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개막작 리뷰- 인도판 쥘리앙 소렐의 개과천선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10-01 19:37:36
  •  |   본지 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아름다운 사원 앞에서 평화로운 표정으로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청년이 보인다. 사원 안으로 들어간 청년은 악사들 틈에 앉아 연주를 즐긴다. 청년이 음악에 빠져있는 사이 악사들이 하나둘 사원을 빠져나가고 청년은 홀로 남게 된다. 평화로웠던 청년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굳어져 있다.

이 오프닝 시퀀스가 말해주듯 개막작 '주바안'은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청년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 딜셰르는 성공을 위해 대도시로 올라온 시골 출신 청년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뿐이지만 그에게는 큰 꿈이 있다. 그 꿈을 심어 준 사람은 대기업 KSIL을 이끄는 굴차란이다. 그는 맨주먹으로 그룹 총수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10여 년 전 어린 딜셰르에게 '남이 네 인생을 쓰게 하지 말고, 네 손으로 네 인생을 써나가라'는 조언을 남겼다. 그 말을 가슴에 새겼던 어린 딜셰르가 청년이 되어 자신의 우상을 찾아 나선 것이다.

시골뜨기 청년이 그룹 총수를 만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딜셰르는 편법과 계략을 동원해 기어이 목적을 달성한다. 겨우 굴차란의 신임을 얻게 된 딜셰르 앞에 또 다른 장애물이 등장한다. 굴차란의 아들 수리아다. 어머니의 위세를 등에 업은 수리아는 딜셰르에게 무차별적인 압박을 가한다. 심신을 갉아먹는 경쟁 속에서 살던 딜셰르는 아미라를 만나면서 위안을 얻는다. 가족을 잃은 상처를 노래로 달래며 살아가는 그녀와 만나 딜셰르는 잊고 살았던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

이 영화를 연출한 모제즈 싱은 인도의 신인감독으로, '주바안'은 첫 장편영화다. 감독의 이름은 낯설지만, '주바안'은 매우 익숙한 영화다. 대부분 인도영화가 그렇듯 '주바안' 역시 춤과 노래로 많은 것을 표현한다. 거의 15분 간격으로 등장하는 춤과 노래는 서사의 빈자리를 메우기도 하고, 인물의 심리를 대변하기도 하며, 주제를 표현하기도 한다.

등장인물이나 줄거리 역시 익숙하다.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계략과 음모를 꾸미는 딜셰르의 모습은 '적과 흑'의 쥘리앙 소렐이나 '성공시대'의 김판촉 모습과 겹친다. 목적을 달성하려고 경쟁자에게 폭행을 가하는 모습에서는 수많은 조폭 영화 주인공이 떠오르기도 한다. 주인공과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여인, 주인공의 출세를 돕는 재벌, 무능력하지만 권력욕은 강한 재벌 아들, 거기에 남편을 우습게 여기는 교양 없는 재벌 부인 등 주변 인물 역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이 익숙한 흐름은 영화 종반부에 이르러 깨진다. 쥘리앙 소렐이나 김판촉이 파멸의 구렁텅이에 떨어진 것과는 달리, 딜셰르는 성공의 문턱에서 욕망을 접고 평화로운 음악의 세계로 귀의해 버린다. 일관성 있는 서사구조를 가진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이라면 딜셰르의 갑작스런 개과천선에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도 한국영화도 아닌 인도영화다. 리얼리티나 개연성 같은 것은 잠시 잊고 흥겨운 춤과 노래에 몸과 마음을 맡기면 인도영화의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김이석 동의대 영화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5. 5‘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6. 6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9. 9부산예술대학교 내년 2월 폐교…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원인
  10. 10[근교산&그너머] <1480> 창원 무학산 둘레길 2코스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6. 6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7. 7李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43%…민주 35%·국힘 25%
  8. 8[속보]119센터가 이송병원 지정…‘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국회 통과
  9. 9[속보] 이 대통령 “정치검찰 시대 막 내려…이제 경찰개혁이 주요 과제”
  10. 10[속보] 민주, "전두환 내란 아니다" 국힘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 제출
  1. 1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2. 2“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3. 3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4. 4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5. 5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부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25% 첫 돌파…2050년엔 43%
  9. 9“부산테크노파크 원장에 심재운 후보자 적격”
  10. 10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부산예술대학교 내년 2월 폐교…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원인
  3. 3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부캉이’ 내일 다시 바다로…길이 50m 그물로 외해 유도
  6. 6“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7. 7"부캉이 덕분" 이디야커피 북항친수공원점 대표, 부산 동구에 고향사랑기부금 전달
  8. 8[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9. 9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5. 5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6. 6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7. 7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8. 8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9. 9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10. 10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