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 거제동 복합문화공간 무지크바움에서 조상한 피아니스트의 바흐 작품 연주회가 열리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클래식 애호가 위한 고전음악 감상실에서
- 공연장·갤러리 갖춘 복합문화공간 변신

- 작지만 알찬 공연 열어 찾는 이 갈수록 늘어
- 전속 앙상블까지 결성
- 3개월마다 정기 음악회

지난 17일 오후 7시 부산 연제구 거제동 복합문화공간 '무지크바움'. 하루의 일상을 마친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100㎡가 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이지만, 어느새 30여 개의 좌석이 찼다. 여유롭게 앉아 차를 즐기는 사람부터 헐레벌떡 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람까지 다양했다.

이날 살롱음악회는 조상한 피아니스트가 들려주는 '바흐'의 집중감상회로 꾸며졌다. 강경옥(사진) 무지크바움 대표가 오픈 3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준비한 새 기획공연이었다. 첫 번째 곡으로 '이탈리아 협주곡 작품번호 971'이 울려 퍼졌다. 조 피아니스트의 섬세하고도 유려한 손놀림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특히 작은 공간인 만큼 연주자의 손동작은 물론 호흡과 표정까지 세세하게 전달됐다.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라단조'가 이어졌고 10분간의 휴식시간 후 '프랑스풍에 따른 서곡(파르티타 나단조)'이 모두 무악보로 연주됐다.

무지크바움은 애초 2012년 3월 고전음악 감상실로 문을 열었다. 중학생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즐겨 온 강 대표가 28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그간 꿈에 그리던 음악감상실을 연 것.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수십 년간 모은 3500여 장에 달하는 CD와 DVD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오픈 이후 1년간은 음악감상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했다. 2013년부터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를 꾀했다. 그해 1월 살롱음악회를 연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정식으로 공연장과 갤러리로 탈바꿈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마쳤다. 그러는 동안 입소문을 타고 단골 관객을 포함해 부정기적으로 찾아주는 이들까지 합치면 100명에 이른다.

무역업을 하는 정명철(부산 금정구 금성동) 씨는 "음악에 대해 배우고 가까운 거리에서 음악인의 숨소리까지 들으면서 감상할 수 있어 공간은 물론 음악과 음악인까지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퇴근 후 그냥 쉬는 것보다 훨씬 더 휴식을 만끽하는 기분이 들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골 관객인 직장인 김혜례(여·부산 동래구 사직동) 씨는 "직장이 강서구여서 공연시간에 맞춰 오기가 쉽지는 않지만, 사운드나 강 대표의 설명은 차원이 달라 기회가 닿는 대로 온다"고 밝혔다.

강 대표 자신이 철저한 음악 애호가다 보니 공연 에티켓을 철저하게 지킨다. 공연이 시작되고 나면 정문이 굳게 닫히고 인터미션 시간에만 열린다. 작은 공간이어서 큰 공연장보다 연주자의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 그런 까닭에 음악인들 역시 이곳에서 연주하기를 즐긴다.

공연장과 갤러리 역할로만 끝나지 않는다. 관련 동호회나 개인 음악회 대관도 이뤄지고 있다. 음악에 대한 상당한 식견을 가진 강 대표에 대한 믿음으로 그를 강사로 초빙해 운영되는 클래식 입문 모임만 5개나 된다. 음악감상실로 오픈한 까닭에 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이용하려는 개인 또는 단체 감상 요청이 많은 것은 당연지사. 동래구와 연제구의 클래식 주민강좌까지 진행돼 직장인뿐만 아니라 온 가족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소규모 문화복합공간 최초로 '무지크바움 클래식 앙상블 부산(Musikbaum Klassik Ensemble Busan)'이라는 이름으로 전속 앙상블을 결성했다. 이날 조상한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끝나고 이 앙상블의 첫 쇼케이스 무대가 열리기도 했다. 현재 조 피아니스트를 리더로 바이올리니스트 이명한 심신지, 첼리스트 윤주연 등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5~10명의 연주자로 늘려 콰르텟, 퀸텟 등 다양한 실내악 프로그램을 구성, 오는 5월을 시작으로 3개월 간격으로 정기음악회를 가질 예정이다.

강 대표는 "바흐에 이어 오는 6월에는 슈베르트 작품만을 듣는 작곡가별 집중 피아노연주회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더욱 자리매김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070-7692-0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