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상은 눈에 보이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세상에 대해 눈에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왜 저 사람은 저런 말을 할까, 왜 저런 행동을 할까"라며 나와 다른 지점을 찾고 그 이유를 분석하려 한다.
정신분석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그 해답을 '컬처코드'에서 찾는다. 컬처코드는 우리가 속한 문화를 통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 의미로, 우리가 어떤 문화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동일한 정보를 전혀 다르게 인식한다. 즉 문화가 다르면 코드도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코드는 우리가 지금의 방식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열쇠가 된다.
라파이유는 원래 자폐아에 관심을 갖고 심리분석가로 임상연구를 했다. 그는 자폐아의 학습능력을 연구하면서 감정 없이는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강렬한 감정이 결합된 경험일수록 명확한 학습으로 연결된다는 이론을 세웠다. 그리고 다양한 각인에 대한 다양한 코드가 결합되면 이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고 사용하는 준거체계가 생겨나고, 이 준거체계들이 지침이 돼 다양한 문화가 여러 방법으로 형성되며 이러한 무의식적인 준거체계가 각 문화마다 다른 컬처코드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숨겨진 인식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발전하며 각 기업의 마케팅에 활용됐다. 이 책은 사랑과 유혹, 아름다움과 비만, 건강과 젊음, 가정과 저녁식사, 직업과 돈, 품질과 완벽함, 음식과 술, 쇼핑과 사치품 등 총 11가지의 컬처코드를 소개한다.
컬쳐코드가 흥미로운 지점은 같은 제도 및 방식이라도 문화가 다른 집단에서 수용될 때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1990년대 초 일본경제가 활황이었을 때, 미국 기업이 일본 기업의 품질관리법을 벤치마킹하려던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 기업의 벤치마킹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그 이유가 미국의 컬처코드에 반하는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은 지속적인 품질 개선에 전념하며 무결점의 완벽을 추구한다. 반면 미국인에게 완벽함이란 다음 단계로의 도전이 없는 '죽음(Death)'을 의미하고 품질에 대한 코드는 단지 '작동하면 된다(It works)'이다. 완벽함보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미국인의 코드에는 일본의 방식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보이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혹은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면 이제 그 사람이 내뱉은 말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컬처코드를 파악하는 것이 더 빠를지 모른다. 물론 상대방의 코드를 분석하기에 앞서 내가 가진 코드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산영상위원회 기획운영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