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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33>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

'영생'을 얻은 이 땅의 순교자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9-28 18:24:0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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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위 성인성화'
매년 9월이면 우리 교회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 수많은 순교자들을 기억한다. 그 중에서 김대건과 정하상을 비롯한 103위 순교성인들은 따로 대축일(9월 20일)을 정하여 기념한다. 우리나라 천주교는 통상 서방교회의 선교사에 의한 방법이 아니라 자국의 평신도에 의해 전래되었다. 이는 세계의 어느 교회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다.

천주교(서학)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조선 후기 실학파에 의해 시작되었다. 18세기 말에 이르러 실학파 학자들은 천주교를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종교적 신앙으로 받아들여 소위 '비신자신앙공동체'를 이루고 신앙의 내용을 실천하였다. 하지만 신자가 되기 위해 세례를 받아야 함을 알고는 북경행 동지사 편에 이승훈을 딸려 보낸다. 1784년 이승훈(베드로)이 세례를 받은 후 관련서적들과 성물들을 가지고 귀국함으로써 천주교 신앙공동체는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초기 공동체가 임의로 만들어 실시한 '가성직제도' 또한 교회사에 유례없는 조직이다.

1791년부터 천주교는 박해를 겪어야 했다. 박해의 이유는 서학의 평등사상으로 말미암은 양반 위주의 사회질서 파괴와 유학정신의 근간인 조상제사의 거부였으나, 나중에는 정치적 다툼과 이권이 개입되었다. 성직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신자들은 모진 박해 중에서도 중국 주문모 신부를 모셔왔고, 1836년부터는 프랑스의 선교사들을 영입하여 교세를 확장시키면서 김대건 안드레아와 최양업 토마스 두 명의 방인 사제를 배출하였다.

조정의 천주교에 대한 박해는 '오가작통 제도'를 통하여 조직적으로 실시되었고, 1만 명이 넘는 신자들이 순교했다. 대대적인 박해로는 1791년(정조 15년) 신해박해, 1801년(순조 1년) 신유박해, 1839년(헌종 5년) 기해박해, 1846년(헌종 12년) 병오박해, 1866년(대원군) 병인박해를 손꼽을 수 있다. 이들 박해 중에서 기해, 병오, 병인박해 때 순교한 103명이 한국 천주교 창설 200주년을 맞아 내한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984년 5월 6일 여의도 광장에서 성인(聖人)의 반열에 올랐다(한국인 사제 1명과 평신도 92명, 프랑스인 주교 3명과 사제 7명). 성인이 되었다 함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공식적으로 그들을 공경한다는 것이다.

"순교자들의 피는 신앙의 씨앗이다"는 말대로 1784년 이승훈 베드로라는 첫 신자를 주춧돌로 시작된 한국 천주교회는 103위 성인과 더불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목숨을 바친 무명의 순교자들이 흘린 선혈이 신앙의 씨앗이 되어 오늘날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교회로 우뚝 서게 되었다.

나 같으면 그런 모진 박해를 이겨내고 신앙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칠 수 있었을까? 순교자들이 받았던 박해와 순교 상황을 떠올려 보면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든다. 특히 13살의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갖은 고문을 이겨내고 용감하게 순교한 유대철(베드로) 성인을 생각하면, 사제이면서도 보잘것없는 신앙으로 세속과 타협하며 적당히 살아가는 나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다.

재물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목숨을 잃으면 죄다 잃는 것이다. 그렇다. 목숨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 그렇다고 목숨을 잃지 않을 방도는 없다. 사람이란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존재다. 결국에는 죽게 될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목숨을 살려줄 수 있는 분을 위해 죽는 것뿐이다. 순교자들은 바로 그분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그분은 그들을 다시 일으켜 영원히 살게 하신 것이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루카 9,24-25)

천주교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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