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리뷰] '화려한 샐러리맨'

틀에 박힌 일상, 우리시대 '을'들의 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10-06 18:45:10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홍콩 누와르 장르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을 언급하라면 '조니 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를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은 누가 뭐라고 해도 '흑사회' '익사일' '참새' 등의 홍콩 누와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니 토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상업과 예술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스타일이란 '규정될 수 없는 것'임을 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호접비'나 '단신남녀' 등을 통해 사랑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화려한 샐러리맨' 또한 이에 속하는 작품이다. 조니 토가 처음으로 뮤지컬 형식을 차용했다는 점, 사무실의 모든 문을 없애고 사방을 볼 수 있게 만든 영화 공간, 쟁쟁한 배우들의 등장까지. 영화는 보고 듣는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사유'하도록 만든다.

광고회사 '존스&선' 이곳은 누구나 선망하는 회사지만 이곳에 근무하는 샐러리맨들의 현실은 끔찍하다. 영화의 오프닝은 샐러리맨들의 삶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출근 시간 지하철에서 수백 명의 직장인이 쏟아져 나오고, 하나같이 검정 색깔의 정장을 입고 있고,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진 사무실에서 일하고 늦은 시간 퇴근한다.

첫 출근을 한 어수룩해 보이는 리샹과 회장 딸 치치도 마찬가지이다. 부회장 데이비드(진혁신)는 회계부 사원 소피(탕웨이)를 꼬시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호 회장(주윤발)은 그의 정부이기도 한 장 사장(실비아 창)에게 1대 주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회계감사가 시작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보시다시피 영화를 끌어가는 주인공들이 많아 이야기가 분산될 거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하고, 회사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사건이 압축되기에 이야기에 집중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다. 또한,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샐러리맨들'이다. 상사에게 아부하고, 매일 야근해야 하며, 회식에 동원당하는, 분노해야 할 상황에서도 늘 웃음으로 무장해야 하는 이 시대 '을'들 말이다.

영화는 샐러리맨의 일상을 다루는 것과 더불어 '사랑'이란 무엇인지 묻게 한다. 영화 속 사랑은 로맨틱과 거리가 멀다. 무서우리만치 정치적인 관계이다. 주인공들에게 관계란 욕망(돈, 직장, 명예)이 내재하여 있음을 뜻하고, 속내를 숨겨야만 관계가 지속할 수 있다. 오로지 사랑이 전부였던 소피와 삼각관계가 들통 난 데이비드가 자신들의 속내를 들켜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한 홍콩 직장인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조니 토는 사랑 또한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재연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러나 생활에 늘 불행만 있는 건 아니다. 비가 오고 나면 해가 뜨기 마련이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이 무료한 일상도, 날씨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임을 고려한다면, 지금을 버텨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김필남 문학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6. 6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7. 7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8. 8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9. 9“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10. 10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4. 4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5. 5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6. 6강신철 “DMZ 北지뢰제거작전은 역사상 처음…단호한 대응이라고 본다”
  7. 7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8. 8조희대 “재제청 요구 헌법적 근거 없어" 거부 입장 재확인
  9. 9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10. 10부산 영도 출신 이언주 의원, 부산·울산서 '공짜 질서는 끝났다' 북콘서트 개최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3. 3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4. 4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5. 5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6. 6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7. 7기업 보유 토지 공시지가 공시 의무화…‘땅부자’ 상장사 수면 위로
  8. 8“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9. 9[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10. 10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8. 8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속보] 북항 상어 '부캉이', 체장 3m 흑상어 암컷으로 최종 확인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