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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즐거움] 현실을 무시한 이상은 고통일 뿐이다 /김문준

변신인형 /왕멍 지음 /전형준 옮김 /문학과지성사 /1만5000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2-17 19:19:57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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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소설을 읽으면서 한쪽 편을 드는 버릇이 생겼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 편을 정한다. 주로 책이 끝날 때까지 내 편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수도 없이 내가 응원하는 인물을 새로 정해야 했다.

'유토피아'. 토머스 모어의 저서 '유토피아'에서 비롯된 이 단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상은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상향은 품고 있는 것만으로 현실의 삶을 진보시킬 수 있을까.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답한다.

'이상은 현실을 개조하지만, 이상은 반드시 현실의 노력을 통해 현실을 개조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현실도 이상을 개조한다. 이 과정은 비록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변신인형'은 1940년대 중국에서 살아가는 한 가정을 보여준다. 이 가정은 아버지(니우청), 어머니(쟝징), 이모, 외할머니, 누나, 남동생(니자오)으로 이뤄져 있다. 신지식인인 아버지는 개화된 삶을 누리고자 하는 인물이고 어머니, 이모, 외할머니는 중국의 봉건적인 삶에 익숙하다. 남매는 이러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는 '발전된' 개화 문명을 '추구'하고, 어머니는 '낡고 고루한' 봉건적인 삶의 방식을 '고수'하고자 한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소설의 초반부에서는 쟝징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니우청을 따라 개화된 문명을 받아들인다면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있고 더욱 향미가 풍부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세련된 문화도 향유할 수 있을 것이었다. 흙먼지가 두껍게 내려앉은 방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작가가 서문에 적어놓았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이상은 반드시 현실의 노력을 통해 현실을 개조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현실도 이상을 개조한다'.

니우청은 크고 밝은 이상을 가진 인물이었지만 실제로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실천하는 인물이 되지 못했다. 그로 인해 니우청의 허황된 이상적 삶을 받쳐주기 위해 가족들의 희생이 필요했다. 가족들에게 현실의 노력을 요구했다. 오히려 가족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봉건적인 삶을 유지하려고 한 쟝징이 현실적으로 더 깨우친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높은 이상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상은 분명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많은 혁명들이 이상향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고통이 아닐까.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과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다면(비록 이뤄낸 이상적인 상황을 함께 누릴 수 있을지라도), 과연 그 이상은 진정한 이상이 맞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트크코레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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