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화제와 논란이 동시에 됐던 이동용의 작품 'LOST'. |
현대무용단 주-ㅁ의 제23회 정기공연의 작품 제목이 '전사'(戰士)라는 사실을 접했을 때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춤 제목 치고는 좀 낯설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어떤 작품일지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었다. 부산에서 춤 공연 제목은 아름답거나 서정적이거나 모호한 경우가 많다.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식의 분위기가 짙다는 뜻이다. 그런데 '전사'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구체적이었다. '싸우는 사람'. 현대사회의 우리는 세상과 싸우듯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현대무용단 주-ㅁ은 '전사'의 주제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현대인'이라고 밝혀왔다. 뭔가 따끔한 느낌이 왔다. "이거!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겠네" 했던 거다. 그래서 지난 2일 공연이 열린 경성대 콘서트홀까지 찾아가게 됐다.
작품은 모두 3개로 이뤄졌다. 첫 작품 '농담2'를 안무한 단원 강희정(예술공동체 마르 대표)은 평소 "저 너머 초월의 세계가 아니라, 곧 죽어도 내가 사는 이 현실에서 뒹군다"는 식의 창작태도로 일관해온 중견이다. 그의 작품엔 거의 언제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삶에 부딪쳐 튕겨나와 본 이의 짙은 유머가 깔려 흡인력이 강한데 전쟁터에 남겨진 어린이들을 그린 이날 작품도 그런 느낌은 살아있었다.
세 번째 작품 '나는 서 있다'는 곽선영 씨의 신작이다. 여성춤꾼 6명이 표현한 이 춤은 "바람이, 세상의 풍파가 닥쳐도 우리는 몸으로 그것을 맞으며 여전히 서 있을 것이다"라는 의지를 간결하게 표현했다. 무대에는 바람과 춤꾼뿐이었다. 곽 씨는 "2006년 이후 사실상 처음 내놓는 신작이며 그간 해왔던 강렬하고 빠른 호흡의 작품과 완연히 다른 실험을 해본 셈"이라고 털어놨다.
화제와 논란이 동시에 됐던 작품은 두 번째 순서인 이동용의 'LOST'였다. 이 작품은 한 순간도 감상을 허락하지 않는 '살벌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샐러리맨인 주역(신승민)은 큰 망치를 든 억압자(신상현)에게 개줄에 목을 휘감겨 끌려다녔다. 주역의 내면을 상징하는 남성 춤꾼들은 확연한 좀비 형상이었다. 이 작품은 관객을 꽤 불편하게 했다. 비판도 나왔다. "춤 공연인데 춤은 어디 갔냐" "그렇게까지 기괴하게 했어야 하느냐."
이동용은 이렇게 버텼다. "나는 1975년 생으로 창원시립무용단에서 직업춤꾼으로 활동하다 현실의 여러 문제에 부딪쳐 4년만에 그만두고 보험회사에 들어갔다. 처음엔 잘 나갔지만 곧 그 속이 영원히 빠져나오기 힘든 소진과 소모의 먹이사슬구조라고 느꼈다. 그때 느낌을 가감없이 표현했다." 그의 항변이 작품의 성취도에 대한 직접적 변론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은 분명하다. '전사'는 현대인의 현실을 강하게 적극 반영함으로써 춤 관객에게서 또 다른 종류의 공감을 오랜만에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최근 춤 무대는 주로 전통적이고 서정적인 경향이었다. '전사'처럼 관객의 현실을 직접 건드리는 시도에도 관객과 춤계가 관심을 기울인다면 춤은 더 넓어지고 공감은 더 진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