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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공주' 이수진 감독, '똥파리' 양익준 감독,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 2' 오멸 감독 |
- 亞영화펀드로 제작비 보태고
-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신설해
- 저예산 작품 발굴·소개 앞장
- 다양한 관객 욕구 충족시키며
- 흥행·해외수상 '두 토끼' 잡아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권위 있는 큰 영화제인데 제목이 '족구왕'이다. 영화제에서 호응은 있었는데도 '족구왕'이란 제목으로 수상은 어렵겠다고 했다. 연단에서 호명하면 제목이 좀 우스꽝스럽지 않나. 그래도 덕분에 BIFF에서 큰 배급사들도 관심을 가져줘 많이 만났다." 영화주간지 '씨네21'의 특집기사에서 '족구왕'의 우문기 감독은 BIFF가 '족구왕'을 알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족구왕'은 2013년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선정되어 BIFF에서 첫선을 보였고 이듬해 독립영화로는 '대박'이라 불리는 관객 수 5만 명을 돌파했다.
■ 한국 독립영화의 BIFF 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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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 |
독립영화를 알리는 데 BIFF가 특별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11회를 맞은 2006년부터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을 신설한 것은 더 많은 한국 독립영화를 소개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2013년 이 부문에 선정되어 첫선을 보인 뒤 2014년 숱한 화제를 낳은 영화 '한공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BIFF 시민평론가상을 시작으로 '한공주'가 받은 상의 숫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국제영화제만 해도 마라케시 대상, 로테르담 타이거상, 프리부르 대상, 시체스 새로운 시선 부문 작품상, 도빌아시아영화제 국제비평가상, 관객상, 심사위원상 등을 받았고 주연 여배우 천우희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여자신인연기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자연기자상 등 13개 상을 수상했다.
'한공주'의 사례는 독립영화가 관객의 인정을 받는 두 가지 주요한 방식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BIFF를 찾은 여러 해외영화제 관계자들의 눈에 띄는 것이다. 많은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부산에서 화제가 된 영화 '한공주'를 보기 위해 배급사와 BIFF에 문의했고 실제로 여러 영화제에서 외국 관객의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한공주'가 부산 다음으로 처음 외국에서 선보인 영화제는 마라케시국제영화제였다. 담당 프로그래머가 부산에서 이 영화를 본 뒤 내게 '한공주'를 초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문의했고 그게 '한공주'의 수상 릴레이로 이어졌다.
모로코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이었던 미국의 거장 마틴 스코시즈가 '한공주'에 대해 극찬한 것도 이 영화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두 번째는 국내에서 주류 영화계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다. 여기엔 배우 천우희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는데 청룡영화상을 받으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제가 큰 상을 받았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천우희의 수상 소감은 독립영화가 주류 영화계와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가 아님을 보여줬다. 국제영화제의 인정을 받음과 동시에 주류 영화계의 환영을 받은 드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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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끝나지 않은 세월 2 |
'한공주'처럼 화제가 된 대표적인 영화로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 오멸 감독의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를 들 수 있다. '똥파리'와 '무산일기'는 BIFF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상을 비롯해 해외 영화제에서 영화상을 숱하게 받았다.
'지슬' 역시 BIFF 이후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주목할 만한 사실 하나는 '똥파리'와 '지슬' 두 편 모두 아시영화펀드에서 후반작업지원을 받은 작품이라는 점. 아시아영화펀드는 아시아 독립영화를 지원하기 위해 BIFF가 2003년부터 운영 중인 프로그램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위한 현금 지원과 촬영이 끝난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후반작업 현물 지원을 한다. '똥파리'는 2008년, '지슬'은 2012년에 후반작업지원을 받아 같은 해 BIFF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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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
양익준 감독은 '똥파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살던 전셋집을 내놓기도 했다. 난곡에 있던 이 전셋집은 영화 속 등장인물의 집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제작비 부족에 허덕이던 양익준 감독은 결국, 전셋돈을 빼 촬영을 끝냈고 BIFF의 후반작업지원으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어렵게 완성된 '똥파리'는 2009년 해외영화제에 가장 많이 초청된 한국영화가 됐고 국내 개봉해서도 12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독립영화와 주류 영화의 경계를 허문 영화가 '똥파리'나 '지슬' 같은 극영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워낭소리'는 '똥파리'와 같이 2008년 BIFF에 첫선을 보인 뒤 이듬해 3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300만 명이란 독립영화계에서 한 번도 꿈꿔보지 못한 숫자로 올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전까지 최다관객 수 기록이었다.
■ 다양한 독립영화의 발판
물론 BIFF가 발굴한 독립영화가 모두 흥행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성공한 영화보다 실패한 영화가 훨씬 많다. 이용승 감독의 '10분', 안선경 감독의 '파스카', 이광국 감독의 '꿈보다 해몽', 김동현 감독의 '만찬' 등 좋은 평을 받았지만 개봉 시 관객 수 3000명을 넘지 못한 영화가 적지 않다.
이런 좋은 영화들이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없는 것은 현재의 배급 구조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유명 배우가 나오고 제작비 규모도 큰 상업영화들이 펼치는 물량 공세에 대항해 작은 영화들이 설 자리는 지금 너무도 작다. 간신히 제작비를 마련해 촬영을 해내고 완성은 했는데 그다음이 막막하다. 그나마 영화제는 작은 영화가 빛을 볼 귀한 기회이고 그중에서도 BIFF는 가장 규모가 크고 언론과 관객의 주목도 역시 가장 크다.
어떻게 하면 BIFF가 독립영화의 입지를 넓히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BIFF가 '올해의 배우상'을 신설한 것은 이런 고민의 일환이다.
독립영화가 관객과 가까워지려면 감독을 집중 조명하는 것 이상으로 배우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독립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연기를 못해 독립영화에 나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뛰어난 연기, 신선한 매력을 보여주는 배우가 많은데 그들이 빛을 발할 무대가 부족할 뿐이다.
'한공주'의 천우희가 특별한 예외가 아니라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하정우, '파수꾼'의 이제훈, '혜화, 동'의 유다인, '족구왕'의 안재홍, '소셜포비아'의 변요한 등 많은 배우가 BIFF에서 이름을 알렸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2014년 '올해의 배우상'을 신설하고 '거인'의 최우식, '들꽃'의 조수향 두 배우를 첫 수상자로 선정했다.
지금 한국영화는 해마다 관객 1000만 명이 넘는 흥행작을 내놓고 있지만, 막상 다양한 취향을 만족하게 할 영화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등 잇단 흥행작이 나오고 있으나 공장에서 만든 것 같은 상업영화의 한계에 염증을 느끼는 관객도 많다. 그들에게 한국영화가 제공할 새로운 매력은 아무래도 독립영화에 있다. 흥행을 위한 공식에 매달리지 않는 독립영화는 그 자유로운 창의성으로 주류 영화가 걷지 못한 길을 만들어낸다.
사실 지금 '베테랑'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류승완 감독도 첫 영화는 BIFF에서 상영한 독립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였고 이창동, 김기덕, 홍상수 등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거장들도 독립영화 성격이 강한 영화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냈다.
초창기 BIFF가 척박했던 한국의 영화문화에 새로운 해방구를 만들었던 것처럼 지금 BIFF는 한국영화산업에 부족한 2%를 채우는 맑은 샘물이 되고자 한다. BIFF가 독립영화에서 길어 올리려는 것은 관객과 영화인 모두가 목말라하던 바로 그 샘물이다. 남동철·BIFF 프로그래머
# 한공주
◇영화제 수상 이력
-프리부르 영화제 대상
-시체스 영화제 오피셜 놉스 비젼 최우수 작품상
-로테르담 영화제 타이거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도빌아시아영화제 관객상·비평가상·심사위원상
-청룡영화상 신인 감독상 등
-백상예술대상 신인 여우상
◇총 관객수 22만 5000명
# 똥파리
◇영화제 수상 이력
-로테르담 영화제 타이거상
-도빌 아시안 영화제 대상
-한국 대종상 신인 여우상
◇총 관객수 12만 3000명
#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 2
◇영화제 수상 이력
-이스탄불 영화제 인권영화 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언급상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총 관객수 14만 400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