뒤 "저게 무슨 소리지?"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관객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춤 공연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 그 작품을 끌어안을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공연 전에 손에 넣을 수 있는 작품해설을 열심히 읽어 미리 이해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대부분 창작춤의 해설은 상세하지 않고, 그 작품의 이미지만을 간략하고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별 도움이 안되기도 한다.

그럴 때 쓸 수 있는 방법이 작품에 몰입하면서 기(氣)와 에너지를 느끼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보통 좋은 창작 춤 작품은 그 작품이 느리냐 빠르냐, 화려하냐 소박하냐, 관객이 서사구조를 완전히 이해하느냐 못하느냐 등에 크게 상관 없이 전체적인 분위기의 밀도가 빡빡하고 체감되는 온도가 높은 편이다(물론 텅 비워놓은 듯 느리고 허전해서 오히려 좋은 작품들도 있다).

김미란

김수현

30일 오후 7시 부산 동래구 복천동 온천천 시민공원(http://oncheon.dongrae.go.kr)에서 열리는 '2008년 생명춤판'에 출연하는 춤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춤으로 뿜어내는 기와 에너지가 강하고 작품의 밀도가 높은 이들이라는 공통점을 어렵잖게 뽑아낼 수 있다.

현대춤꾼들의 모임인 연분홍 예술감독으로 있는 임현미 씨(작품 '저 들판의 풀들로부터')는 부산을 대표할 만한 현대춤꾼을 꼽을 때 최근 수년 동안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오랜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이번 공연에서는 작은 풀들의 미세한 떨림이 일으키는 공명과 생명 순환의 고리를 표현한다.

몸짓패 'Red Step-붉은 걸음'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허경미 씨('진화') 또한 관객을 작품에 몰입시키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갖춘 춤꾼이다. 부산시립무용단 활동과 인도 유학 뒤 부산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진화'는 허 씨가 홀로 춘다. 현재 부산시립무용단 단원으로 있으면서 자신만의 창작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김미란 씨('움트다')는 주제의식과 표현력에서 '절실함'의 느낌을 뽑아내는 것이 장기였다. 남성춤꾼 3명과 함께 나선다.

임현미

김옥희

이와 함께 창원시립무용단 단원으로서 신인춤제전-젊고 푸른 춤꾼 한마당 등 상설 공연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온 김옥희('아리랑고개'), 홀로든 여럿이든 무대에 서면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현대무용단 자유 소속의 김수현('둥지 틀다'), 왕정희('여행') 등의 춤 작가들이 함께 한다.

이 행사는 부산민예총 등이 주도해서 해마다 개최하는 금정산생명문화축전의 일환이며 대운하 논란 등으로 우리의 '물'이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온천천 물가에서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