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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주 시인 |
요즘도 시인들은 모이면 "시란 이런 것이다" "시는 이래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시인이 시를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그런데 굳이 "시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는 시인도 있는데, 이들은 시에 관해 말할 시간에 삶을 시로 쓴다.
이런 시인을 '삶이 시에 들어오고 시 쓰기가 삶이 되는 시인'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김석주(69) 시인이 바로 그런 개성의 시인이다. 삶의 표정과 국면, 실존에 관한 물음과 사회 비판 의식이 그의 시에 들어오고, 그의 존재증명은 순전히 시 쓰기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도통 연락이 없다가 불쑥 시집이나 신작을 보내왔을 때, 새삼스럽게 그가 의연하게 시를 쓰며 잘 살고 있음을 느끼는 그런 시인이다.
최근 나온 '함성'(작가마을 펴냄·사진)은 김석주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1986년 등단한 김 시인은 이번에 시선집 '행복한 사람'도 함께 펴냈다.
시집 '함성'에는 함성 소리가 있다. 이런 목소리다.
'머물러 다오 / 한 사나이의 눈물이 깃발이 되고 / 별이 되어 목청껏 노래할 때까지 / 사랑이여 그대 저 어귀의 장승처럼 / 내 곁에 당당히 머물러 다오 // 울먹이는 양떼 / 욕망은 미친 들개처럼 / 풀밭 위에 나뒹굴고 / 선혈이 낭자한 우리들의 꿈 / 그 암울했던 통곡의 밤과 / 활개 치는 저 어둠에 맞서 / 밤새워 애간장을 태워야 했던 / 끝없는 가슴앓이 // 머물러 다오 / 한 사나이의 절망이 등불이 되고 / 승리자의 푯대처럼 펄럭일 때까지 / 사랑이여 그대 저 스치는 바람처럼 / 내 곁에 다정히 머물러 다오'('어떤 기도' 전문)
한 사나이의 눈물이, 절망이 깃발이 되고 등불이 될 때까지 "사랑이여 머물러 다오"라고 칠순 시인은 노래한다.
가톨릭 교인인 김 시인은 젊은 날 독하게 고생했다. 1986년 등단한 뒤로 삶 속에서 만나는 서정시를 많이 썼지만, 일본 군국주의 잔재를 비판하고 우리 민족의식을 지키는 시도 꾸준히 썼다. 첫 시집 표제작 '조선고추'는 상징적인 작품인데 이번 시선집에 실었다.
'…누런 햇된장에 꽁보리밥과 / 넘치는 인정과 더불어 멋들어지게 어울리던 / 아, 조선고추 / 이 땅의 추상 같은 위대한 기상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