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佛 극단 '수전노' 자막사고
- '아티스트 토크' 다음날 진행
#러시아 국민배우
"부산 시장을 비롯해 기립박수를 보내준 관객들의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관객과 배우가 100%를 느낀 연극이 되었습니다."
팔순의 러시아 국민배우가 한국에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인 소감을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제13회 부산국제연극제 개막작 '하녀들'(6, 7일 부산문화회관)의 예술감독으로 첫 방한한 로만 비크튜(Roman Viktyuk)를 부산예술회관에서 지난 7일 만났다.
1956년 데뷔한 그는 배우, 연출, 러시아 국립연극대 교수로 활동하며 러시아 인민예술가상(People's Artist of Russia)을 수상했다.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 도착해서 산, 바다, 하늘을 보고 아래를 보니 아이들밖에 없었어요. 아이들 눈 속에서 행복을 봤어요. 장난을 쳐도 허락되는 아이처럼 나도 아이들의 허락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들으니 어린이날이라서 그렇게 아이가 많았다고 하더군요.(웃음) "
비크튜 감독이 하녀들을 초연한 것은 러시아 출범 전인 1988년 구소련 체제에서다. 그는 "시민에게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유 없는 사회는 사랑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이후 한국을 포함해 37개국에서 이 작품을 공연하면서도 여전히 같은 메시지를 담았다"고 했다.
비크튜 감독은 "연극은 비싼 명품처럼 가치있는 마음을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바꿔놓은 것"이라고 했다. TV와 영화 등 볼거리가 범람하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고유한 존재 의미를 갖는다는 뜻으로 "연극은 바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옷깃에 달린 푸른 브로치를 가리키며 "아기처럼 깨끗한 눈을 상징한다. 이것이 내가 지향하는 연극 정신"이라고 했다. "하녀들을 보면서 어린 아이가 된 것처럼 즐거워하며 다같이 어린이날이 된 것처럼 말이죠."
#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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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극단 LMN '수전노'의 박스. #프랑스어듣기능력시험#프랑스 지하철에 노약자석 놓아드려야겠어요#수전노의 상자 속엔 돈이 아니라 자식의 장난감이#아부지 |
부산국제연극제에서 자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실연(實演)하는 연극에서 자막은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결국 7일 부산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상연한 프랑스 극단 LMN의 '수전노'에서 자막 사고가 났다. 무대 양 옆 스크린에서 제공되던 자막이 처음부터 어긋나기 시작하더니 공연 시작 30분쯤부터는 아예 제공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공연은 그대로 진행됐고 일부 관객들은 중간에 퇴장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제연극제 사무국은 8일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코메디아델아르떼 (Comoedia dell'arte)라는 장르의 특성상 즉흥적인 요소로 진행되면서 실제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장면과 제작된 자막이 다르자 프랑스 공연단체 측 자막 진행자가 자막을 꺼버린 것이다"고 설명했다.
자막 사고로 하루 연기돼 8일 열린 수전노의 '아티스트 토크'는 어버이날답게 펼쳐졌다. 수전노는 돈을 모으기만 하고 쓰지 않는 늙은 아버지와 그의 자식들의 이야기다.
프랑스 배우들이 "노인을 어떻게 대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한국 대중교통에서는 프랑스에 없는 노약자석이 있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젊은 한국 관객이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도 읽혔다"고 하자 배우들은 "수전노가 죽을 때까지 간직했던 박스에는 사실 돈이 아니라 자식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들어있었다"고 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