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간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DJ 자리를 지킨 배철수.

- 10년차 25초 방송사고가 유일

- "배캠, 내 삶 자체 친구 애인
- 내가 프로그램을 떠난다면
- 영구폐지 됐으면 좋겠다"

매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퇴근길의 벗이 되어 준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25주년을 맞았다. 팝음악 전문프로그램으로 폭넓은 청취층의 사랑을 받아온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1990년 3월 19일 첫 전파를 탄 이래 하루 2시간씩 만 25년, 총 1만8000시간 이상을 방송했다. 동일 타이틀, 동일 DJ의 음악 방송으로 국내 최장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5년간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올곧게 이끌어 온 캠프지기 배철수. 그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배철수의 음악캠프' 2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세월을 돌이키고, 다양한 디지털 매체 속에서 라디오가 지닌 의미를 되새겼다.


-배철수 씨에게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어떤 의미인가?

▶라디오는 내 삶 자체다. 친구이고 애인이다. 나한테서 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떼어내면 남는 것이 무엇일까 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내 모든 스케줄은 라디오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있다. 다른 일도 라디오에 방해되면 안 한다. 돈을 많이 주면 생각해보겠다(웃음).

-1980년대 송골매의 멤버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지금은 가수보다 DJ로 더 알려져 있다.

▶하다 보니까 너무 재미있고 아주 잘 맞는 것 같았다. 음악을 하는 것보다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더 재밌다. 그래서 과감하게 음악을 완전히 접어버리고 방송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1년만 넘기자고 그냥 되는대로 했다. 지금이야 오래 했으니까 좋게 봐주시지만 처음에는 '방송환경에 잘 안 맞는 진행자'라고들 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 아주 유명한 DJ 출신이었던 당시 부장이 우리 PD에게 "저 친구는 생방송 중에 아무래도 사고 한 번 칠 것 같다. 욕을 하거나, 아무튼 오래 못 갈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청취자들도 내기했단다. 6개월 넘기나, 1년 넘기나 하고.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지난 25년간 기억에 남는 실수가 있다면?

▶굉장히 성실하고 치밀하므로 방송사고는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방송 사고는 10년 차 정도 됐을 즈음, 지금은 MBC 라디오를 떠났지만 박수현 PD와 함께 일하던 시절에 있었다. 나는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모니터하고 있었고, 박 PD는 섭외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6시가 됐다. 딴 일을 하느라 둘 다 그것을 몰랐고, 한참 음악을 듣고 있다가 밖에서 엔지니어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손짓하기에 '오늘따라 왜 저러나' 했다. 그러다 시계를 보니 정확하게 15초 정도가 지났더라. 라디오에서 15초는 굉장히 긴 시간이다. 서둘러 CD를 틀어야지 하는데 아무것도 걸린 것이 없었다. 심지어 오프닝 음악도 안 걸려 있었다. 우왕좌왕하다 보니 총 25초 정도 아무것도 안 나갔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큰 방송사고였다. 그 이후로는 방송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실수는 무지하게 많이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DJ를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하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 그저 주어진 시간을 재밌게 보내자는 생각만 한다.

-혹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그만두게 되면 후임 DJ로는 어떤 사람이 됐으면 하는가?

▶DJ 자리는 내가 누군가에게 물려주고 말고 할 수가 없다. 혹시 내가 떠난다면 이 프로그램을 영구폐지했으면 좋겠다. 훌륭한 운동선수들도 등번호를 영구결번하지 않나(웃음).

-25년 동안 방송된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갖는 존재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좋은 음악이 들리고 DJ의 실없는 농담에 피식 웃을 수 있다면 그것에 만족한다. 그게 우리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