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신라의 화랑으로부터 조선의 수많은 시인과 화가와 묵객들이 탄성을 내지르며 걸었던 이 아름다운 동해안 길을 '관동별곡 8백리'로 명명한 데는 이유가 있다. 송강 정철이 지은 조선 최고의 기행가사인 '관동별곡'의 첫노래에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관동 8백리 방면을 맡기시니, 어와 성은이야 갈수록 망극하다'.
'관동별곡'의 첫부분에서 이 구절을 본 필자는 '조선의 셰익스피어' 송강의 치열한 예술혼과 자연사랑의 정신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유서 깊은 이 스토리텔링 길의 이름을 '관동별곡 8백리'로 정하기로 결심했다.
송강 정철과 함께 걷는 관동별곡 8백리/정준 지음/청동거울/1만4000원
강원도 최북단 고성 화진포에서 경북 울진 월송정까지 산과 강, 바다를 굽이굽이 넘나든 길. 조선 시대 문인 송강 정철이 감탄하며 '관동별곡'을 읊었던 길.
송강 정철과 함께 걷는 관동별곡 8백리는 강원도 대관령 동쪽으로 이어진 관동팔경의 아름다운 길을 예찬한 책이다. 저자는 고성, 진부령, 미시령 등 관동팔경 곳곳을 걸으며 조선 시대 정철이 그러했듯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길에서 만난 인연에 감사한다. 해당화가 핀 바닷가부터 동해안에 늘어선 화랑들, 청간정에서 만난 가수 진미령, 미시령 정상에서 바라본 탁 트인 동해 전경까지 길에서 만난 모든 것이 감동이자 예술이었다.
부산 출신 소설가인 저자는 2007년부터 걷기 전도사로 활동하기 시작해 현재 (사)세계걷기본부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11월 11일을 걷기의 날로 선포하고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걷기 대회', '완도 세계슬로우 걷기 축제', '관동별곡 8백리 걷기대회' 등 다양한 걷기 축제를 기획하기도 했다. 저자가 안내하는 길 여정 곳곳에는 뛰어난 자연 풍광과 소소한 이야기, 군침 도는 맛집도 숨어 있다. "인생은 여행이고 먼 여정을 떠나는 것과 같다"는 저자의 탄식처럼, 관동별곡 8백리를 걸으며 송강 정철과 저자가 느꼈을 인생의 여운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