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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창동(한국), 지아장커(중국), 모스토파 파루키(방글라데시), 아딧야 아사랏(태국), 탄 추이무이(말레이시아) |
- 인도 이란 방글라데시 국경초월
- 제작·개봉도 힘들던 신인시절
- 개막·폐막작 상영돼 기회 열려
- 뉴커런츠·APM·ACF 등 초청 후
- 배급사 투자 등 후원 받기도
- 비프서 발굴된 감독·작가·작품
- 베니스 칸 등 영화제 호평 이어
- 열악하던 각국 영화산업 부활
2014년, 인도의 젊은 독립영화 감독 니틴 카카르가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사연인즉슨,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 커런츠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었던 자신의 작품 '시네마'가 인도의 대형 배급사를 통해 개봉하게 되었으며, 이 모든 것이 BIFF 덕분으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인도 역시 독립영화 감독은 제작뿐만 아니라 개봉도 힘든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니틴 카카르 역시 '시네마'를 어렵게 만들기는 했으나 개봉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하지만 BIFF의 초청을 받으면서 인도 주류 배급사의 주목을 받았고 마침내 개봉하게 됐다.
■ 거장의 든든한 후원자
BIFF는 출범 당시부터 아시아의 신인 감독, 독립영화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해왔다. 구체적으로는 쇼케이스(뉴 커런츠 부문), 프로젝트 지원(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제작 지원(아시아영화펀드·ACF), 교육(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등 분야를 통해 지원을 해왔다. 지금은 세계적인 거장이 된 몇몇 감독의 사례를 보면, 먼저 지아장커 감독의 장편 데뷔작 '소무'는 2008년 베를린영화제에 먼저 소개되었으나 BIFF는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같은 해에 '소무'를 뉴 커런츠에 초청하는 한편, 그의 차기작 프로젝트 '플랫폼'을 APM에 초청해 투자자들과 만나는 기회를 제공했다. '플랫폼'은 2년 뒤 완성되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지아장커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거장 감독들 역시 대부분 BIFF와 함께 성장해왔다. 이창동 김기덕 홍상수 감독 모두 데뷔작을 BIFF에서 선보였으며, 이후 BIFF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이창동 감독은 데뷔작 '초록물고기'(1997)부터 전작을 BIFF에서 상영하였으며, 두 번째 작품 '박하사탕'이 1999년 제4회 BIFF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당시 BIFF에 참가해 '박하사탕'을 본 칸영화제 감독주간 관계자가 이듬해 칸영화제에 초청하면서 작가 감독으로 널리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이창동 감독은 '밀양' '시'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기에 이르렀다. 김기덕 감독 역시 1997년 데뷔작 '악어'를 시작으로 거의 모든 작품을 BIFF에서 상영했으며, 2002년에는 '해안선'이 제7회 BIFF 개막작으로 초청되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은 APM과도 인연이 깊다. 1999년 '수취인불명', 2001년 '활'이 APM에 소개된 이후 완성되어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홍상수 감독 역시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1996년 제1회 BIFF에서 소개된 이후 거의 빠지지 않고 부산을 찾았으며 2002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2007년 '밤과 낮'이 APM에 초청되기도 했다.
3명 감독 모두 BIFF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데, 초창기 BIFF의 슬로건이었던 '영화의 바다로 오세요'는 이창동 감독의 아이디어였으며, 김기덕 감독은 2012년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뒤 BIFF에서 열린 축하 리셉션에서 "상의 51%는 김동호 BIFF 명예위원장에, 49% 중 10%는 BIFF에, 나머지는 저 또는 배우들, 한국 영화계에 돌린다"고 감사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거장 감독 중에는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도 빼놓을 수 없다. 1996년 제1회 BIFF에 데뷔작 '하얀 풍선'이 초청받으면서 부산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듬해인 1997년 '거울'을 만들어 그해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을 수상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공개석상에서 '거울'의 모티브를 BIFF를 찾았을 때 남포동의 엄청난 인파를 보며 떠올렸다는 후일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리고 1999년 APM에 프로젝트 '서클'을 가지고 다시 부산을 찾았고, 이 작품은 2002년 완성되어 그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이란 정부는 그의 작품이 반이슬람, 반정부적이라는 이유로 체포하였고, 그는 재판 끝에 20년 동안 활동 금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아직 그는 완전히 자유로운 몸은 아니지만, 정권 교체 이후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아시아 신인 발굴의 산실
BIFF는 아시아에서 영화산업과 제도 등이 전근대적이거나 열악한 지역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가 대표적인 경우다. 1996~2001년 탈레반이 지배했던 아프가니스탄은 영화산업 역시 황무지였다. 2002년 BIFF는 아직 장편감독으로 데뷔하기도 전인 시디그 바르막 감독의 프로젝트 '천상의 소녀'를 APM에 초청했다. 이후 이 작품은 2003년 완성되어 그해 칸영화제 초청을 받았다. '천상의 소녀'는 탈레반 정권 당시 몰락한 아프가니스탄의 영화를 부활시킨 작품이었으며, BIFF가 거기에 일조한 것이다. 시디그 바르막 감독은 지금도 BIFF를 은인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그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살해 협박 탓에 프랑스로 망명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방글라데시 역시 세계 무대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국가였지만, 2012년 이후 방글라데시 뉴웨이브가 태동하고 있다. 그 시발점은 모스토파 파루키 감독의 '텔레비전'이다. 그와 BIFF와의 인연은 세 번째 작품 '제3의 인생'(2009)부터였다. 이듬해 그의 신작 프로젝트 '텔레비전'이 APM에 초청되었고, 2012년에 ACF 후반작업 지원을 받아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해 제17회 BIFF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다. '텔레비전'의 BIFF 폐막작 선정 소식은 방글라데시에서도 커다란 뉴스였고, 이후 갑자기 재능 있는 신인 감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롤모델은 다름 아닌 모스토파 파루키이다. 지난해에는 아부 샤헤드 이몬 이라는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의 데뷔작 '잘랄 이야기'가 BIFF 뉴 커런츠에 소개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렇게 하여 지금 방글라데시 영화는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으며, BIFF가 후원 역할을 하고 있다.
2005년 시작된 BIFF의 워크숍 프로그램 AFA도 놀라운 성과를 낳고 있다. 말 그대로 아시아의 유망한 재능을 발굴하는 산실이 되고 있는 것. 2005년 AFA 출신인 인도네시아 에드윈 감독의 경우 2008년 제13회 BIFF에 데뷔작 '날고 싶은 눈먼 돼지'가 뉴 커런츠에 처음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고, 2012년 두 번째 작품 '동물원에서 온 엽서'가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을 받으면서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급부상했다. 2007년 AFA 출신 카자흐스탄의 에미르 바이가진 감독 역시 2013년 데뷔작 '하모니레슨'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2005년 AFA 출신 싱가포르의 부준펑 감독은 2010년 데뷔작 '모래성'이 칸영화제 초청을 받으면서 유망한 감독으로 떠올랐다.
BIFF에서 발굴된 새로운 작가나 작품들은 늘 이후에 열리는 주요 해외 영화제들의 관심사다. 매년 1월 열리는 선댄스영화제, 2월 열리는 로테르담영화제, 베를린영화제를 비롯해 상반기에 개최되는 많은 영화제가 부산을 찾아 새로운 아시아 영화를 뽑아간다. 아시아의 젊은 영화인들이 BIFF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태국의 아딧야 아사랏·아노차 수위차콘퐁, 말레이시아의 탄추이무이·리우성탓, 중국의 차이샹준, 이라크의 샤우캇 아민 코르키, 대만의 장영치, 카자흐스탄의 잔나 이사바예바 등이 그렇게 세계 무대로 나아갔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을 'BIFF 패밀리'라 부른다. 이처럼 지난 20년간 BIFF는 아시아의 재능있는 감독들과 '동반성장'해왔다.
김지석·BIFF 수석 프로그래머
◇ 이창동(한국)
-데뷔작 '초록물고기' 등 전작 BIFF 상영
-1999년 4회'박하사탕' 개막작 상영
-'밀양' '시'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 지아장커(중국)
-2008년 '소무' 뉴 커런츠 초청
-APM 초청 '플랫폼' 2년 후 완성,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 모스토파 파루키(방글라데시)
-2012년 17회 BIFF 폐막작 '텔레비전'
-2014년 BIFF 아시아 영화의 창 '개미 이야기' 상영
◇ 아딧야 아사랏(태국)
-2007년 12회 BIFF '원드풀 타운' 뉴 커런츠상 수상. 2013년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연출 지도. 태국서 영화제작사 운영
◇ 탄 추이무이(말레이시아)
-2006년 11회 BIFF '사랑은 이긴다' 뉴 커런츠상 수상. 2014년 부산영상위원회 한-아세안 차세대영화인재육성 연출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