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리뷰] '바닷마을 다이어리'

소소한 일상이 주는 위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10-05 18:55:15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네 자매가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책임감이 강한 장녀 사치(아야세 하루카)는 여동생들을 보며 '일찍 다녀라' '편식하지 마라' '집안일 좀 거들라' 등의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잔소리가 듣기 싫은 둘째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가 말대답을 하자 사치는 기다렸다는 듯 화를 낸다. 자매의 티격태격 말싸움이 시작되자 셋째 치카(카호)는 중재하고, 이제 막 세 자매의 막냇동생이 된 스즈(히로세 스즈)는 어쩔 줄 몰라 한다. 네 자매의 일상은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다. 그러나 소소한 일상은 쉽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바닷마을 '카마쿠라'에 사는 세 자매가 아버지의 장례식장을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버지의 외도로 부모가 이혼하고 15년 동안 아버지를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일까. 아버지의 부고를 들은 세 자매에게서 그 어떤 그리움이나 원망의 감정도 느낄 수 없다. 그런데 세 자매는 의례적으로 참석한 장례식장에서 이복 여동생 스즈와 처음 마주하고 쉽게 발을 돌릴 수 없게 된다. 스즈가 친모가 아닌, 계모와 살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치는 나이보다 의젓해 보이는 스즈를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이 기억났는지 즉흥적으로 함께 살자는 말을 건넨다.

다른 여자를 사랑해서 떠난 아버지, 자신의 인생을 위해 세 자매를 버린 엄마, 이제 배다른 동생까지. 세 자매의 삶이 평탄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그들의 슬픔이나 분노의 감정을 담지 않는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함께 음식을 먹으며,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내는 데 치중한다. 이때 세 자매가 일상을 공유하는 것, 그러니까 애인에게 차이거나,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는 것은 상처(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제 막내 스즈의 상처가 보인다.

스즈는 세 자매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았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며 언니들과 함께 살아도 되는지 고민한다. 이때 사람들은 스즈에게 말한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 "엄마에 대해 말해도 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도 괜찮아". 여기서 세 자매는 스즈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강제로 말을 걸지 않는다. 스즈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순간이 바로 세 자매의 진짜 동생이 되는 날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이웃의 죽음, 연인과의 이별 등을 겪었음에도 네 자매의 일상은 어제와 같다.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출근하고, 애인을 만나고, 잠이 들고, 다음날이 오면 또 밥을 먹는다. 봄이 오면 벚꽃을 보고, 여름에는 매실주를 담그고, 당장 오늘 저녁에는 무얼 해먹을까? 등과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을 걱정하는 삶이다. 일상의 시간이 쌓여가면서 스즈와 세 자매는 그렇게 가족이 된다.

영화의 관객들은 세 자매의 일상을 통해 '위로'받을지 모른다. 영화는 가족과 언제 밥을 먹었는지 까마득한 나에게, 계절의 변화를 잊고 사는 우리에게, 고통을 나누는 법을 잊은 현대인에게,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조곤조곤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필남 문학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6. 6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7. 7[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8. 8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9. 9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0. 10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9. 9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7. 7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0일
  9. 9“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