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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에서 지역을 읽다 <4> 지역 문학관의 자리

문학관을 이야기 항아리로… 3곳 연결해 문학적 상상력 입히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3-04 19:30:33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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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문학관 전경과 요산 김정한
- '작가정신 계승·문학 활성화 공간'
- 문인들, 문학관 존재 가치로 꼽아

- 지역민 문학 향유·사랑방 활용하면
- 작가·작품은 박제의 잠에서 깨어나
- 문화공간 만드는 인식의 전환 필요

- 문학관 잇는 문화관광지도 조성
- 길목에 이야기 채우기 고민해야

■주마간산으로 작가 정신 계승 어렵다

이주홍문학관 내부와 향파 이주홍
우리는 공통의 경험과 기억을 가지고 있다. 박물관이나 기념전시관을 견학하는 방식에서. 벽면에 깨알처럼 박힌 설명과 시간순으로 진열된 유리관 안의 전시물들. 위아래 휙 둘러보면 끝. "다 봤다." 생각해 보니 언제나 보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여러 기획이 시도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기억 속에 기념관에 가는 일은 대개 유리 진열대 안에 박제된 전시품을 보는 일이었다.

문학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깨어진 그릇 대신 잉크가 번지고 빛바랜 원고지, 손때 묻은 펜, 거기다가 빠짐없이 등장하는 안경. 작가의 연보를 확인하면서 작가의 유품이나 작품을 보면 "다 봤다." 특히 부산의 문학관은 다른 지역 문학관보다 규모도 턱없이 작아 보는 시간은 더욱 짧다. 여기에다 스토리텔링으로 치장된 다른 지역의 문학관을 보고 온 사람들은 "볼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문학관이 한번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인가'이다. '지역 문학관이 왜 필요한가' 라는 당위성을 논할 때 지역 문인들은 '작가의 정신이 후대에 계승되고, 지역 문학이 활성화하는 공간'으로 문학관 가치에 주목했다. 작가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일은 말처럼 간단치 않다. 이 일이 어찌 보는 것만으로 가능할 수 있는 일인가. 결단코 진열대의 유품으로 계승되지 않으며, 보고, 만지고, 느끼고 오감으로 체험하면서 작가의 정신이 몸에 감각적으로 기입될 때야 가능한 일이다.

■살아 숨 쉬는 이야기 항아리로

추리문학관 전경과 김성종 소설가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어도, '지역 문화의 해'(2001)가 선포되어도, 서울로 향하는 현상은 멈추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문학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문학 작품의 생산과 유통, 향유에서 중앙 집중화는 오히려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기저기서 '지역 문화의 요람' '지역 문화의 거점' 등의 이름으로 생겨난 지역문학관은 반갑다.

그런데 그다음에 이들이 취해야 하는 포지션은 무엇인가. 이들의 입지점을 지역 특정 작가의 작품 전시나 작가의 추모 공간에서 그치는 데서 만족해야 할까. 혹은 우리 지역에 전국적인 명성을 갖는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다른 지역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강력한 무기로 활용하면 되는 일인가.

내가 사는 지역의 요산문학관, 이주홍문학관, 추리문학관을 탐사하면서 이 공간들의 존재 이유를 반복적으로 자문한다. 도심 골목에 위치한 요산문학관이나 이주홍문학관은 무엇보다 주민과의 인접성이 뛰어나다. 작가 정신의 계승이라는 점에서도 이러한 입지적 조건은 좋다. 요산이나 향파가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의 공간을 꼬장꼬장하면서도 깐깐하게 간섭하지 않았던가. 이웃에 위압감을 주지 않으려 주변의 담벼락 질감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문학관 건물의 외피는 그냥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이 공간들은 번잡한 골목의 끝에서 다다른 적막한 공간으로 있다. 외형적인 소란스러움을 동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공간이 무엇보다 지역민이 폭넓게 문학을 향유하고, 지역민이 사랑방으로 활용하는 장소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문학관은 건물 그 자체로 완결된 결정체가 아니다. 문학관을 이용하는 사람의 적극적인 실천행위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변신하는 얼굴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문학관에 전시된 작가나 작품은 박제의 잠에서 깨어나고, 지금-여기와 소통하면서 새로운 층위의 이야기가 생산된다. 정제된 문학관의 스토리텔링을 넘어 저마다의 요산, 향파가 새롭게 태어나고, 이리 저리 겹쳐지면서 문학관은 살아 숨 쉬는 이야기 항아리가 된다.

■문학관 인식의 대전환 필요

요산문학관이나 이주홍문학관의 운영 주체는 (사)요산기념사업회, (사)이주홍문학재단이다. 전자는 내부적으로 여러 곡절이 있었지만, 현재는 문인들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 후자는 제자들과 가족 중심이다. 추리문학관은 개인이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제일 큰 난점은 운영비다.

부산의 문학관은 한 번씩은 죽었다 살아났다. 요산문학관은 개관한 지 1년 지나면서 전기세가 없어 전기가 끊겼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사진이 교체되고, 여러 자구책이 논의됐다. 이주홍문학관은 운영비가 없어 폐관 위기를 맞으면서 문학관의 자료를 합천으로 넘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몇 년 전에 흘러나왔다. 추리문학관도 2000년 초반 운영비 부담이 커서 문 닫을 위기에 놓였다고 신문 지상에 보도되자 역으로 이 공간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지금 사정이 그리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다. "시 지원이 부족하다." "자생력이 부족하다." 이처럼 여전히 각각 볼멘소리를 내는 민·관이 언제쯤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까. 하기는 아직 문학관을 위한 독자적인 법체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도서관으로, 박물관으로 곁방살림하면서 예산을 지원받는 것이 지역문학관의 현실이다.

이 문학관들이 지역의 문화 창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적 진지가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문학관을 경험하는 인식의 대전환이다. 운영 주체나 관이나 문학관을 '보러 가는' 사람도. 물론 하드웨어가 차지하는 몫도 있지만, 지역 안에서 문학관을 지속가능한 문화공간이 되게 하는 발동기는 소프트웨어이다. 다시 말해 문화도시 부산을 만들어 내는 동력은 지어 올리는 데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지어 올린 곳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에 있다.

필자는 원주에 있는 박경리문학공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1999년 작가 박경리의 원주 옛집과 그 주변을 공원화했다. 이곳 역시 도심에 있어 지역 주민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문학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대부분이 지역민의 참여나 자원봉사로 진행된다고 했다. 이러한 기획은 지역의 주체들과 더욱 단단한 연대를 형성하면서 '지역의' 문학관 위치를 새롭게 의미화할 수 있는 지점이 됐다. 예산 지원과 전문적인 마인드를 갖춘 사람의 결합이 제대로 될 때 문학관 운영난은 제대로 해법을 찾을 것이다.

■문학관 연결하는 부산 문화지도 그리자

자, 내친김에 문학관을 연결하는 부산의 문화지도를 한번 그려보자. 요산문학관을 출발지로 잡으면 우선 범어사~우회도로에 있는 요산문학비~남산동 요산 생가와 문학관에서 요산을 만난다. 이어 동래 온천장으로 내려오면 이주홍문학관, 그가 오르내리며 사색에 젖었다는 금강공원의 산책로를 따라가 보자. 그 길에서 이주홍문학비도 만난다. 동래를 지나 해운대로 향한다. 달맞이언덕의 추리문학관에 이르면 요산과 이주홍문학관과는 또 다른 체험이 기다린다. 덤으로 눈앞에 펼쳐진 바다와 함께.

이쯤 되면 부산에도 문학관으로 잡을 수 있는 일일 문화관광지도가 만들어진다. 이동 길목에 어떤 이야기를 채워서 머무르게 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으로 채워진 문학관 탐방로가 절실하다. 이런 작업은 상징적인 문학관 건물 하나로 그칠 일이 아니라, 문학관 전시나 주변의 길목을 문학적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작업과 함께 가능하다.

서울 중심의 문화에 대한 비판의 지점에서 상상한 지역문학관이라면, 적어도 이 공간이 한 작가를 신화화한다거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의 반복적 재현을 넘어서야 한다. 지역문학관의 자리를 어떻게 잡을까에 관한 고민은 가장 원론적으로, 혹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문학적 상상력과 만난다. 이러한 문학적 상상력을 마주할 자리를 만드는 일이 문학관의 공간과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문학관이라는 건물의 건립으로 지역의 문화적 소외감이 극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다시 지역에서, 우리 동네에서 문학관이 어떤 자리를 잡아야 하는가에 관한 상상부터 시작하자.

문재원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인문한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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