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한석의 리액션] 고레에다 감독의 여배우 키키 키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8-04 18:49:08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 애창곡 몇 편 하는 식으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외국 명화 몇 편 이라는 리스트를 작성하되 근 10년 내로 한정하기로 한다면 거기에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들은 다수 속할 것이다.

최근작 '태풍이 지나가고'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는 빠짐없이 국내 개봉됐고 개봉과 함께 낙오 되어 버리는 동류의 영화들에 비한다면 늘 오래 생존하면서 사랑받았다.

다만 개인적인 인상 하나를 적자면, 그의 영화는 지금 한계에 봉착했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두 시간짜리 버전인 것처럼 보이는 영화들의 양산, 이것이 근래 고레에다 영화의 불운한 특징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나는 그의 영화에 비판을 던지고 싶은 의지가 별로 없다. 그의 한계는 처음부터 명확했고 그는 늘 자신이 할 만큼만 하고 있으니 더 무언가를 재촉할 건 없어 보여서다. 차라리 흥미로운 점 한 가지를 말해보자.

키키 키린이라는 배우의 지속적인 등용이다. 나는 '태풍이 지나가고'가 전작 '바닷마을 다이어리'보다 훨씬 더 뛰어난 이유가 키키 키린이 등장하는 장면 분량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고 우기고 싶을 정도다. 이 노년의 여배우가 일본에서 저명하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을 뿐 나는 그녀에 관하여 더 잘 알지 못한다. 그녀의 경력을 상세히 탐색하고 검색하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다. 이상하게도 유독 그녀가 비범해 보이는 것은 고레에다 영화에 출연할 때이므로 내게 키키 키린은 고레에다의 키키 키린이다.

고레에다가 존경해 마지않는, 물론 너무 존경한 나머지 그 영향력을 때때로 부인하기도 하는 일본의 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는 스기무라 하루코라는 여배우가 자주 등장한다. 시집 못 가고 아버지를 모시는 나이든 딸, 눈치 없는 이웃집 여인, 친밀한 것 같지만 실상으론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 친척 중 누군가로 곧잘 나온다. 개인적인 추론이지만 오즈는 배우들의 신체 연기를 그다지 믿지 않았다. 그들의 몸은 늘 제약 안에 있었다. 하지만 스기무라 하루코 동작들은 놀랄 정도로 완벽한 리듬감을 지니고 있어서 감정적으로 충만하다.

새삼 키키 키린과 스기무라 하루코의 연기 방식을 비교하려는 것이 아니고 또한 두 배우가 같다는 뜻도 아니다. 두 감독의 영화에서 이 여배우들의 가치가 비교 대상이 될 정도로 동일하게 높다는 뜻이다. 고레에다의 진정한 걸작 '걸어도 걸어도'의 비범함은 대개 극중 어머니 역할을 맡은 키키 키린에게서 나왔으며 '태풍이 지나가고'가 볼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 또한 전적으로 이 작품에서 어머니 역할을 맡은 키키 키린의 덕분이다.

키키 키린은 의심 많은 관객을 무장 해제시키는 데 비범한 재주가 있다. 편하고 느긋하게 뭉개는 말투, 재치 있고 엉뚱하게 화제 전환하는 순발력, 알지만 모르는 척 속아주는 아량, 엇박자로 조금씩 흔들거리는 몸. 그녀는 대개 모든 장면에서 편하고 친밀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정작 더 놀라운 점이 있다. 평범함과 친밀함이 유지되는 가운데 돌연 등장하곤 하는 그녀의 잔혹함과 뻔뻔함은 우리의 삶의 통속이 원래 그렇다는 것을, 그러니까 고레에다의 영화가 닿고 싶어 하는 그 무언가를 이미 실현 중이다. 그러니 적어도 지금의 나는, 키키 키린이 등장하지 않는 고레에다의 영화는 보고 싶지가 않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아울렛·쇼핑센터 새단장 오픈…부산 큰 채용시장 열린다
  2. 2명지신도시 국제학교 교육구 되나…‘英 명문사립’ 설립 추진
  3. 3롯데 ‘안방 마님들’ 하나같이 물방망이
  4. 4올 신규 공무원 과원 발령…곳간 빈 기초단체, 인건비 걱정
  5. 5부산·동부경남 글로컬대 전략수립 막판 스퍼트
  6. 6국가가 토지 준다해서 황무지 일궜는데…그들은 쫓겨났다
  7. 7혈관 안 튀어나온 하지정맥도 있다…자주 붓고 쥐 나면 의심
  8. 8부산 남구 문화재단 추진 실효성 논란…의회 “적자 불가피”
  9. 9[김주현의 한방 이야기] 태양인은 해물, 태음인은 소고기가 보양식
  10. 10가덕신공항 공사 31일 3차 입찰 공고…지역업체 참여율 변동 촉각
  1. 1[속보]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 선출
  2. 2與 전대 투표율 48.51% 그쳐…새 대표 당 균열 봉합 숙제
  3. 3진흙탕 싸움에도 전대 컨벤션 효과, 국힘 지지율 42% 껑충…민주 33%
  4. 4‘특수교육 진흥 조례’ 부산시의회 상임위 통과
  5. 5김두관, 친명 겨냥 ‘쓰레기’발언 논란
  6. 6김건희 조사에…野 “검찰 출장서비스” 與 “합당한 경호조치”
  7. 7방송4법 처리·尹탄핵 2차 청문…개원 두 달째 여야 정쟁만
  8. 8與최고위원 장동혁 김재원 인요한 김민전…청년최고 진종오
  9. 9‘읽씹’‘배신’‘연판장’ ‘폭로’ 與 전대 한 달을 달군 키워드
  10. 10친윤 권성동 "총선 참패 원인은 소통 부족" 쓴소리
  1. 1아울렛·쇼핑센터 새단장 오픈…부산 큰 채용시장 열린다
  2. 2가덕신공항 공사 31일 3차 입찰 공고…지역업체 참여율 변동 촉각
  3. 3방콕 관광로드쇼 효과…태국인 1만 명 부산관광 온다
  4. 4초고령사회 초읽기…인구감소지역에 '임대형 실버타운' 도입
  5. 5부산지역 기후변화 리스크 경고등 “항만물류업 최대 1조9000억 손실”
  6. 6‘정비공사 차질’ 신항 용원수로, 자재 납품 놓고 업체간 갈등
  7. 7선박공급 확대로 해운운임 2주째 하락
  8. 8해외여행 갈 때도 저비용항공사…상반기 국적항공사 이용객 추월(종합)
  9. 9무역협회장 만난 부산 수출기업 “물류·환율 리스크 등 심각”
  10. 10임산부 KTX 40% 할인, 전기료 과다 알림서비스, 수능 ‘온라인 원서’ 허용
  1. 1명지신도시 국제학교 교육구 되나…‘英 명문사립’ 설립 추진
  2. 2올 신규 공무원 과원 발령…곳간 빈 기초단체, 인건비 걱정
  3. 3부산·동부경남 글로컬대 전략수립 막판 스퍼트
  4. 4국가가 토지 준다해서 황무지 일궜는데…그들은 쫓겨났다
  5. 5부산 남구 문화재단 추진 실효성 논란…의회 “적자 불가피”
  6. 6노인일자리·친환경 두 마리 토끼 잡고, 홀몸노인에 기부도
  7. 7현대모비스 부품사 화재…현대차 울산공장 일부 가동 중단
  8. 8동백전 카드 하나로 동백패스와 K-패스 모두 이용한다
  9. 9시민개방공간에 주차장 만들고 불법 영업하고…市, 98건 적발
  10. 10부산 기장군 장안천 폐수 다량 유출
  1. 1롯데 ‘안방 마님들’ 하나같이 물방망이
  2. 2“부산국제장대높이뛰기대회 위상 높이도록 노력”
  3. 3격투기 최두호 UFC서 8년만에 승리
  4. 4기절할 만큼 연습하는 노력파…듀엣경기 올림픽 톱10 목표
  5. 5아~ 유해란! 16번 홀 통한의 보기
  6. 6오타니 4년 연속 MLB 30호 홈런고지
  7. 7'사직 예수' 10K 피칭에도 주자 3루서 발묶인 롯데, 3연패 수렁
  8. 8조성환 감독 첫 지휘 아이파크, 3개월 만에 짜릿한 2연승 행진
  9. 96언더파 몰아친 유해란, 2위 도약
  10. 10올림픽 요트 5연속 출전…마르세유서 일낸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제주 소울푸드, 자리돔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아들 면이 전사했다…천지가 캄캄해 해조차 빛이 변했구나”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내공과 에너지가 만났다, 클래식기타-바이올린 매혹의 하모니
詩 ‘낙화’를 가곡으로…“부산표 음악콘텐츠 만들어 널리 알리고파”
리뷰 [전체보기]
오감이 압도되는 화려한 연출
이 뮤지컬 후회없이 즐기는 법? 눈치보지 말고 소리 질러!
문화현장 톡톡 [전체보기]
학생 발길 붙잡은 ‘등굣길 음악회’…일상에 스며든 리코더 선율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시로 깨닫는 사물 본연의 모습 外
동물과 교감하니 치유의 기적 外
방송단신 [전체보기]
9개 민방 합작 ‘핸드메이드…’, 한국PD대상 작품상 등 영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말 /최은지
봄비- 어머니 /권상원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돌풍’ 설경구
‘삼식이 삼촌’ 송강호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13년 만에 다시 작품으로 재회 ‘원더랜드’ 김태용·탕웨이 부부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치솟는 제작비에 쪼그라든 편수…K-드라마 생태계 위기
올 여름 K-무비 7편 출격…‘인사이드 아웃2’ 독주 제동 걸까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연극연출가 13인이 저마다 재해석한 ‘로미오와 줄리엣’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퍼펙트 데이즈’ 삶의 성실성에 깃든 영화의 존재론
음식·로맨스 뒤에 감춰뒀네, 가부장제를 겨눈 비수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4년 7월 24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4년 7월 23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
영화 ‘이소룡-들 (ENTER THE CLONES OF BRUCE)’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4년 7월 24일(음력 6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4년 7월 23일(음력 6월 1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검은 고양이 새끼를 얻어 키우며 시 읊은 고려 시대 이규보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치고 있는 ‘소학(小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