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단된 조각 상태의 소머리를 유리 상자에 넣어 그것이 부패하면서 구더기와 파리가 들끓는 모습, 또 다른 생명의 순환을 지속해서 보여준다. (제명: 천 년)
2. 방부제가 든 수액으로 가득 찬 대형 유리 상자 속에 정지된 자세로 떠 있는 5m 크기의 상어를 그대로 보여준다. (제명: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육체적 죽음의 불가능성)
동물의 생체실험이나 자연사 박물관에서 봄 직한 위의 사례들은 20년 전 미술관에 전시되었던 영국 출신 데미언 허스트의 데뷔 작품이다. 이후 소, 돼지, 양 등 계속되는 그의 충격적인 동물 절단 작품 발표는 그 자신을 일약 주목받는 스타 작가로 만들었다. 하지만 제명에서 보듯 불가피한 죽음에 관한 그의 주제는 부조리한 철학적 고찰을 암시하고 있어 단순히 충격을 안겨주는 제스처와는 거리가 있다. 이러한 데미언 허스트의 대규모 회고전이 런던올림픽에 맞춰 5개월간 예정으로 지난달 런던에서 개막됐다. 이 회고전을 직접 주관한 영국 정부는 루브르미술관의 모나리자 관람객 수를 능가하는 미술계의 금메달 관광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남성용 변기를 '샘'이란 제명으로, 슈퍼마켓의 브릴로 상자를 복제해 '상자'를 작품으로 출품한 지 한 세기도 못된 시점에서, 동물까지 생체로 미술관에 출품하는 오늘의 미술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노골적이고 추하기도 해서 혐오감까지 드는 오늘의 미술에서 아름다움은 실종되고 남는 것은 충격적인 아이디어나 제스처 뿐인가. 이런 우려와 혼란스러움은 '아름다움'을 '진·선 ·미'와 일원화해 보려는 작가 아닌 우리 자신의 통념에도 원인이 있음은 물론이다. 일례로 로댕의 조각 작품 '입맞춤'을 통상적인 아름다운 러브신으로 본다면 실제 작품이 간직한 풍부한 의미는 물론 미묘한 시각적 표현에서 오는 느낌까지 간과하게 된다. 그 작품이 죽음으로 이끄는 부정한 연인 사이의 입맞춤으로, 그 입맞춤의 직접적 계기 또한 함께 한 자리에서 읽은 부정한 내용을 담은 책에 있다는 것이 작가의 표현 의도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숨은 사실과 무관하게 관람객인 우리가 작품에 들어가서 지각과 반응, 상상력 등으로 자기 나름의 자리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하기야 단테의 '신곡' 중 '지옥문'에서 연유된 이 작품은 전쟁 중 군인의 성욕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한동안 천으로 가려지기도 했다. 황색 액체 속에 담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을 찍은 아름다운 한 폭의 사진 작품에 대해 '오줌 예수'라는 제명을 이유로 예술가 지원 기금 삭감을 주장한 상원의원의 일화는 또 다른 의미의 통념 사례이다.
이러한 갖가지 작품 사례를 중심으로 현대 미술에 대해 다원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예술과 그 가치의 저자는 예술의 가치를 추적하는 데 필요한 아래와 같은 질문을 열거해 분석하고 있다. 독창적이고 독특한 성정을 표현하고 있는가. 상상력은 물론 예술적 통찰력이 있는가. 흡인력이 강한가. 시각적 상호관계와 그 기교가 미적 경험에 유효한가. 전달되는 것이 심오하고 지속적인 가치가 있는 것인가.
부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