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세상의 채찍과 조롱, 폭군들의 거만, 버림받은 자의 아픔… 선의의 인간들이 견디는 수많은 모욕…." 권력과 생존의 한 가운데에서 햄릿은 토로한다.
그러나 우리의 베르테르는 그 모든 걸 뒤로한 채 전원의 생활로 들어선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과의 교제는 마치 나를 괴롭히려고 운명 지어진 그 무엇이오…." 세파에 어지간히 시달린 베르테르는 지난날의 상처를 자연에서 치유하며 병든 감수성을 생명의 기쁨과 함께 회복해 간다. "나는 지금 그림에는 전혀 손 하나 대질 못하고 있고 선 하나 제대로 그릴 자신이 없네. 그러나 지금처럼 훌륭한 화가였던 적은 없네." 베르테르는 그렇게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이 평화와 생명력이 약동하는 봄의 정점에 그는 샤롯데란 처녀를 만난다. "이윽고 어둠이 밀려오면 하늘과 땅이 그리운 애인처럼 내 영혼 속에서 고요히 숨 쉬는 걸 느낀다네." 봄날의 밤. 마을 무도회에서 아름다운 샤롯데를 안고 하늘에 별처럼 빙빙 돌며 춤을 춘 그는 깊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에겐 약혼자가 있다. 그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의 절차를 밟으며 청춘의 찬란한 낙화의 순간들을 편지로 써 친구에게 남긴다.
이 책은 삶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싶을 때 빼어 드는 책 중 하나다. 청춘의 숭고한 고뇌 앞에 정화되어 다시 시작할 힘을 얻는다고나 할까. 사랑 얘기 같지만, 제목이 그러하듯 젊음의 슬픔이 온통 도배질 된 책이다. 인간관계, 자신의 재능에 대한 의심, 이상과 현실, 모성과 유년, 고독, 노동, 자연, 신분, 악덕과 미덕, 권력, 타인이란 존재, 심지어 우울증까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배후에 생명력 넘치는 감수성이 잔잔히 흐른다.
아니다. 사랑 얘기가 맞다. 그러니까 사랑받지 못한 자의 남루한 외형과 그 보상으로 갖게 되는 세상에 대한 통찰이 다 들어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샤롯데의 결혼 소식을 듣고) 그대 천사여 안녕. 난 그대 마음속의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할 것이오. (…) 그렇게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이오. 이런 생각 속에는 지옥이 숨어 있습니다." 늘 대상과 해야 할 일에 연연하는 현실의 속도로는 도저히 이 문체들을 읽을 수 없다.
"기쁨을 창출했던 생명력을 잃고 아름다운 자연도 아무런 감흥이 없네… 생각하지 않아도 언제나 내 마음속에 살아있는 이여. 과거가 번갯불처럼 어두운 미래의 심연위에서 번쩍이고 나를 둘러싼 온갖 것이 소멸되어 나와 더불어 몰락해갈 때… 그대가 비참하게 된 원인은 산산히 파괴된 그대의 마음속에 있으며 그대를 미치게 한 머릿속에 있음을. 지상의 어떤 권력도 그대를 거기서 구해낼 수 없음을."
그렇게 베르테르의 젊음은 저물어 간다. 어떤 견고한 생명력에는 그것이 희망이든 절망을 향하든, 혼탁한 인생을 정화하는 비범한 무엇이 있는 것 같다. 그러한 것이 비극의 효능인지 모르겠지만.
연극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