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하나. 모든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천차만별이지만, 그 각양각색의 대답들은 하나의 공통분모를 낀다. 바로 '생각'이다. 물으면서 답을 구해가는 과정에서 생각이 없으면 물음조차 의미가 없어진다. '생각'을 잘 생각해보면 마치 우주만큼이나 깊은 우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무언가가 있다.
박영호 선생이 지난 세기에 톨스토이와 간디와 함께 진인(眞人)으로 꼽았던 다석 류영모(1890~1981년)는 우리들에게 생각에 대한 참된 이치를 남겼다. 다석(多夕)은 우리나라에서 솟난 희대의 스승이요 선각자다. 그가 생각을 어떤 식으로 나타냈는지는 다음의 말에서 잘 보여준다. "내가 생각을 했는데 나도 모르는 것을 보면 내 생각도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 같다. 나오기는 나에게서 나오는데 오기는 하느님에게서 온다. 나오는 것은 생각이고 오는 것은 영원한 생명인 말씀이다."(하권, 388쪽) 우리 말과 우리 글로 철학을 했던 철학자요 사상가였던 다석은 끊임없이 생각했으며, 그 생각에서 나오는 참된 이치를 몸소 실천했던 분으로도 유명하다. 그 가운데서도 40년 동안 한 끼만 먹었던 일과, 늘 잣나무 널판 위에서 자고 앉고 무릎 꿇었던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다석의 전기를 두 권으로 정리한 이 책은 정신 사상의 고갈에 허우적대면서 오랫동안 곪았던 병들이 폭력의 양상으로 발가벗겨지는 오늘날 더욱 소중한 생각거리들을 준다. 탐·진·치 삼독(三毒)의 수성(獸性)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현자(賢者)들이 애를 써왔던가. 다석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나이 쉰에 이르러 참나를 발견하고 깨달았다. 사람인 이상 쉬 빠져들게 마련인 욕심의 늪에서 벗어나기란 보통의 사람들에겐 죽을 때까지도 어림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늘 애써야 한다. 돈 많이 벌려는 욕심뿐만 아니라,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싶은 욕심까지도 버려야 한다. 다석은 참되고 슬기로운 사람으로 우뚝 서는 일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말씀과 행동으로 우리에게 남겼다.
최근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열병 가운에 출산 장려 문제를 생각하면 다석의 말씀이 떠오른다. 자식 낳는 일보다 정신을 이을 제자를 더욱 소중하게 여겼던 그다. 김교신, 함석헌, 유달영, 김흥호 같은 분들이 다석의 제자들이다. "자식은 될수록 낳지 말아야 한다. 자손을 잇지 않으면 큰 불효라는 생각과 무덤 속에 뼈다귀나 보존하겠다고 자식을 바라는 생각 따위는 다 없어져야 한다."(하권, 380쪽) 다석에 따르면 사람은 되도록 결혼은 하지 말아야 하고, 하더라도 자식은 낳지 않는 것이 좋다. 직장 좋고 벌이가 많은 사람과 결혼하여 남들 보란 듯이 잘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사람을 망치게 한다고 다석은 말한다. 사람은 궁극에 하늘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그리고 허공 속에 님을 만난다. '없이 계시는 하느님'이 바로 그 님이다. 한평생 그 님을 맞이하기 위해 다녀가신 다석 류영모 선생의 말씀과 사상을 정리한 책들이 지금도 출간되고 있다. 새해에 그분의 생각을 곱씹어서 조금이라도 느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없는 복이겠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