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32> 그들은 말만하고 실행하지 않는다(마태 23,3)

높아지고 싶거든 스스로를 낮춰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8-24 19:24:24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남을 위해 웃음을 보이나 쓸쓸한 내면을 간직한 광대.
마태오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약 3년간의 갈릴래아 활동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상경하여 자기 생애의 마지막 한 주간을 맞는다. 그는 이 한 주간을 통하여 유대교를 철저하게 와해시키고 자신을 메시아로 한 그리스도교를 홀연히 세우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 이는 스스로 유다인인 자신을 유대교로부터 완전히 떼어내는 작업이다.

이미 예언된 메시아처럼 나귀를 타고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예루살렘에 입성한 예수는 즉시 성전정화 사건을 통하여 백성의 원로들과 논쟁을 벌이면서 '두 아들의 비유',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 '혼인잔치의 비유'를 소재로 삼아 백성의 지도급 인사들을 크게 나무라기 시작하였다. 나아가 그들이 받게 될 불행을 선언한다.

이 비유들 안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하나는 모세와 엘리야를 통한 구약(舊約)으로 선택받은 이스라엘 백성을,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를 통한 신약(新約)으로 맺어진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을 말한다. 애당초 하늘 나라의 입장권을 가진 구약의 백성들이 자격이 없음을 선언하고 그것을 빼앗아 신약의 백성들에게 줘버리는 하느님의 처분이 비유들의 결론이다.

예수는 당시 율법학자와 대사제들이 모세의 율법을 가르치고 해석하며 예언을 관리하는 막중한 권한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존경을 표하면서도, 그들의 행동이 말과 다르고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격렬한 비난을 퍼붓고, 이를 근거로 화를 입을 것을 예언하였다. 한 마디로 그들을 '위선자'라 하였다.

위선자는 원래 연극용어로서 배우들을 지칭한다. 배우들은 자신의 실존을 철저히 가면 뒤에 숨기고 각본과 배역에 따라 연기한다. 자기 자신은 그렇지 않더라도 배역이 주어지면 각본에 따라 그렇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런 행위는 결국 관객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대사제들과 율사들이 바로 그런 부류에 속한다는 것이 예수의 결론이다. 그들이 율법의 세칙들은 문구대로 지키면서 그 기본정신을 저버린 까닭이다.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며, 무거운 짐을 백성에게만 지우고 자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마나 팔에 성구 넣는 갑을 크게 만들어 달고 옷단에도 기다란 술을 달고 다니며, 잔치에서 맨 윗자리와 회당에서 제일 높은 자리를 즐겨 찾고, 거리에서 인사 받기를 좋아하며, 사람들로부터 스승이다, 지도자다 하는 말을 즐겨 들으려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예수는 진정한 스승과 지도자는 그리스도 당신 한 분뿐이며 믿는 이들은 모두 한 형제자매임을 가르친다. 예수만이 가르치시는 선생이며 제자와 신도들은 모두 배우는 학생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도 예수의 가르침을 계속 전해야 하고 다시금 가르쳐야 하는 사도직을 수행해야 하는 자들이 있다. 이들이 명심해야 할 점은 그들 또한 스승이신 예수 앞에 늘 학생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예수는 "너희 중에 으뜸가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마태 23,11-12)고 했다.

남을 가르치려는 자는 필히 이 역설의 복음을 지워지지 않는 글로 자신의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남을 지도하는 위치에 있거나 남 앞에 자주 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선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고, 말이 앞서면 행동이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회의 지도자들 또한 교회의 기본정신을 망각하고 신도들을 하느님께 인도하기보다 그들을 자기에게 속한 사람으로 만들려거나 세상의 구원을 위한 제단 앞에서 제단 위의 제물에 더 관심을 둔다면 이는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천주교 몰운대성당 주임신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수도권 가구 평균 자산 7억 원 육박…비수도권의 1.7배
  2. 2美 '반도체 인센티브' 계획 발표…정부 "업계와 공동 대응"
  3. 3[영상] 재난 관리 제각각... 온천천 사고 예방의 허점
  4. 4[아시안게임] LOL 대표팀, 전승 우승 금메달…현재 e스포츠 金2-銅1
  5. 5외식 물가, 27개월 연속 전체 평균 상회…부산은 33개월째
  6. 6소형어선에 최첨단 기자재 해상실증한다
  7. 7여행자 통한 마약 밀수 올해 7.6배 급증…"특단 대책 시급"
  8. 830일, 부산, 울산, 경남 가끔 비…낮과 밤의 기온차가 10~15도
  9. 9"올해 유난히 덥더니"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역대 두번째
  10. 10진주 진성면 비닐하우스 화재…40대 남성 숨져
  1. 1[종합]이재명, 尹 대통령에 '민생영수회담 제안'... 여 "뜬금포"에 야 "전제군주" 반박
  2. 2단식과 검찰로 보낸 이재명의 시간
  3. 3이재명, 尹에 '민생영수회담' 제안, 與 "뜬금없어, 대표회담부터"
  4. 4尹, 원폭피해 동포들과 오찬 "한일관계 미래지향적 발전시킬 것 "
  5. 5민주당 원내수석에 박주민 의원 선임
  6. 6연휴 첫날 인천공항 찾은 윤 대통령, "수출 수입 더 늘려야"
  7. 7추석 앞 윤 대통령 지지율 36.0%로 1.8%p↓…국민의힘 36.2% 민주 47.6%
  8. 8이재명 추석 인사 “무능한 정권에 맞서 국민 삶 구하겠다”
  9. 9구속 피한 이재명…여야 ‘검찰 책임론’ 두고 극한대치
  10. 10한미일 북핵수석대표, 北핵무력 헌법화에 "강력 규탄"
  1. 1수도권 가구 평균 자산 7억 원 육박…비수도권의 1.7배
  2. 2美 '반도체 인센티브' 계획 발표…정부 "업계와 공동 대응"
  3. 3외식 물가, 27개월 연속 전체 평균 상회…부산은 33개월째
  4. 4소형어선에 최첨단 기자재 해상실증한다
  5. 5여행자 통한 마약 밀수 올해 7.6배 급증…"특단 대책 시급"
  6. 6기름값 12주째 상승…휘발유 1800원·경유 1700원 근접
  7. 7카보베르데 찾은 산업 장관,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 요청
  8. 8“추석 연휴 이동 때는 지갑이나 여권 간수 잘하세요”
  9. 9"산업기술 해외 유출로 5년간 25조 피해…실형은 단 9명"
  10. 10고금리에 빚 못갚는 청년…'신용불량' 된 20·30대 23만명
  1. 1[영상] 재난 관리 제각각... 온천천 사고 예방의 허점
  2. 230일, 부산, 울산, 경남 가끔 비…낮과 밤의 기온차가 10~15도
  3. 3"올해 유난히 덥더니"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역대 두번째
  4. 4진주 진성면 비닐하우스 화재…40대 남성 숨져
  5. 5부산 버스 승강장에 멧돼지…엽사 사살
  6. 6부산~거제 2000번 버스 개통 이후 9년 만에 요금 첫 인상
  7. 7부산 영도구 사찰에서 불...소방차 30대 출동
  8. 85년간 과대포장으로 5억5000만원 과태료
  9. 9"길에서 두번째 명절"... 서울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차례
  10. 10'부산 돌려차기' 男 보복 협박 혐의로 송치
  1. 1[아시안게임] 여자 탁구 복식 신유빈-전지희, 북한 누르고 8강 진출
  2. 2[아시안 게임] 김우민 한국 수영 역대 3번째 3관왕
  3. 3[아시안게임]최동열 한국신기록으로 남자 평영 50m 동메달
  4. 4부산의 금빛 여검객 윤지수, 부상 안고 2관왕 찌른다
  5. 5추석연휴 첫날 金 쏟아지나…김우민 자유형 800m·황선우 계영 400m 출전
  6. 6세계 최강 어벤저스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팀, 중국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
  7. 7‘요트 전설’ 하지민 아쉽게 4연패 무산
  8. 8행운의 대진표 여자 셔틀콕 금 청신호
  9. 95년 전 한팀이었는데…보름달과 함께 AG여자농구 남북 맞대결
  10. 10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여자 플뢰레, 단체전 은메달 확보
우리은행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토기 큰 항아리
상지건축과 함께하는 오 부산-유산과 미래
구호품 90% 부산항 집결…분유부터 재봉틀까지 총망라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2000년 역사 로마의 흥망성쇠 外
세상의 평화는 밥상서 시작된다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환희/전용신
가을바람 /임종찬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마스크걸’ 이한별과 고현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달짝지근해: 7510’의 유해진과 김희선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각기 다른 장르 韓영화 4파전…추석 누가 웃을까
OTT와 경쟁 이길 수 있나…영화티켓 인하 논의할 시점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손민수가 2년 전 약속한 협연 무대, 관객과 로비인사 재개도 감개무량
더 순박한 인니판 ‘7번방의 선물’ 몰랐던 세계, 동남아 영화를 만나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잠’ 은밀히 감춘 문제의식…웰메이드 공포물의 표리부동 미덕
‘원자폭탄의 아버지’ 삶과 고뇌…비극적 아이러니에 관한 통찰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7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6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그레이트풀 캠프 참관기
나는 솔로 16기-돌싱특집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7일(음력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6일(음력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휴가 받아 고향에서 추석 쇠는 즐거움을 노래한 오숙
구차하게 사는 걸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말 한 맹자(孟子)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