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현장과 시각] 김옥련발레단 창작발레 '날개'

원작 과감하게 벗고 '속뜻' 새롭게 해석

낭송으로 작품 쉽게 해설

박재현 춤·표현력 돋보여

세트 동원 '날개' 형상화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0-08-08 20:52:19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김옥련발레단이 지난 7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이상의 '날개'를 독창적으로 해석한 창작발레 '날개'를 공연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실제로 문학의 고전 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제목은 알지만 미처 읽어보지는 못한 책'들이 많은 것 같다. 천재시인 이상이 남긴 소설 '날개' 또한 그런 고전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날개'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만 "그 소설을 읽어봤더니 이런저런 점에서 정말 감명 깊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주위에 많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6~7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에서 김옥련발레단은 창작발레 '날개'를 모두 4차례 공연했다. 김옥련 씨는 부산에서 창작발레의 대표주자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이다. 지난 9년 동안 어린이 관객을 위한 '숲속발레' 연작을 해마다 작품을 바꿔가면서 공연했고 그 사이사이에는 꾸준하게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자신만의 작품을 올렸다.

그런 저력이 쌓였기 때문이었을까. 김옥련 씨는 이상의 '날개'를 발레로 만들며서 과감했다. 원작의 권위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석한 '날개'의 속뜻을 적극적으로 포착하고 과감하게 해석해 무대에 올렸다. 그는 '날개'에서 이상이라는 천재시인을 '현실에서는 모든 면에서 지극히 무능해 아무 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패배자이지만, 그 가슴과 머리 속에는 당시 예술 자체를 변혁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감수성과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해석했다. 그러므로 그는 '100년을 앞서 간 예술인'이었다.

이 점을 일반 관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구성한 것이 압권이었다. 김옥련 씨는 '날개'에서 전문가들인 연극배우 권철 이진희 씨로 하여금 이를 일일이 낭송하도록 했다. 그 낭송에 맞춰 춤을 풀어나갔다. 이렇게 하자 관객은 작품 전체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느낄 수 있었다. 그간 '해설이 있는 춤 공연'이 부산에서도 많이 시도되었지만, 이날의 낭송은 작품 바깥에서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면서도 관객의 이해를 실제로 도왔다는 점에서 '해설 공연'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 할 정도로 궁합이 잘 맞았다.

현실에서 무능하지만 놀라울 정도의 감수성과 능력을 가진 천재로서 이상을 표현한 부산 춤꾼 박재현의 춤과 표현력도 돋보였다. 박재현을 중심으로 펼쳐진 안무 구성 전반이 설득력 있게 짜여졌다. 그런 바탕에 이원국발레단의 발레리노 이원국과 발레리나 최예원은 작품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두 사람의 춤은 공연의 흐름을 절정으로 밀어올리면서 객석을 빈틈 없이 압도했다. 발레가 '호두까기 인형' 같은 고전만 있는 게 아니라 동시대인의 아픔과 환희와 바람을 담아내는 현대예술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춤꾼들이 그 속에 들어가 춤을 췄던 투명한 기둥, 거울, 춤 막바지 '날개'를 형상화하기 위해 만든 수직의 세트 또한 작품의 메시지를 잘 반영했다. 공연 끝에 기립박수가 나왔다. 해운대문화회관이 부산문화회관처럼 '훈련된 관객'이 많기보다는 주위의 주민들 관객이 더 많은 공연장임을 감안하면 기립박수의 의미는 남달랐다. 고전의 힘에 끌려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문제를 고전을 통해 표현한 김옥련의 '날개'는 2010년 부산 무대에서 선보인 춤 공연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반열에 올려놓을만한 춤이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5. 5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6. 6“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7. 7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8. 8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9. 9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10. 10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5. 5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8. 8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