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 책의 즐거움] 긴박감 넘치는 성장소설…인생의 진정성을 일깨우다 /유상흘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 정유정 지음/비룡소/1만 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3-23 19:34:35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문제 가정 아이 3명이 검은 맹견과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할아버지와 함께 막걸리 운반 차량의 짐칸에 동승하게 된다. 그들은 왜 거기에 모였는지 알아볼 틈도 없이, 고난과 모험의 행군으로 한반도의 반을 세로 지른다. 그들은 시대에 쫓기고 사람에 쫓기고 약속 시간에 쫓기고 악몽 속에서 스스로에게 쫓긴다.

광주에서 시대의 아픔을 만나고, 동행하던 소녀에게선 눈뜨기 시작하는 이성을 만나고, 할아버지의 순혈한 꿈을 만나고, 검둥개까지 같이 가야할 공동의 동지애를 만나고, 비오는 한국의 산하를 만나고, 마침내 남도의 끝 무인도에서 태풍을 만나고 고래를 만난 뒤 피신하는 운동권 형을 도피시킴으로서 이들의 여정은 끝이 난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는 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장편소설이지만 어디 청소년만을 위한 글인지 한 번 들여다보자.

'그 시점에서 나는 인간의 존엄성을 버리고 말았다. 자존심도 버리고 투쟁심도 버렸다. 남은 건 미쳐 날뛰는 검둥개의 목을 붙들고 목숨을 구걸하는 구차한 혓바닥뿐이었다'. '어디로 가는지 누가 알랴. 언제 돌아볼 새가 있었다고 할아버지를 따라 무작정 달리고 있을 뿐인데 이때 이유 있는 인간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인물과 상황을 극단까지 몰아간다. 상황의 한계에 부딪혀 아! 하고 입을 벌리는 순간 그 속으로 밀려들어가 몸속에서 울리고 머리 꼭대기로 치고 올라가 분수처럼 킬킬거림이 퍼져나가야 문장은 끝이 난다. 그렇게 메가톤급 신파를 한방 먹고 나면 신뢰라는 것이 싹터 '그래, 스토리의 끝에서 끝까지 다 읽어 주리라' 다짐하게 만든다.

그녀(작가)의 글은 집단의 부조리와 상황의 극단 속에 최선을 다해야만 볼 수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생명의 조건을, 그 어떤 상처보다 깊은 상처를 견뎌낸 강한 무관심으로 광범위한 연상능력을 발휘하여 자유롭게 야유한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문체는 따뜻하고, 우월하지 않다. 뻔한 인성이나 감정묘사는 안한다. 새로운 지식의 설명은 친절하다. 하지만 뒤돌아보지 않게 할 만큼 깔끔하고 경쾌하다. 이러한 그녀의 문체는 곧 이 시대를 살아가는 훌륭한 한 모델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나와 아무런 상관없는 한 인생의 행로에 빠져든다.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오류가 있으리라. 인생은 해결이 돼서 넘어왔다기 보다는 한 시기를 견뎌내 잊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 의문이 다시 찾아들면 마치 처음처럼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유명한 성장소설('데미안', '아웃사이더' 등)들이 그러하듯, 놓치고 있던 인생의 어떤 진정성을 일깨워준다고나 할까.

3월이다. 언 땅은 녹고 꽃은 핀다. 어린아이보다 못한 어른들이 권력을 다투고, 아이들이 어른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아이들 흉내를 내고, 새로운 변화들이 기성, 신인 할 것 없이 함께 덮쳐 요동을 친다. 이 와중에 다른 약속 제쳐두고 숨겨둔 곶감 빼 먹듯 며칠 연애를 했다. 그녀와의 또 다른 날들도('7년의 밤' '내 심장을 쏴라')도 그렇게 추억 속에 흘러갔다. 그녀와의 새로운 만남을 잊고 열심히 살아야겠지. 그리해야 어느 해 베스트셀러 진열장에서 다시 그녀의 피눈물을 발견하고 난 또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시름없이 킬킬거릴 수 있는 열린 눈을 유지할 테니까.

연극배우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위용 드러낸 기장촬영소…부산 대작영화 길 열렸다
  3. 3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4. 4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5. 5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6. 6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7. 7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8. 8“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9. 9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10. 10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1. 1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2. 2“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3. 3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4. 4[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5. 5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6. 6軍 “향후 발생 상황 모든 책임 전적으로 北에…책임있는 조치 강력 촉구”
  7. 7유엔사 “DMZ 지뢰 폭발, 정전협정 위반 판단”
  8. 8‘핵잠수함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종합)
  9. 9與 “미래기금으로 지방정부 지원 축소될 일 없어”
  10. 10국힘 ‘멱살’ 권영진 징계 수위 하향…총선 공천 신청 가능해져
  1. 1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2. 2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3. 3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법원 인가…정상화 첫발(종합)
  4. 4부산지역 건축물 노후화 심각… 63.3%가 지은 지 30년 이상
  5. 5亞·유럽게임 대거 참가…지스타 판 커진다
  6. 6도토리 숲 언덕서 ‘휴식 한 모금’…바리스타과 겸임교수 깊은 손맛
  7. 7정부 '발전 5사 통합준비委' 발족…내년 10월 단일법인 출범
  8. 8해양·AI 중심 ‘플라이아시아’ 내달 개최
  9. 9“기장에 양성자 치료센터 짓자…우주산업 활용도 가능”
  10. 10파생상품·해양금융 미래, 부산서 답 찾는다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3. 3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4. 4전재수 금품수수 의혹 증거인멸 前 보좌진 4명 유죄…1명 법정구속
  5. 5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6. 6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7. 7혈세 쓴 도시재생 거점시설 2년간 텅텅
  8. 8부산·울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6명뿐
  9. 9교실로 들어온 ‘북극항로’…지구본 만들며 배워가요
  10. 10윤산터널 돌발상황, AI 실시간 감지
  1. 1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2. 2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3. 3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4. 4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5. 5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6. 6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7. 7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8. 8‘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9. 9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10. 10이소희·백하나 배드민턴 女 복식 24년 만에 금빛 스매시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부산의 기사식당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9일 (음 8월 19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