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 책의 즐거움] 빛나기에 아픈 젊음이여 /유상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민음사 /7000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4-27 19:43:25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세상의 채찍과 조롱, 폭군들의 거만, 버림받은 자의 아픔… 선의의 인간들이 견디는 수많은 모욕…." 권력과 생존의 한 가운데에서 햄릿은 토로한다. 

그러나 우리의 베르테르는 그 모든 걸 뒤로한 채 전원의 생활로 들어선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과의 교제는 마치 나를 괴롭히려고 운명 지어진 그 무엇이오…." 세파에 어지간히 시달린 베르테르는 지난날의 상처를 자연에서 치유하며 병든 감수성을 생명의 기쁨과 함께 회복해 간다. "나는 지금 그림에는 전혀 손 하나 대질 못하고 있고 선 하나 제대로 그릴 자신이 없네. 그러나 지금처럼 훌륭한 화가였던 적은 없네." 베르테르는 그렇게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이 평화와 생명력이 약동하는 봄의 정점에 그는 샤롯데란 처녀를 만난다. "이윽고 어둠이 밀려오면 하늘과 땅이 그리운 애인처럼 내 영혼 속에서 고요히 숨 쉬는 걸 느낀다네." 봄날의 밤. 마을 무도회에서 아름다운 샤롯데를 안고 하늘에 별처럼 빙빙 돌며 춤을 춘 그는 깊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에겐 약혼자가 있다. 그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의 절차를 밟으며 청춘의 찬란한 낙화의 순간들을 편지로 써 친구에게 남긴다.

이 책은 삶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싶을 때 빼어 드는 책 중 하나다. 청춘의 숭고한 고뇌 앞에 정화되어 다시 시작할 힘을 얻는다고나 할까. 사랑 얘기 같지만, 제목이 그러하듯 젊음의 슬픔이 온통 도배질 된 책이다. 인간관계, 자신의 재능에 대한 의심, 이상과 현실, 모성과 유년, 고독, 노동, 자연, 신분, 악덕과 미덕, 권력, 타인이란 존재, 심지어 우울증까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배후에 생명력 넘치는 감수성이 잔잔히 흐른다.

아니다. 사랑 얘기가 맞다. 그러니까 사랑받지 못한 자의 남루한 외형과 그 보상으로 갖게 되는 세상에 대한 통찰이 다 들어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샤롯데의 결혼 소식을 듣고) 그대 천사여 안녕. 난 그대 마음속의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할 것이오. (…) 그렇게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이오. 이런 생각 속에는 지옥이 숨어 있습니다." 늘 대상과 해야 할 일에 연연하는 현실의 속도로는 도저히 이 문체들을 읽을 수 없다.

"기쁨을 창출했던 생명력을 잃고 아름다운 자연도 아무런 감흥이 없네… 생각하지 않아도 언제나 내 마음속에 살아있는 이여. 과거가 번갯불처럼 어두운 미래의 심연위에서 번쩍이고 나를 둘러싼 온갖 것이 소멸되어 나와 더불어 몰락해갈 때… 그대가 비참하게 된 원인은 산산히 파괴된 그대의 마음속에 있으며 그대를 미치게 한 머릿속에 있음을. 지상의 어떤 권력도 그대를 거기서 구해낼 수 없음을."

그렇게 베르테르의 젊음은 저물어 간다. 어떤 견고한 생명력에는 그것이 희망이든 절망을 향하든, 혼탁한 인생을 정화하는 비범한 무엇이 있는 것 같다. 그러한 것이 비극의 효능인지 모르겠지만.

연극배우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2. 2[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3. 3“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6. 6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7. 7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8. 8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9. 9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0. 10[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1. 1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2. 2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3. 3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4. 4[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5. 5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6. 6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7. 7[2026 국감 브리핑] 박홍배 “국회부산도서관 지역서점 구매 0.3%”…제도 개선 필요
  8. 8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9. 9외교부, 'DMZ 北지뢰 폭발'관련, 유엔안보리 의장에 서한 발송키로
  10. 10‘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 1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9. 9‘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10. 10의료AI 신기술 총망라 ‘키메스 부산’ 23일 개막
  1. 1[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5. 5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8. 8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9. 9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0. 10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1. 1‘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2. 2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6. 6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7. 7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8. 8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9. 9"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10. 10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