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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부산대 앞 패션타운 거리에서 열린 2011 생명춤페스티벌에서 신상현 씨가 춤추고 있다. 사진가 이장수 씨 제공 |
'거리예술'의 가능성을 본 자리였다. 지난 29일 오후 6시 부산대 앞 패션타운거리에서 야외춤판이 펼쳐졌다. 부산민예총이 주최한 2011 금정산생명축전의 일환인 '생명춤페스티벌-춤, 거리에서 놀자'였다. 이 공연은 보통의 춤공연이 아니라, 거리예술이라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었다. 부산에서는 지난 2~3월 5차례에 걸쳐 문화예술 연구모임인 필로아트랩 주최로 거리예술워크숍이 열렸다.
한국 최고의 거리예술 전문가들이 강연을 맡았고, 부산의 젊은 예술인들도 많이 참여해 거리예술에 대한 관심을 높인 자리였다. 부산대 앞 사통팔달 번화가에서 이 춤판이 벌어진 것은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모두 다섯 개 팀이 나왔다. '눈물도 마르기 전에…'(안무 최의옥), '트라이앵글'(이수정), '오늘의 날씨는 푸르다 못해…'(신상현), '접근'(손영민) '코발트-60'(김윤규).
이날 춤들은 일반 공연을 보는 기준이 아니라 거리예술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야 했다. 그래야 거리예술 활성화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고 스타는 단연 신상현(댄스프로젝트 구공탄 춤꾼). 동아대 무용학과를 나와 부산에서 활동하는 신상현은 이날 '거리가 아니면 할 수도 볼 수도 없는' 공연을 보여줬다. 그는 높이 10m가 넘는 이삿짐용 고가사다리를 동원해 거기에 넓을 판을 깔고 춤꾼 김초슬이 올라가게 했다. 그 판을 고가사다리를 이용해 위로 올리자 '하늘'이 완성됐다. 신상현은 이 '하늘'에 호스를 달아 물이 땅으로 쏟아지게 했다. 오염과 파괴로 점철된 대지 위로 세차게 '빗줄기'가 쏟아지자 춤판은 탄력을 받았다.
급기야 핵폐기물 문양이 그려진 드럼통의 물을 쏟아버리고, 신상현은 웃통을 벗은 채 그 위에서 날듯 몸부림치듯 춤췄다. 평화와 생명을 꿈꾼 메시지는 선명하게 살아났다. 관객 호응도 뜨거웠다. 안무가이자 춤꾼으로서 신상현의 저력이 거리에서 강렬히 빛났다. 최의옥 손영민 등의 작품도 거리예술 관점에서 관객과 깊이 호흡했다.
신상현은 "무대가 아니라 거리의 작품임을 줄곧 염두에 두고 소품·공간·동선을 구상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공연 도중 길 가던 오토바이가 공연장을 가로질러 가는 '사고'가 있었음에도 춤꾼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현장을 본 비평가 배학수(경성대 철학과) 교수는 "극장 안에서 하던 작품을 단순히 바깥으로 들고나오는 것이 아니라, 거리라는 환경에 맞게 아예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 거리예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훈 필로아트랩 대표는 "관객의 호응이 좋았던 점이 인상 깊었다. 거리예술의 가능성을 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