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땀으로 만든 물의 연극

괴테 파우스트 2부를 각색, 한국극단 하땅세 '파우스트'

  •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   입력 : 2016-05-10 19:06:3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무대를 온통 휘감는 '물'로
- 서사 아닌 이미지 표현에 집중

마치 편집되기 전 영화의 제작 현장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남녀 배우는 슬로우모션으로 연기하고 두 배우 뒤에 쭈그려 앉은 이들이 무대에 깔린 얕은 물을 퍼 올려 물보라를 만든다. 바닥의 물을 휘저어 파도를 일으키고 온전히 몸을 던져 물의 '결'을 드러내는 것도 배우다. 아마 영화였으면 CG로 '추가'하거나 편집으로 '삭제'해 매끈하게 처리해야 할 잉여다.

배우가 대사하기 위해 허겁지겁 스탠딩 마이크로 달려오는 장면도 수차례.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너무도 간단한 일을 이들은 (의도든 의도가 아니든) 수고로운 땀이 깃든 노동으로 표현한다. 60분 동안 바닥을 뒹구느라 물에 빠진 생쥐가 된 배우의 모습에 바다를 비옥한 땅으로 만들려 애쓴 파우스트의 마지막 장면이 겹쳐진다. 시시포스의 돌 같았던 연극을 마친 배우가 또 하나의 파우스트였다.

제13회 부산국제연극제 한국 극단 하땅세의 '파우스트'가 8~1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괴테의 파우스트 2부를 중점으로 만들었다. 파우스트가 메피스토와 계약 후 고대 그리스 헬레나와 만나고, 전쟁에 승리한 공으로 황제에게 하사받은 해안 지대에 간척사업을 진행하는 장면 등을 그린다.

하땅세의 극에서 중요한 것은 물을 이용한 이미지의 구현이다. 8일 공연 뒤 열린 '아티스트 토크'에서 윤시중 연출은 "서사가 아니라 이미지와 감성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었다. 물을 이용하고 상황과 연극성으로 가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극장 1400여 객석을 포기했다. 무대 장막을 친 뒤 물을 깐 무대 주변에 'ㄷ'자 형태로 간이의자 300개를 놓았다. 윤 연출은 "관객과 더 가깝게 소통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극 후반부 무대 장막이 오르고 대극장 붉은 객석이 또 하나의 무대로 활용된 장면도 있었다. 젊은 여성 배우가 연기한 메피스토는 빨간 곱슬머리 가발을 쓰고 야광 조명 장치를 단 밴드와 함께 등장해 라이브 연주로 흥을 돋웠다. 배우는 "나이트클럽 '삐끼'같은 모습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했다. 연출자 역시 "파우스트 안에 이미 악마성이 있고 메피스토는 악마성을 발현시키는 촉매제 정도로 보고 친구처럼 편한 존재로 설정했다"고 했다.

관객의 반응은 엇갈렸다. "잘 봤다"는 관객도 있었지만 "엉터리"라고 혀를 차며 공연장을 빠져나간 노년 관객도 있었다. 국제연극제 관계자는 말했다. "세기를 초월해 계속 새로운 형태로 재현되는 것이 바로 근대 희곡의 힘인 만큼 이번 연극제의 취지를 오히려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위용 드러낸 기장촬영소…부산 대작영화 길 열렸다
  3. 3전재수 금품수수 의혹 증거인멸 前 보좌진 4명 유죄…1명 법정구속
  4. 4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5. 5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6. 6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7. 7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8. 8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9. 9“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10. 10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1. 1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2. 2“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3. 3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4. 4[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5. 5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6. 6軍 “향후 발생 상황 모든 책임 전적으로 北에…책임있는 조치 강력 촉구”
  7. 7유엔사 “DMZ 지뢰 폭발, 정전협정 위반 판단”
  8. 8‘핵잠수함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종합)
  9. 9與 “미래기금으로 지방정부 지원 축소될 일 없어”
  10. 10“北 김주애 후계 내정자 입지 강화…키 160cm·몸무게 50kg 이상”
  1. 1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2. 2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3. 3부산지역 건축물 노후화 심각… 63.3%가 지은 지 30년 이상
  4. 4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법원 인가…정상화 첫발(종합)
  5. 5亞·유럽게임 대거 참가…지스타 판 커진다
  6. 6정부 '발전 5사 통합준비委' 발족…내년 10월 단일법인 출범
  7. 7부전~마산 복선 전철 터널 붕괴 원인 조사 기간 7주간 연장
  8. 8공정위, 5개 항공사의 부산~괌 노선 공급 좌석 축소 요구 거부
  9. 9도토리 숲 언덕서 ‘휴식 한 모금’…바리스타과 겸임교수 깊은 손맛
  10. 10해양·AI 중심 ‘플라이아시아’ 내달 개최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전재수 금품수수 의혹 증거인멸 前 보좌진 4명 유죄…1명 법정구속
  3. 3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4. 4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5. 5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6. 6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7. 7혈세 쓴 도시재생 거점시설 2년간 텅텅
  8. 8부산·울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6명뿐
  9. 9교실로 들어온 ‘북극항로’…지구본 만들며 배워가요
  10. 10윤산터널 돌발상황, AI 실시간 감지
  1. 1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2. 2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3. 3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4. 4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5. 5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6. 6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7. 7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8. 8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9. 9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10. 10‘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부산의 기사식당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9일 (음 8월 19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