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전북 정읍에서 황토현 동학농민혁명기념제의 부대행사로 신(新)만민공동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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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의 판화 '칼노래'(1905). 동학을 창도한 수운대신사(최제우)의 '검결'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국제신문 DB |
'사람이 곧 한울님(인내천)'이라는 동학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자, 서울 부산 등에서 동학을 사랑하는 300여 명이 함께하였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 모임에서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모두 15개의 다양한 의제를 선정하고 참가자들은 조별로 나누어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신만민공동회'라 이름 붙인 것은 1898년 독립협회가 대중 집회 형태로 시작한 '만민공동회'가 직접 민주주의적 의사 결정의 출발이었다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였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과 안전사회 실현'이란 주제도 논의되었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도 신만민공동회에 참가했다. 나는 유민아빠로 알려진 김영오 씨와 같은 조에 편성되어 '동학 핵심 사상을 통일운동의 밑거름으로'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행사 이튿날 때마침 어버이날을 맞아 동학농민혁명기념제에 참가한 학생들이 세월호 희생자 부모들을 찾아 어버이날 노래를 불러주었다.
이 자리에서 유민 아빠는 학생들에게 "노란 리본은 세월호뿐만 아니라 생명 존중의 의미이다. 노란 리본을 달아 달라.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며 노란 리본을 선물로 나누어주었다.
유민 아빠의 소망은 소박했지만 절실했다. 그는 진실이 묻히고 잊히는 것을 두려워했다. 세상은 '세월호'를 잊으라 하고,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불온시하기도 한다. '세월호'만 그런 게 아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망월동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함께 부르지(제창) 못하게 하고, 36년 전 '광주사태'의 책임자 전두환은 자신이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둘러댄다.
'이제 그만 잊으라'를 넘어 국민을 속이고 대중의 기억을 왜곡하고 조작하려 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날 '일본군 위안부'를 강제하지 않았다고 지치지도 않고 거짓말을 해댄다. 본래의 기억은 간데없고 왜곡된 역사로 채워지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불의가 정의로 둔갑하기도 한다.
동학의 영원한 주제의 하나는 '근본을 잊지 않는 것'이다. 수운선생(최제우·1824~1864)은 자신의 깨달음을 21자 주문으로 만들어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지기금지원위대강(至氣今至願爲大降)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 영세불망만사지(永世不忘萬事知).
이 주문 가운데 '영세(永世)'는 사람의 한평생을 뜻하며, '불망(不忘)'은 생각을 보존한다는 뜻이다. 해월(최시형·1827~1898) 선생은 주문의 뜻을 풀이하며 '영세불망 만사지'(한평생 생각을 보존하여 잊지 않으면 만사를 깨닫게 된다는 뜻)는 사람이 먹고사는 녹(祿·쌀과 곡식)의 원천이라 했다. 그리고 먹는 것이 천지의 녹인 줄 알면, 음식을 대하면 반드시 천지에 고하여 그 은덕을 잊지 않는 것이 근본이라며 식고(食告)를 가르쳤다.
정읍 행사 이후 나는 밥을 먹을 때마다 하는 식고에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추가했다.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