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리뷰] '택시'

특이하지만 비판과 유머 사이 달리는 택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10-07 19:10:19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화는 특이하다. 촬영 장소는 택시이고, 주인공은 택시를 타는 승객들이다. 영화의 감독은 택시를 모느라 분주하다. 택시 안에는 남자와 여자 승객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 격렬하게 논쟁 중이다. 남자는 범법자들을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뒷좌석에 앉은 여자는 범죄의 원인 규명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이들의 논쟁은 각자의 목적지에 도착하고서야 끝난다.

첫 번째 승객이 내리고 감독이 무언가를 슬쩍 건드린다. 어라, 뒷좌석에 여자 말고 남자가 한 명 더 앉아 있다. 감독이 티슈통에 숨겨놓은 카메라의 위치를 변경한 것이다. 불법 DVD를 파는 남자는 승객들이 내리자마자 자신이 파나히 감독의 팬임을 자처하고, 앞좌석으로 자리를 옮긴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택시'는 승객을 태우고 테헤란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감독은 택시 운전하랴, 카메라 위치 신경 쓰랴, 승객들의 말도 들어야 해서 정신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감독은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영화적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택시 안에 있는 카메라는 정면으로 고정되어 있어 관객들은 승객의 정면 얼굴만 볼 수 있다. 그런데 가끔 카메라가 움직이는데 이때 파나히 감독이 왜 거장이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카메라가 택시에서 내린 남자의 뒷모습을 뒤따른다. 우리는 그제야 남자의 몸이 정상과 다름을 알게 된다. 택시에서 그는 평범한 청년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오토바이 사고로 피투성이가 된 세 번째 승객을 돕는 데 앞장섰고, 먹고 살기 위해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런데 감독은 택시 바깥에 서 있는 남자를 비춤으로써 관객들의 사고를 멈칫하게 한다. 택시에 있을 때 남자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면, 그의 작은 키(난쟁이)를 본 순간 그가 우리와 '다른' 사람임을 인식한다. 다시 말해 감독은 편협한 우리의 시선을 확인하도록 만든 것이다.

영화 '택시'의 신의 한 수는 감독의 조카가 등장하는 부분부터다. 정오까지 알리의 샘에 도착해 물고기를 놓아줘야 자신들이 죽지 않는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던 할머니들을 겨우 다른 택시에 태워 보내고, 감독은 조카를 만나러 간다. 영화를 찍는 과제를 위해 삼촌을 만난 조카는 현실을 보여주되 불편한 상황을 촬영해서는 안 된다는 학교 선생의 지침을 이해할 수 없다며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지금 여기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인데 불편한 상황을 촬영해서는 안 된다니…. 아이는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여성들의 인권, 표현의 자유와 억압, 정치와 법 등의 민감한 문제를 승객들의 입을 통해 전달하는 영화 '택시'는 이란 현실을 비판하고 있지만 과하지 않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유머, 테헤란의 회색빛 풍경, 깜짝 놀랄만한 엔딩샷까지.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왜 이 영화를 황금곰상으로 선택했는지 알 것 같다. 극장을 나오며 시네필들의 웅성거림을 듣는다. 그들은 모두 영화를 보고 '다른 해석'을 내어놓는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좋은 영화, 감독의 힘이 아닐까.

김필남 문학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4. 4[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5. 5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6. 6[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7. 7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8. 8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9. 9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10. 10“美·이란, 호르무즈 재개방 위한 단계적 합의 모색”
  1. 1[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2. 2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3. 3[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4. 4[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5. 5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6. 6국힘, 지뢰 사고 조사 지연 비판... "보고 체계 공개" 촉구
  7. 7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려와" (종합)
  8. 8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9. 9우크라이나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 이미 한국 입국해
  10. 10“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4. 4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5. 5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6. 6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7. 7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8. 8[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9. 9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10. 10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3. 3귀성·귀경길 정체 지속…부산→서울 8시간10분
  4. 4호주 시드니 총격 사건 세 번째 용의자 체포…한국계 20대 남성
  5. 5민형배 전남광주시장 “제주항공 유족 위해 특별팀 다시 꾸릴 것”
  6. 6'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7. 7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8. 8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9. 9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10. 10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1. 1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2. 2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3. 3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4. 4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5. 5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6. 6[속보]한국 카누, 아시안게임 남자 카약 4인승 500m 금메달
  7. 7부상 악재 이정후, 사실상 시즌 아웃
  8. 8육상 8년 만의 금빛 질주 기대…육상 29일까지 ‘골든데이’
  9. 9셔틀콕 女단체 4강행…배드민턴 女단체전 2연패 시동
  10. 10프로농구 시범경기 24일 점프볼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지볼트의 ‘일본’과 조선인들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붉은 요새, 그 절제 뒤 숨겨둔 보석같은 이슬람 건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김민정-도시의 숲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디세이’ 6주 연속 1위 질주, 역대 외화 관객 수 7위 올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3일 (음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2일 (음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1740년 영조가 성균관 문묘서 석전 거행 때 남태회가 지은 시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