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한결아트홀에서 열린 제16회 요산문학제 기념 '부산을 노래한다' 콘서트에서 오정환 시인이 요산 김정한 선생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배경으로 시를 낭송하고 있다. 작곡가 겸 가수 김현성(맨 오른쪽) 씨와 가수 신재창 씨는 반주와 노래를 전담했다. 이승렬 기자

-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 '이등병의 편지' 작곡가 김현성 씨
- 선생 말씀에 곡 붙이고 직접 노래
- 정일근·최영철 등 시인들의 詩도
- 가곡 탱고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에 타협한다든가 굴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은 아니다."

부산 문단의 거목 요산 김정한(1908~1996년) 선생이 한결같은 삶과 문학 역정을 통해 평생을 추구했던 가치이자 가르침인 '사람답게 살아가라'가 멋들어진 노래로 울려 퍼졌다.

지난 28일 오후 부산 연제구 한결아트홀에서 열린 제16회 요산문학제 기념 콘서트 '부산을 노래한다'에서 노래 '사람답게 살아가라'는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 윤도현 밴드의 노래 '가을 우체국 앞에서' 등을 작곡한 가수이자 작곡가인 김현성 씨가 요산 선생의 말씀에 곡을 붙이고 직접 기타 반주를 곁들여 노래를 부르자 이를 듣고 있던 60여 명의 작가와 청중들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노래를 마친 김현성 씨는 "전국의 많은 문학제에 가 봤지만, 부산 문학의 버팀목으로서 평생 못 가지고 핍박받는 사람들의 삶을 문학으로 형상화한 요산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이번 문학제만큼 울림이 큰 문학제는 없었다"며 "이 곡을 쓰는 내내 선생님의 말씀을 읽고 또 읽으며 '과연 나는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부산의 지역성을 담아낸 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인 부산의 노래 여러 편이 무대에 올라 진한 감동을 자아냈다. 노래의 리듬이나 장르도 가곡, 포크송, 탱고 풍의 가요 등으로 다채로웠다.

"여름은 부산우체국 신호등 앞에 서 있다. 바다로 가는 신호를 기다리며…"로 시작되는 정일근 시인의 시 '여름편지'는 소프라노 남순천 씨가 가곡으로 불렀고, "꽃 피는 거 꽃술 열리는 거 보인다. 책가방 들고 봇짐 지고 꽃가루 달려온다…"로 이어지는 최영철 시인의 시 '송정역 무궁화'는 가수 신재창 씨가 구성지게 불러냈다. 또 "푸른 하늘 너럭바위 물들면 의상봉에 떠오르는 은은한 달빛이여…"로 시작되는 오정환 시인의 시 '달빛', 첫 구절을 "해운대 바닷가에 홀로 앉아 마지막 기차를 기다리네…"로 풀어나가는 조성래 시인의 시 '해운대'는 흥겨운 탱고 리듬의 노래로 울림이 컸다. 전다형 시인의 요산 추모시 '그늘에 대하여-요산 김정한'은 피아니스트 이경미 씨의 반주와 함께 바리톤 최영수 씨가 웅장한 느낌의 가곡으로 불러 이채로웠다. 가사 한마디, 한마디가 요산 정신을 기억하며 오늘을 살아가려는 남은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기에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요산 선생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단편소설 '모래톱 이야기' 중 일부분을 후배 소설가인 박향, 이상섭 작가가 원작 속 표현대로 구수한 사투리를 절묘하게 섞어가며 낭송해 눈길을 끌었다.

강동수 부산작가회의 회장은 "'사람답게 살아가라'를 포함해 오늘 함께 부른 부산의 노래들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에 널리 전파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