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 책의 즐거움] "넌 여자니까 …" 어느새 무감각해진 차별의 틀 /김문준

여자의 탄생 /나임윤경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1만1000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5-11 19:30:32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서울에서 공부하는 조카가 어느 날 책 한 권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제목이 여자의 탄생이었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 속에 담긴 성차별적인 요소들을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풀어낸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왔던 성차별적 요소들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또한, 남녀평등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정숙한'이라는 형용사가 남성을 수식하지 않는다는 것, 부인은 남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안 된다는 것, 남녀 아이에게 기대하는 점이 다르다는 것 등 평소 아무런 생각 없이 하던 말과 행동이 모두 사회에 의해 학습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내 모습을 되돌아 보았다. 난 그래도 참 행운아였던 것 같다. 사실 난 '여성적'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4남 4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나는 치마를 입은 기억이 거의 없다. 오빠들 틈에서 자라 그런지 남자들보다 축구를 잘했고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남자애들이 즐기는 놀이에만 관심이 있었다. 고무줄놀이나 인형놀이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남자애들이 하는 모든 놀이를 통달하여 동네 골목대장을 자처했다. 적어도 내가 중학생이 되면서 가지고 있던 딱지와 구슬을 동네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기 전까지는 그랬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풍'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오늘날 여성의 지위는 많이 상승했고, 여성의 취업비율도 증가하는 추세이며 대학에선 여성 총학생회장도 나온다. 그러나 저자는 아직도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가 70개국 중 63위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직장 내 커피 심부름을 여성에게만 시키는 것은 사회 자체가 남성 중심적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난 사실 차별을 차별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려니 하며 오히려 그 차별을 특권으로 생각해 왔다. 여성이니까 무거운 것 들지 않고, 여성이니까 데이트 비용 덜 내고, 여성이니까 팀을 책임질 필요도 없었다. 여성으로서 받을 수 있는 배려와 눈길을 즐겼다. 어딘가에 의지하고 종속된 것이 익숙하고 편안했다.

그렇게 받은 배려들이 차별을 정당화하는 데 쓰인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그렇게 차별을 차별처럼 생각하지 않았던 나에게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견고한 틀을 깨고 나가는 것은 거북한 일임은 당연했다. 어린 시절부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해진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 틀을 부술 용기가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열심히 치열하게 고민해 보았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뛰고 놀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던 편안한 이곳을 떠나 버릴 수 있을까.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지만, 용기 있는 그 누군가가 답답하고 억눌린 이곳을 아주 시원하게 깨부수어 주기를 소망한다.

아트뱅크코레아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7. 7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8. 8[사설]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9. 9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10. 10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6. 6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7. 7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8. 8젤렌스키 또 북한·한국 언급, 러, 北에 제트추진 드론 기술도 공유한 듯"
  9. 9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10. 10軍 “MDL 이남서 정상 작전 중 北 지뢰로 장병 부상 최종판단”
  1. 1‘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2. 2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5. 5전남 시·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다 못 써.. '실수요 고려 필요'
  6. 6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7. 7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8. 8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9. 9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10. 10‘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9. 9[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2. 2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9. 9[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