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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다리 |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부산의 영화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처음에는 모두 반신반의했으나 1회 BIFF에 관객 18만 명이 몰리면서 대성공을 거두자 자신감을 얻은 부산시는 부산영상위원회,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 영화의전당 등 영화 관련 인프라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으며 부산을 화려한 영화 축제의 도시이자 영화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부산의 영화산업은 아직 빈약하다. 영화 축제를 영화산업으로 연결하기엔 서울과 지역의 인식 차이가 컸고, 시의 전략도 치밀하지 못했다. BIFF 역시 영화제를 키우느라 지역 영화산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 20년간 BIFF가 서울의 독립영화 감독 여럿을 세계 무대로 내보냈지만, 정작 부산의 영화 인력을 돌아보는 데 인색했고, 결과적으로 부산 영화계에서는 BIFF 키즈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게 단적인 사례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만큼 이제는 부산에서 BIFF의 혜택을 받은 'BIFF 키즈'를 제대로 키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부산의 BIFF 키즈는 없다?
'BIFF 키즈'란 BIFF의 선택을 받아 영화를 소개하고, 다음 영화 프로젝트를 만들 발판을 마련하며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영화인을 일컫는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 영화계에 BIFF 키즈는 없다.
물론 BIFF에 초청받은 영화는 여럿 있다. 1997년 김희진 감독의 '범일동 블루스'가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받아 큰 기대를 모았다. 전수일 감독 역시 올해 '파리의 한국 남자'를 비롯해 '콘돌은 날아간다' '핑크' 등이 BIFF의 초청을 받았다. 하지만 BIFF 초청이 이들의 차기 프로젝트로 연결되거나 후배 영화인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김 감독은 영화 작업보다 문화기획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고, 전 감독은 경성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나, 자신의 영화 작업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BIFF와 부산 영화계는 소원했고, 소통하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BIFF가 부산의 영화계와 활발히 소통하지 못했던 이유는 처음부터 눈높이가 달랐기 때문이다. BIFF의 출발점은 세계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고, 세계적인 영화제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영화를 포함한 아시아영화를 내세워야 했다. 그렇기에 부산보다는 한국, 한국보다 아시아의 영화를 눈여겨봤다. 하지만 부산의 영화계는 이런 부분에 섭섭함을 나타낸다. 동의대 김이석 교수(영화학과)는 "세계 최고인 칸영화제는 프랑스 거장의 영화 외에도 신인의 영화를 선택해 이들을 국제무대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BIFF는 부산의 토대를 돌아보지 않았고 어떻게 보면 영화제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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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진은 예쁘다 |
계운경 감독('언니')과 박배일 감독('나비와 바다') 등 부산 다큐멘터리 감독의 영화가 BIFF에 초청되는 사례는 간헐적으로 있었는데, 장편 극영화 분야에서는 2007년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BIFF가 젊은 독립영화 감독을 발굴하기 위해 2006년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을 신설한 이후 2007년 경성대 연극영화과 출신 박준범(36) 감독의 첫 장편영화 '도다리'가 이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후 2011년 장희철(40·'미쓰진은 예쁘다'), 2012년 김병준(30·'개똥이'), 2013년 서호빈(31·'못'), 2014년 손승웅(35·'영도') 등 매년 부산 젊은 감독의 장편영화가 BIFF를 찾았다. 올해는 최용석(37·'다른 밤 다른 목소리') 감독이 '한국영화의 오늘-비전'에 이름을 올렸고, 김병준 감독('소시민'·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도 BIFF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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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똥이 |
이들이 BIFF 키즈가 될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은 영화제 초청을 계기로 각자의 영화 작업 방법을 터득하고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스스로 힘으로, 또는 서울의 배급사와 연결해 전국 극장에서 영화를 개봉했으며 차기작 작업도 시작했다. 영화를 한 편 내놓은 뒤 몇 년간 잠잠하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영화 작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기에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단 얘기다. 박준범 감독은 "2007년 BIFF에 초청됐을 때 많은 영화인을 만나고 배급의 가능성도 열 수 있었으나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것 같다. 어쨌든 BIFF의 경험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고 배급하는 데 다양한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것을 하나씩 실현하며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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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
최근 젊고 재능 있는 부산의 감독이 하나둘 발굴되고 있고, 영화 창작 생태계 조성을 위해 시, 부산영상위원회, 롯데그룹이 영화펀드 조성과 영화 기획·개발 지원, 시나리오 작가 발굴 등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BIFF도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부산의 인력이 만든 가능성 있는 영화 프로젝트나 작품에 관심을 두고, 꼭 영화제 초청이 아니더라도 BIFF의 인력들이 확보한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의 영화를 바깥으로 소개하는 중간 매개자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부산영상위 배소현 제작지원부장은 "부산 영화는 원래 예술적 성향이 강했는데 최근 젊은 감독들은 다양한 소재와 연출로 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의 영화가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기획·개발과 배급, 투자 유도 등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은 "부산 영화계와 소통에 소홀했다는 지적은 인정한다. 다만 매년 아시아 최고 영화제가 부산에서 열리는데 부산 영화계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면서 "최근 부산 출신 영화인이 서울, 아시아를 경험하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면서 부산의 영화 토양이 더 풍부해졌다. 이들과 함께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 영화제 안에도 부산 인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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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 |
20년간 BIFF가 빠졌던 딜레마가 있다. 바로 BIFF 내부에 부산 인력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그동안 BIFF는 영화제를 키우는 데 급급해 사무국의 호흡을 중시했고, 창립 멤버를 중심으로 인연이 있는 영화인들을 끌어들여 주요 보직에 앉혔다. 하지만 이후 새로운 인물의 수혈이 더뎠고, 외부에서는 BIFF 조직이 폐쇄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 BIFF 내부 구성원 면면을 살펴보면 영화제의 핵심인 프로그래머의 경우,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를 제외한 6명 모두 서울에서 주로 활동했던 이들이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부산이 고향이긴 하나 미국에서 공부하고 서울의 영화제에 있었기에 부산의 인력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 BIFF 사무국도 마찬가지다. 사무국장을 제외하고 중간관리자급인 사무차장과 실장(5명) 중 부산 출신은 1명뿐이다. 세계 최고의 영화제를 지향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더 다양한 경력과 스펙을 갖춘 전문 인력을 수혈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20년간 BIFF 사무국 안에서 허리 역할을 할 부산 인력을 키우지 못한 것은 상대적으로 지역 인재를 끌어들이고 키우는 데 소홀했음을 방증한다.
이에 대해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사무국 실무를 맡은 상근직 스태프 34명 중 20명이 부산 출신으로 이들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실력을 쌓고 있다"면서 "부산의 인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개인적인 이유 혹은 호흡이 맞지 않아 잘 되지 못했다. 부산의 영화 인력을 끌어들일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2007~2014년 BIFF에 초청된 부산 출신 감독의 장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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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박준범 감독, 장희철 감독, 김병준 감독, 서호빈 감독, 손승웅 감독 |
- 도다리(박준범 감독)
- 미쓰진은 예쁘다(장희철 감독)
- 개똥이(김병준 감독)
- 못(서호빈 감독)
- 영도(손승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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