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라운지 52' 내부

- 사진작가 김홍희와 홍진혁 대표
- 술자리 농담처럼 시작된 구상
- 3개월 만인 지난 2월 현실로

- 외관은 영락없는 와인바지만
- 내부엔 유명 사진작품들 전시
- 예술가와 일반인 한데 어울려
- 문화의 즐거움 나누는 공간 꿈 꿔

일본 도쿄 신주쿠 구청 뒤에 낡은 집이 즐비한 골든가가 있다. 작은 이층집이 다닥다닥 붙은 술집 거리인데, 그곳의 주인장은 전직 영화감독과 작가 등 예술인이 다수다. 특히 유명한 술집 '고또지'는 일 년 내내 사진전이 열리고 문화행사가 가득해 예술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부산에 '고또지' 같은 공간 하나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호기롭게 외친 두 남자가 있다. 한 남자는 부산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김홍희(56), 또 다른 남자는 골프용품 사업을 본업으로 하면서 사진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친구를 둔 홍진혁(48) '갤러리라운지 52' 대표다. 2년 전 사진 강의를 인연으로 만난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술을 마시며 얘기했다. "뭐 재밌는 거 없을까?(김홍희)" "일 년 내내 사진 걸고 파티할 수 있는 공간 하나 만들까요?(홍진혁)" "그래, 그럼 내가 쿠바 다녀올 때까지 만들어놔.(김홍희)" "이름은 '52'입니다. 연중 52주 내내 문화와 예술 분위기가 넘치는 공간이요.(홍진혁)"

지난 13일 갤러리라운지 52에서 열린 김홍희 사진작가의 강연 모습. 김 작가는 매주 월요일 저녁 이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사진 이야기를 나눈다. 홍영현 기자

'갤러리라운지 52'는 이렇게 시작됐다. 두 사람이 술안주 삼아 시작했던 얘기는 김홍희 작가가 쿠바에 다녀온 사이 홍 대표가 부산 남구 대연동 옛 남부경찰서 뒤에 공간(66㎡)을 구하면서 현실이 됐고,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52'는 사진과 예술가, 술이 있는 문화공간이다. 겉에서 봤을 때는 여느 와인바와 다를 바 없지만 2층 계단을 올라 안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세련된 붉은 조명 아래 전국구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3개 남짓한 테이블 둘러 소파에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특히 '52'의 중심은 사진이다. 홍 대표가 공간을 만들 때부터 국내외 유명 작가의 사진을 전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김 작가가 큐레이터를 맡고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작가들의 사진을 걸어놓았다. 홍 대표는 "2주마다 전시가 바뀌는데 지금은 문진우 작가의 불꽃 사진 10점을 걸었다. 정형적인 불꽃이 아닌 찰나와 속도의 불꽃을 감상할 수 있다"며 "그동안 김홍희 문진우 정봉채 등 사진계의 내로라하는 작가의 작품을 걸었다. 김홍희의 인맥이 아니라면 꿈도 못 꿀 일"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해외 작가와 신진 작가의 작품도 소개할 예정이다.

홍진혁 대표

'52'를 채우는 이들은 예술가와 그들을 사모하는 팬이다. '52'는 매월 1, 3째주 월요일 오후 3시 이원규 시인을 초청해 시 강연회를 열고, 매주 월요일 오후 7시30분 김홍희 작가의 사진 강의도 마련한다. 음악 공연, 시 낭독, 영화 감상 등 다양한 예술을 누릴 기회도 수시로 만들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배우 이재용이 깜짝 방문해 자신의 연기 인생을 털어놓았다. 문을 연 지 두 달밖에 안됐지만 이런저런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곳을 찾는 예술가와 그들의 팬이 하나둘 몰려들고 있어 유명세를 타는 것은 시간문제다. 박주영(여·42) 씨는 "김홍희 작가의 팬이라 SNS를 통해 '52'를 알고 찾아왔다. 부담 없이 좋은 사진을 볼 수 있고 덤으로 유명 예술가와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52'는 단순히 예술가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공간에 만족할까. 이에 대해 홍 대표의 대답은 자못 진지했다. 그는 "몇 년 전 친한 친구를 잃었는데 그때 인생의 회의가 생겼고 매일매일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갈 곳 없는 예술인이 모이고 예술을 접하고 싶지만 쉽게 갤러리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발을 디딜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홍희 작가 역시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하며 예술에 대한 식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이 공간을 만들었다"는 말로 '52'에 대한 기대를 보탰다.

공간 소개와 행사 일정은 페이스북(https://m.facebook.com/loung52KR)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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