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한석의 리액션] 극장과 미술관…그리고 인공지능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9-01 18:50:18
  •  |   본지 2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내가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이유는 대개 내 집에서 그 영화를 볼 수 없거나 본다고 해도 극장에서만 한 환경과 품질로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란 극장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보아야 한다는 말은 씨네필의 공동체 의식을 부추기는 이상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나의 경우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좋은 영화에는 많은 관객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직업적 비평가이지만 사람이 적은 극장에서 좋은 영화를 볼 때 더 편안함을 느끼는 모순되고 이기적인 관객이다.

   
인공지능. AP연합뉴스
반드시 거기 가야만 원하는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사태는 미술관이 훨씬 더 심하다. 이것은 사진에 실려 있는 미술품을 본 뒤에 같은 작품을 미술관에서 직접 보는 경험을 몇 차례 하고 나서 내린 결론인데, 미술품을 사진이나 인쇄된 그림으로 경험하는 것은 무용한 일이다. 책에서 본 '모나리자'와 눈앞의 '모나리자'는 달랐다.

어쩌면 이것을 이미지의 소유라는 문제와 연관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령 영화 명작의 이미지를 한 편 소유한다는 것과 회화 명작의 이미지를 한 편 소유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천지 차이가 난다. 영화는 기계 복제의 예술이고 회화는 진품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보는 것보다는 확실히 못 하겠지만 우리는 조금 욕심을 낸다면 오즈 야스지로의 '만춘'을 블루레이로 소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는 앙리 마티스의 '춤'을 집에 두고 보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한다. 우리는 평생 벌어도 그 그림을 살 만한 형편이 못 될 것이다. 극장의 필름을 훔치는 소재의 영화는 거의 없지만 미술관의 미술품을 훔치는 소재의 영화가 많은 이유는 그 소유의 실현 가능성 차이 때문이다.

터무니없이 이상적으로 생각하자면, '만춘'의 이미지를 모두 동일한 고품질로 소유하고 즐기는 세상은 올 수도 있다. 모두 부유해져서 집에 좋은 설비의 극장(과 그리고 관계된 모든 것)이 다들 있다고 해보자. 그 때 '만춘'이 보고 싶다고 해보자. 굳이 극장에 가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상적으로 생각해 모두 부유해진다고 해도 마티스의 '춤'을 다 같이 소유할 순 없다. 집에 미술관(과 그리고 관계된 모든 것)을 지을 순 있다. 하지만 마티스의 '춤'이 세상에서 하나뿐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대강 이런 공상을 펼치다가 그만 난제에 봉착했다. 인공지능이 렘브란트 그림의 특성을 전문가도 난처해할 만큼 유사하게 복제해 신작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이 복제가 허용되고 대량생산된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제 진품의 아우라를 앞세웠던 회화도 복제의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우린 언젠가 오즈 영화의 이미지를 소유했던 값으로 렘브란트 회화의 이미지도 소유할 수 있는 것인가. 미술관도 극장처럼, 작품과 관람 경험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반드시라기보다는 되도록 가는 곳이 되는 걸까. 혹은 집에서는 인공지능의 렘브란트 그림을 보고 가끔씩 사람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기 위해서만 미술관에 가면 되는 걸까. 그때 인간의 창작행위란 어떤 가치로 분류될까.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다큐 '내셔널 갤러리'를 보다가 내가 저 그림을 보러 지금 저길 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불평하다가 그만 이상한 쪽으로 생각이 흘렀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아울렛·쇼핑센터 새단장 오픈…부산 큰 채용시장 열린다
  2. 2명지신도시 국제학교 교육구 되나…‘英 명문사립’ 설립 추진
  3. 3올 신규 공무원 과원 발령…곳간 빈 기초단체, 인건비 걱정
  4. 4롯데 ‘안방 마님들’ 하나같이 물방망이
  5. 5부산·동부경남 글로컬대 전략수립 막판 스퍼트
  6. 6국가가 토지 준다해서 황무지 일궜는데…그들은 쫓겨났다
  7. 7부산 남구 문화재단 추진 실효성 논란…의회 “적자 불가피”
  8. 8혈관 안 튀어나온 하지정맥도 있다…자주 붓고 쥐 나면 의심
  9. 9[김주현의 한방 이야기] 태양인은 해물, 태음인은 소고기가 보양식
  10. 10가덕신공항 공사 31일 3차 입찰 공고…지역업체 참여율 변동 촉각
  1. 1[속보]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 선출
  2. 2與 전대 투표율 48.51% 그쳐…새 대표 당 균열 봉합 숙제
  3. 3진흙탕 싸움에도 전대 컨벤션 효과, 국힘 지지율 42% 껑충…민주 33%
  4. 4‘특수교육 진흥 조례’ 부산시의회 상임위 통과
  5. 5김두관, 친명 겨냥 ‘쓰레기’발언 논란
  6. 6김건희 조사에…野 “검찰 출장서비스” 與 “합당한 경호조치”
  7. 7방송4법 처리·尹탄핵 2차 청문…개원 두 달째 여야 정쟁만
  8. 8與최고위원 장동혁 김재원 인요한 김민전…청년최고 진종오
  9. 9‘읽씹’‘배신’‘연판장’ ‘폭로’ 與 전대 한 달을 달군 키워드
  10. 10친윤 권성동 "총선 참패 원인은 소통 부족" 쓴소리
  1. 1아울렛·쇼핑센터 새단장 오픈…부산 큰 채용시장 열린다
  2. 2가덕신공항 공사 31일 3차 입찰 공고…지역업체 참여율 변동 촉각
  3. 3방콕 관광로드쇼 효과…태국인 1만 명 부산관광 온다
  4. 4초고령사회 초읽기…인구감소지역에 '임대형 실버타운' 도입
  5. 5부산지역 기후변화 리스크 경고등 “항만물류업 최대 1조9000억 손실”
  6. 6‘정비공사 차질’ 신항 용원수로, 자재 납품 놓고 업체간 갈등
  7. 7선박공급 확대로 해운운임 2주째 하락
  8. 8해외여행 갈 때도 저비용항공사…상반기 국적항공사 이용객 추월(종합)
  9. 9무역협회장 만난 부산 수출기업 “물류·환율 리스크 등 심각”
  10. 10AI 전담반 꾸린 해양수산개발원, 인공지능·해양 협업 가능성 탐구
  1. 1명지신도시 국제학교 교육구 되나…‘英 명문사립’ 설립 추진
  2. 2올 신규 공무원 과원 발령…곳간 빈 기초단체, 인건비 걱정
  3. 3부산·동부경남 글로컬대 전략수립 막판 스퍼트
  4. 4국가가 토지 준다해서 황무지 일궜는데…그들은 쫓겨났다
  5. 5부산 남구 문화재단 추진 실효성 논란…의회 “적자 불가피”
  6. 6노인일자리·친환경 두 마리 토끼 잡고, 홀몸노인에 기부도
  7. 7현대모비스 부품사 화재…현대차 울산공장 일부 가동 중단
  8. 8동백전 카드 하나로 동백패스와 K-패스 모두 이용한다
  9. 9시민개방공간에 주차장 만들고 불법 영업하고…市, 98건 적발
  10. 10부산 기장군 장안천 폐수 다량 유출
  1. 1롯데 ‘안방 마님들’ 하나같이 물방망이
  2. 2“부산국제장대높이뛰기대회 위상 높이도록 노력”
  3. 3격투기 최두호 UFC서 8년만에 승리
  4. 4아~ 유해란! 16번 홀 통한의 보기
  5. 5기절할 만큼 연습하는 노력파…듀엣경기 올림픽 톱10 목표
  6. 6오타니 4년 연속 MLB 30호 홈런고지
  7. 7조성환 감독 첫 지휘 아이파크, 3개월 만에 짜릿한 2연승 행진
  8. 86언더파 몰아친 유해란, 2위 도약
  9. 9올림픽 요트 5연속 출전…마르세유서 일낸다
  10. 10소수정예 ‘팀 코리아’ 떴다…선수단 본진 파리 입성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제주 소울푸드, 자리돔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아들 면이 전사했다…천지가 캄캄해 해조차 빛이 변했구나”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내공과 에너지가 만났다, 클래식기타-바이올린 매혹의 하모니
詩 ‘낙화’를 가곡으로…“부산표 음악콘텐츠 만들어 널리 알리고파”
리뷰 [전체보기]
오감이 압도되는 화려한 연출
이 뮤지컬 후회없이 즐기는 법? 눈치보지 말고 소리 질러!
문화현장 톡톡 [전체보기]
학생 발길 붙잡은 ‘등굣길 음악회’…일상에 스며든 리코더 선율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시로 깨닫는 사물 본연의 모습 外
동물과 교감하니 치유의 기적 外
방송단신 [전체보기]
9개 민방 합작 ‘핸드메이드…’, 한국PD대상 작품상 등 영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말 /최은지
봄비- 어머니 /권상원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돌풍’ 설경구
‘삼식이 삼촌’ 송강호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13년 만에 다시 작품으로 재회 ‘원더랜드’ 김태용·탕웨이 부부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치솟는 제작비에 쪼그라든 편수…K-드라마 생태계 위기
올 여름 K-무비 7편 출격…‘인사이드 아웃2’ 독주 제동 걸까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연극연출가 13인이 저마다 재해석한 ‘로미오와 줄리엣’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퍼펙트 데이즈’ 삶의 성실성에 깃든 영화의 존재론
음식·로맨스 뒤에 감춰뒀네, 가부장제를 겨눈 비수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4년 7월 24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4년 7월 23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
영화 ‘이소룡-들 (ENTER THE CLONES OF BRUCE)’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4년 7월 24일(음력 6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4년 7월 23일(음력 6월 1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검은 고양이 새끼를 얻어 키우며 시 읊은 고려 시대 이규보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치고 있는 ‘소학(小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