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지역문화계의 반발을 무시하고 부산문화재단 민간 이사장에 최상윤(74) 동아대 명예교수 임명을 강행(본지 14일 자 2면 보도)하자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임명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 데 이어 지역 14개 대학 교수 170여 명이 긴급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부산민예총, 부산소설가협회, (사)요산기념사업회, 부산민주화기념사업회 등 30여 지역문화예술·시민단체는 14일 오전 10시 부산시의회에서 '최상윤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임명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병수 부산시장의 임명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문화단체들은 "이사장은 재단 인사권을 갖기 때문에 재단의 인적 구성과 조직 방향을 실질적으로 조정·결정하는 막대한 권한을 행사한다"며 "낡고 오래된 가치를 내세우거나 고착화한 네트워크만 있는 인물은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또 "대표이사 공모에서 낙선한 사람이 1순위로 결정된 현 대표이사의 임명권을 가진 이사장 자리에 앉는다는 자체가 부산문화재단이 제대로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부산시청 앞 도시철도 연결통로 등에서 매일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오는 23일 문화예술인과 각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토론회도 열 예정이다.

지역 대학교수들도 반대운동에 나섰다. 고신대 경성대 동아대 부경대 부산대 등 14개 대학 170여 명 교수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사태로 부산 문화의 미래가 암울하게 침체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사)부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부산예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문화재단 이사장 임명을 두고 지역 문화예술계의 분열이 심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임 이사장은 문화재단이 지역 예술문화의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신임 이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