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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풀기 위해 기도가 필요하다. 사진은 한 아파트에 붙은 층간 소음 안내문. |
원불교에서는 매년 음력 정초가 되면 특별기도를 올린다. 우리 교당에서도 새벽·오전·저녁 등 하루 세 번 기도를 올리고 있다. 예전에는 새벽에만 정초 기도를 올렸지만, 요즘은 교도들의 생활 방식이 다 달라 각자 편리한 시간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전통적으로 정초 기도는 독경해액(讀經解厄), 즉 경을 읽어서 액을 풀자는 의미가 담겨있는 기도이다. 액이란 '사람을 해치고 일을 방해하는 악한 기운으로 무서운 질병이나 사고가 나게 하기도 하고, 인간관계를 갈등과 파국으로 이끄는 사악한 것으로 인식된다.
요즘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갈등이 비화해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접하면서 독경해액의 기도도 필요하지만, 예측이 가능하고 노력하면 액을 풀 수 있는 실질적인 기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불교에서는 성공적인 기도법으로 진리불공(眞理佛供)과 실지불공(實地佛供)을 아울러 올리도록 하고 있다. 진리불공이란 정초 기도처럼 신앙의 대상을 향하여 몸과 마음을 재계하고 서원을 세운 후 송경·주문 등으로 일심을 모아 정성을 올리는 불공법을 말한다. 실지불공이란 대하는 사람이나 물건이나 상황에 맞게 직접 불공하는 것을 말한다.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을 푸는 것에 비유해서 설명하면 진리불공은 신앙의 대상에게 이 갈등이 잘 풀리도록 기도하는 것이요, 실지불공은 직접 갈등의 대상인 이웃과 문제를 풀어간다든지 또는 소음을 방지하는 시설을 한다든지 법적인 장치를 만드는 등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불공법에 대한 이해가 없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주장하며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받은 만큼 같은 상해를 주겠다는 생각으로 갈등을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다. 이런 갈등은 오가면서 점점 커지게 되고 한계점에 이르게 되면 폭발하게 되어 있다. 실지불공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점을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 불공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다. 불공이란 부처님께 공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문제의 발생원인과 진행과정, 그로 말미암은 인간관계를 비롯하여 아파트 구조 등 전체를 불공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부처님으로 모시는 마음이며 그 부처님의 특성을 알아 그 특성에 맞는 불공을 올려야 한다.
아마도 층간 소음으로 일어난 사건도 문제의 상황 등을 부처님으로 여기지 않고 각각의 특성을 모른 채 일어난 결과일 것이다. 도시생활에 편리한 아파트를 짓고 더욱이 고층 아파트까지 세우는 기술력을 볼 때 층간 소음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는 않을 것 같다. 경제성이라는 가치가 편의주의와 합작하여 구조적으로 층간 소음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우리는 예정된 갈등 속에 휘말려 들고 있다. 우리 모두 소음의 피해자인데도 이웃을 탓하고 서로 미워하며 갈등을 키워 큰 사건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만들어진 것은 없앨 수도 있다. 액을 푼다는 독경해액의 정초 기도는 만들어진 액을 찾아내는 기도이고 그 액을 풀겠다는 서원이며 액을 만들지 않겠다는 발원이다. 독경해액의 진리불공과 아울러 지금 대하는 사람과 상황과 물건까지도 다 부처님으로 모시고 그 부처님의 특성에 맞는 실지불공을 하여 부처님의 은혜가 넘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원불교 부산진교당 주임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