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 책의 즐거움] 현대 미술에 대한 다원주의적 분석 /김해성

예술과 그 가치 - 메튜 키이란 지음/이해완 옮김/북코리아/1만7000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5-18 21:14:15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 절단된 조각 상태의 소머리를 유리 상자에 넣어 그것이 부패하면서 구더기와 파리가 들끓는 모습, 또 다른 생명의 순환을 지속해서 보여준다. (제명: 천 년)

2. 방부제가 든 수액으로 가득 찬 대형 유리 상자 속에 정지된 자세로 떠 있는 5m 크기의 상어를 그대로 보여준다. (제명: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육체적 죽음의 불가능성)

동물의 생체실험이나 자연사 박물관에서 봄 직한 위의 사례들은 20년 전 미술관에 전시되었던 영국 출신 데미언 허스트의 데뷔 작품이다. 이후 소, 돼지, 양 등 계속되는 그의 충격적인 동물 절단 작품 발표는 그 자신을 일약 주목받는 스타 작가로 만들었다. 하지만 제명에서 보듯 불가피한 죽음에 관한 그의 주제는 부조리한 철학적 고찰을 암시하고 있어 단순히 충격을 안겨주는 제스처와는 거리가 있다. 이러한 데미언 허스트의 대규모 회고전이 런던올림픽에 맞춰 5개월간 예정으로 지난달 런던에서 개막됐다. 이 회고전을 직접 주관한 영국 정부는 루브르미술관의 모나리자 관람객 수를 능가하는 미술계의 금메달 관광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남성용 변기를 '샘'이란 제명으로, 슈퍼마켓의 브릴로 상자를 복제해 '상자'를 작품으로 출품한 지 한 세기도 못된 시점에서, 동물까지 생체로 미술관에 출품하는 오늘의 미술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노골적이고 추하기도 해서 혐오감까지 드는 오늘의 미술에서 아름다움은 실종되고 남는 것은 충격적인 아이디어나 제스처 뿐인가. 이런 우려와 혼란스러움은 '아름다움'을 '진·선 ·미'와 일원화해 보려는 작가 아닌 우리 자신의 통념에도 원인이 있음은 물론이다. 일례로 로댕의 조각 작품 '입맞춤'을 통상적인 아름다운 러브신으로 본다면 실제 작품이 간직한 풍부한 의미는 물론 미묘한 시각적 표현에서 오는 느낌까지 간과하게 된다. 그 작품이 죽음으로 이끄는 부정한 연인 사이의 입맞춤으로, 그 입맞춤의 직접적 계기 또한 함께 한 자리에서 읽은 부정한 내용을 담은 책에 있다는 것이 작가의 표현 의도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숨은 사실과 무관하게 관람객인 우리가 작품에 들어가서 지각과 반응, 상상력 등으로 자기 나름의 자리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하기야 단테의 '신곡' 중 '지옥문'에서 연유된 이 작품은 전쟁 중 군인의 성욕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한동안 천으로 가려지기도 했다. 황색 액체 속에 담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을 찍은 아름다운 한 폭의 사진 작품에 대해 '오줌 예수'라는 제명을 이유로 예술가 지원 기금 삭감을 주장한 상원의원의 일화는 또 다른 의미의 통념 사례이다.

이러한 갖가지 작품 사례를 중심으로 현대 미술에 대해 다원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예술과 그 가치의 저자는 예술의 가치를 추적하는 데 필요한 아래와 같은 질문을 열거해 분석하고 있다. 독창적이고 독특한 성정을 표현하고 있는가. 상상력은 물론 예술적 통찰력이 있는가. 흡인력이 강한가. 시각적 상호관계와 그 기교가 미적 경험에 유효한가. 전달되는 것이 심오하고 지속적인 가치가 있는 것인가.

부산대 명예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한양프라자에 47층 주상복합…교대역 난개발 우려
  2. 2장평지하차도 2월 지각 개통…부산시 혈세 120억 날릴 판
  3. 3롯데 용병타자 5명 압축…신시내티 출신 외야수 센젤 유력
  4. 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충무공을 밟고 다닌다고?” vs “해외손님에 오히려 홍보”
  5. 5[4·10총선 해설맛집] 매번 금배지 바뀐 ‘온천천 벨트’ 연제, 치열한 쟁탈전 예고
  6. 6성장 늦은 아이, 항문 주위 병변 있다면 ‘크론병’ 의심을
  7. 7혈압 오르는 계절…‘고혈압 속설’ 믿다가 뒷목 잡습니다
  8. 8천당과 지옥 넘나든 손흥민…최강 맨시티와 무승부
  9. 9놀다 보면 수학·과학과 친해져요…생일파티 꼭 참석해 주실거죠
  10. 10신임 장관 후보 절반이 여성…정치인 대신 전문가 중용(종합)
  1. 1[4·10총선 해설맛집] 매번 금배지 바뀐 ‘온천천 벨트’ 연제, 치열한 쟁탈전 예고
  2. 2신임 장관 후보 절반이 여성…정치인 대신 전문가 중용(종합)
  3. 3우리기술 고체 우주발사체, 민간위성 싣고 날아올랐다
  4. 4연제구_김희정
  5. 5“서부산 발전의 키는 낙동강 활용…제2대티터널 등 재원 투입”
  6. 6이르면 4일 8곳 안팎 개각…한동훈은 추후 원포인트 인사
  7. 7윤 대통령 6개 부처 개각, 3명이 여성, PK 출신 2명
  8. 8박형준, 이재명에 산은 부산이전 촉구 서한 "균형발전 시금석"
  9. 9與 혁신위 ‘최후통첩’ 최고위 상정 불발…지도부 무반응 일축
  10. 10'시정 복귀' 박형준, 국회서 "산은법·가덕신공항 힘 실어달라"(종합)
  1. 1한양프라자에 47층 주상복합…교대역 난개발 우려
  2. 2건설사 부도·中企대출 연체 ‘빨간불’
  3. 3부산中企·스타트업 ESG경영 확산…민·관·공 ‘3각 동맹’
  4. 4고객 맞춤 와인 추천 서비스…단골 많은 건 ‘소통의 힘’
  5. 5롯데 온라인 신선식품 승부수…신동빈 “게임체인저 되겠다”
  6. 6부산 콘텐츠 입힌 기념품 400여 종, 디자인 차별화 눈길
  7. 7부산 이전 효과 제엠제코, 중기부 장관상
  8. 8올겨울 소상공인 전기요금, 최장 6개월 분할 납부 허용
  9. 9부산銀,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31일까지 전액 면제
  10. 10주가지수- 2023년 12월 4일
  1. 1장평지하차도 2월 지각 개통…부산시 혈세 120억 날릴 판
  2. 2[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충무공을 밟고 다닌다고?” vs “해외손님에 오히려 홍보”
  3. 3놀다 보면 수학·과학과 친해져요…생일파티 꼭 참석해 주실거죠
  4. 4부산울산경남 낮 최고 16도, 일교차 주의
  5. 5동아대 한국어교원 양성과정…25일까지 참가자 선착순 모집
  6. 6초등 취학통지· 예비소집 실시…소재·안전 확인 위해 대면원칙
  7. 7[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41> 티무르와 테무르 ; 호라즘 땅에서
  8. 8부산 근처 바다에서 어선-상선 충돌사고
  9. 9북한 함경북도 북북서쪽서 지진…“2.2 자연지진”
  10. 10오늘의 날씨- 2023년 12월 5일
  1. 1롯데 용병타자 5명 압축…신시내티 출신 외야수 센젤 유력
  2. 2천당과 지옥 넘나든 손흥민…최강 맨시티와 무승부
  3. 3한국, 대만 선발에 꽁꽁 묶여 타선 침묵
  4. 4우즈 “나흘간 녹을 제거했다”
  5. 5여자핸드볼 홈팀 노르웨이에 완패…세계선수권 조3위로 결선리그 진출
  6. 6반즈 MLB행 가능성…거인, 재계약·플랜B 투트랙 진행
  7. 7아이파크, 수원FC와 승강PO
  8. 8최준용 공수 맹활약…KCC 시즌 첫 2연승
  9. 9동의대, 사브르 여자단체 金 찔렀다
  10. 10맨유 101년 만의 ‘수모’
우리은행
부산문화예술 아카이빙
“문화예술 아카이빙은 공공영역…오프라인 기록관 함께 서야”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동삼동패총 출토 대형 빗살무늬토기
리뷰 [전체보기]
웅장한 에너지 보여준 ‘한국판 레미제라블’…연기·미술·음향 앙상블, 감동의 무대 펼쳐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사계절로 분석한 한의학 세계 外
전직 기자의 전태일 열사 평전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완주 /김만옥
바람결에 /이행숙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마스크걸’ 이한별과 고현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소년들’ 정지영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네 편의 자연 다큐…우리, 잠깐 쉬어가는 건 어때요
日 애니 거장이 묻는다…내 삶은 이랬다, 당신은 어떠냐고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불의가 정의로 둔갑한 시대…그 부당한 역사에 맞선 의인 이야기
계급사회 속 비틀리고 고립된 개인…일상이 호러가 된 세상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12월 5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12월 4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이것이 어른들의 록앤롤이다
천재 뮤지션 ‘원호’의 무대를 목격했다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12월 5일(음력 10월 23일)
오늘의 운세- 2023년 12월 4일(음력 10월 2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3년 10월 11일
오늘의 BIFF- 2023년 10월 1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벗의 아내를 애도하는 시를 지은 조선후기 문사 조태억
홀로 깨어 있을 수 없는 세상을 산 여항시인 이정주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