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29> 헌신적인 사랑의 힘이 권위가 되는 세상

권위를 세우고 싶거든 먼저 희생하고 섬겨라

권위가 되는 세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6-01 20:45:46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아르헨티나 한 가정집 벽에 나타난 '예수의 얼굴'.
옛날에는 조직은 물론 집집이 세 마리의 '소'를 키웠다. 그 소들은 제각기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니, "옳소, 그렇소, 맞소"였다. 삼강(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과 오륜(군신유의 부자유친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이라는 유학의 도덕사상이 우리 사회의 근본을 이루던 그 시절엔 어떤 단체나 조직이든 '왕초'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 적극적인 찬동과 수용 외에 다른 무엇이 있을 수 없었다. 어릴 적에 우리 집에도 이 소들이 있었다. 아버지 말씀은 어떠한 경우에도 반대나 의심이 용납되지 않고 즉각 실천되어야 하는 명령이었다.

오늘날엔 집집이 소가 한 마리 더 들어와 살고 있다. 그 소의 이름은 "웃기지 마소"다. 조직의 우두머리가 어떤 명령을 내리든 수용하기 어렵거나 납득이 가지 않으면 반기를 들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여성의 위상이 높아진 우리나라에서 많은 남편이 아내로부터 "웃기지 마소"의 반박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소는 자주 외출하면서 외부 사회까지 전염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얻은 별명이 있으니, 바로 "나한테 뭐 해 준 거 있소"다. 여기저기서 나이가 많다거나 좀 더 안다는 근거로 간섭이나 지적을 했다가는 이 소뿔에 받히기 십상이다.

사실 "나한테 뭐 해 준 거 있소"는 기성 사회의 많은 것을 무너뜨리고 있다. 요즘 젊은이, 특히 중고생은 이 소를 마치 애완견처럼 데리고 다닌다. 이 소는 보편 사회의 어떠한 도덕과 관습, 질서와 전통의 고유한 가치를 무시하면서 자기에게 무엇 하나 보태준 게 있느냐고 반박한다.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어떤 권위에도 복종할 줄 모르고 스스로 알아서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소가 곳곳에 설쳐대니 사회는 삭막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낯선 곳으로 변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사회는 먼저 배웠다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법조문과 약관 등이 그 시대의 모든 권위를 대변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직면할 때 현실성이 떨어질뿐더러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인 약자를 돕지 못한다. 예수님도 자신의 파격적인 가르침과 행동 때문에 당시 유대인의 권력을 대표하는 사람들로부터 권위의 출처에 대해 도전을 받았다.

예수는 어떤 관료적인 권한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특정한 직업도 없었던 그분은 나라가 보낸 특사도 아니고, 출신도 학벌도 변변찮아 자신의 인격을 내세울 만한 사회적 등급이나 위치도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예수를 사뭇 카리스마를 가진 '랍비'(선생)라 부르기도 하고 '예언자'라 부르기도 했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예수를 따르는 제자의 무리 안에서만 통용될 뿐이었다.

그러나 예수의 말씀과 행동에는 자기 스스로 의지와 결심이 돋보였다. 처음부터 그분의 가르침이 어떤 이름을 붙일 만한 학설도 아니었고, 모두가 따를 만한 보편적인 규범이 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실존적이고 독창적인 그분의 가르침과 행동 안에는 그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한 계획을 향한 확신과 결심이었다. 이것은 다름 아닌 당시의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헌신적인 사랑의 힘이었다. 물론 이는 예수에게 자신을 내어맡기는 자들에게만 작용하는 힘이다.

우리 세상도 헌신적인 사랑의 힘이 하나의 권위로 통용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천주교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9. 9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8. 8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9. 9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10. 10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9. 9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0. 10“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