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 다이빙을 마치고 뱃머리에 드러눕는다. 하늘에는 솜뭉치 같은 뭉게구름이 떠 있다. 뜨거운 햇살이 이마에 내리꽂힌다. 갈매기 울음소리가 귓전을 간지럽힌다. 졸음이 몰려온다.
여행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까. 여행을 떠나와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을 볼 때마다 깨닫는다. 이게 바로 내가 사는 세계의 '리얼'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일/최갑수 글·사진/예감/1만3800원
당신은 언제 여행을 떠나는가. 일상에 지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인가. 아니면 인생의 고독과 슬픔에서 무작정 도망가고 싶을 때인가. 혹시 사랑과 일에 모든 것을 불사른 뒤 밀려드는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떠나는가.
누구나 여행을 떠날 때 '휴식'과 '위안'을 기대한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답답하고 짜증 나는 삶이 반복된다. 그러면 다시 도망치듯 여행을 떠난다. 결국 여행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에 불과할 뿐이다.
여행작가 최갑수 시인의 두 번째 여행에세이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은 일상을 여행하듯 즐겨보라고 권한다. 여행은 삶의 도피처가 아니라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차라리 진실로 생을 여행자처럼 살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말한다.
작가는 책에서 언제, 어느 곳을 여행했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그가 여행을 떠났을 때 느꼈던 감상 몇 줄과 그 순간을 포착한 사진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속엔 '지금 이곳에서 나의 일과 나의 현실, 나의 나이, 내 앞에 있는 당신을 인정하고 그 안에 서서히 녹아드는 것 자체가 여행'이란 메시지가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