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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봄, 세상의 모든 어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사진은 김용택 시인의 어머니 박덕성 여사. 문학동네 제공 |
- 아버지니까/송동선 지음/함께북스/1만3000원
- 고마워요, 인생/오두환 지음/좋은예감/1만3000원
- 딸이 아빠를 필요로 할 때/케빈 리먼 지음/조인환 옮김/메디치/1만3000원
- 아들이 당신을 필요로 할 때/닐 번스타인 지음/김현철 옮김/메디치/1만3000원
- 김용택의 어머니/김용택 지음/문학동네/1만4000원
- 내 어머니의 연대기/이노우에 야스시 지음/이선윤 옮김/학고재/ 1만3000원
- 계간 시인세계 2012 여름호/문학세계사/1만 원
가정의 달을 맞아 아버지와 어머니를 주제로 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묵묵히 걸어가는 아버지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떠안아 고단하고 외로운 길을 걷고 있다. 눈물을 보여도 안 된다. 아버지니까는 신문 기자 출신의 저자가 퇴직 후 잇달아 닥친 불행의 터널을 지나면서 겪은 눈물겨운 자전적 이야기. 저자는 "세상이라는 전쟁터에서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위하는 일이라면 섶을 지고 불구덩이라도 뛰어드는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 글을 썼다"고 말했다. "KY○7에 함께 몸을 맡긴 열 명의 사내를 생각했다. 저들은 자신의 가족을 위해 험한 파도에 목숨을 내맡기고 있다. 사업에 실패해 쫓기는 신세이거나, 이혼하거나 가족에게 버림받고 갈 곳이 없거나 간에 그들은 모두 누군가의 아버지였다." (96쪽)
빚을 얻어 시작한 아내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불행이 찾아왔다. 이혼, 30년 가까이 몸담은 신문사 퇴직, 둘째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같은 불행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저자는 빚을 갚고 자녀 대학 등록금을 대기 위해 방문 판매, 동네 마트, 고기잡이 배, 땅속 하수관 매설작업 등 닥치는 대로 막일했다. 저자는 빈털터리가 됐지만,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두 아들 덕택이라고 했다. 그에게 아들은 "지친 아버지를 춤추게 하는 마법사 같은 존재"다.
고마워요, 인생은 50대 중반의 저자가 세 자녀에게 아버지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진솔하게 들려준다. 딸이 아빠를 필요로 할 때와 아들이 당신을 필요로 할 때는 딸과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를 위한 안내서이자 가장의 역할을 고민하는 아버지의 필독서이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
김용택 시인은 18세에 섬진강으로 시집온 어머니 박덕성 여사의 일생을 담은 김용택의 어머니를 냈다. 어머니는 몸집이 작고 야무지다고 해서 '양글이'로 불렸다. 시인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 기성회비를 못 내 집으로 돌아오자 어머니는 닭을 잡아 장에 내다 판다. 기성회비와 아들 차비를 주고 나니 어머니의 차비가 모자랐다. 버스에 탄 시인은 차비가 없어 걸어야 했던 어머니를 기억했다.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들어 차 뒤꽁무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뽀얀 먼지 속에서 자갈을 잘못 디뎠는지 몸이 비틀거렸다. 아! 어머니. 나는 돈을 꼭 쥐었다. 점심을 거른 어머니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시오리 신작로를 또 걸어야 한다." (54쪽)
내 어머니의 연대기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일본의 이노우에 야스시의 자전적 소설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느낀 감정을 차분하게 풀어냈다.
■부모는 내 삶과 문학의 기원
시 계간지 시인세계 2012년 여름호는 '시인이 쓴 나의 아버지, 어머니'를 기획특집으로 다뤘다. 정일근(경남대 교수) 시인이 1998년 뇌종양 수술을 받고 다시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헌신적 사랑 때문이었다. 시인은 마흔에 발가벗고 어머니 앞에 섰고, 어머니는 시인의 몸에 남은 병원 때를 눈물과 기도로 씻겨 줬다. 그리고 몇 해 전 갑상선 암을 앓는 어머니가 수술하자 시인은 어머니 병간호를 자처했다. 시인은 어머니 속옷을 손빨래 했다. 노인이라고 여긴 어머니의 팬티가 분홍 꽃 팬티였다. 시인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잃고 혼자 사는 어머니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는 여자라는 사실을 쉰을 넘어 처음 알았다. 시인은 '분홍 꽃 팬티'라는 시를 썼다. 특집에는 시인 12명의 부모에 관한 시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