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 책의 즐거움] 관계 확대 속에서 이루어지는 적절한 조화 중시 /김해성

禮&藝, 한국인의 의사소통 사상을 찾아서-김정탁 지음/한울아카데미/2만5000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4-20 19:53:28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 의사소통의 수단인 말이 말다툼이 되고 종내는 소통과는 무관한 말장난으로 변질하는 현상을 우려한 이 말은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말과 글이 지역마다 다름은 언어소통에 따른 기본적인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경험에 의한 귀납적인 사고방식이 지배적인 서양의 경우 '이다. 아니다', '이것 아니면 저것' 등 선택과 가림이 분명한 표현을 즐겨서 객관성과 명료함이 전제된 언어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우선한다.

여기에 반해 순수한 사유에 의한 연역적 사고방식이 우선하는 동양은 '글은 말보다 못하고 말은 뜻보다 못하다'는 표현에서 보듯 언어에만 의존한 의사의 완전 소통에 회의적이다. 따라서 '언어최소주의'라 할 정도로 '명상'과 '마음'이 위주가 돼 실질적 언어소통이 외면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염화시중의 미소, 이심전심, 무위자연에서 비롯된 불립문자, 언어도단, 비명론(非名論) 등이 그 예다.

   
   
'커피 스푼으로 내 삶을 재어왔다'는 엘리엇의 시구. 커피 한잔을 30㎝ 앞에 두고 커피 스푼을 입술로 가져가기까지 한 여인의 손동작에서 30년 삶의 여정을 읽어내는 서양 시인의 통찰력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회자돼 온 '왕희지의 일필휘지(一筆揮之)에 인생 60을 읽는다'는 쉽고도 어려운 말이 있다. 묘하게도 필자에게 이 말은 문자 아닌 모양으로 모든 뜻을 다할 수 있다는 '입상진의'(立像盡意)에 의한 공자·맹자의 언어소통관을 상기시킨다.

서화일체와 다름없는 서예의 일필휘지는 붓놀림의 행위까지 잠재돼 있다. 결과적으로 입상진의는 신언서판(身言書判)과 다름없어 유교에서 중시하는 총체적 '사람됨'(仁)의 척도가 된다. 자신을 우선하는 예(藝)와 타자를 배려하는 예(禮)의 가치를 동일시하는 유가에서는 인간관계를 앞세워 자신의 밖이 되는 가족, 사회, 국가로 관계의 범주를 점차 확대해 관계 속에 이루어지는 적절한 조화를 중시한다. 그것은' 배우고 때로는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는 쉬운 말로 풀이되기도 한다.

외예내예(外禮內藝)를 통한 이러한 '사람됨'의 실천은 한편으로 예(禮)로써 구성관계에서 조화로운 '나눔'의 기능을 수행하며 한편으론 악(樂)을 포괄하는 예(藝)로써 자연스러운 '통합'의 기능을 수행해 끝내는 최선의 가치가 되는 '즐거움'에 이르게 한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통합의 기능 수행에 음악을 강조하는 공자의 혜안이다. 그는 말한다. 말을 하고 실천하는 것이 예(禮)이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 음악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책의 끝에 이승을 떠날 때가 된 스승과 제자 사이에 나눈 대화를 입상진의에 의한 '禮&藝'의 극적인 표현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선생님, 제자에게 남기실 가르침이 없습니까'. '고향을 지나거든 수레에서 내려라. 알겠느냐'. '고향을 잊지 말라는 말씀이시군요'. '높은 나무 아래를 지나거든 종종걸음으로 가거라. 알겠느냐'. '노인을 공경하라는 말씀이군요'. '내 혀가 있느냐'. '있습니다'. '내 이가 있느냐'. '없습니다. 강한 것은 없어지고 약한 것은 남는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세상의 일을 다 말했느니라'.

부산예술대학 명예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4. 4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5. 5[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8. 8‘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6. 6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7. 7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8. 8‘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9. 9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10. 10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8. 8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연구혁신 부문
  10. 10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4. 4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5. 5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7. 7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8. 8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