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리액션] SNS 나라의 이상한 앨리스 '립반윙클의 신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9-29 18:59:57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두어 달 전, '조영남 대작 사건'을 계기로 SNS상에서 논쟁을 펼치던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가 SNS 활동의 피로함을 호소하며 돌연 트위터 계정을 폐쇄한 것이 화제가 됐었다. 평소에 SNS 활동을 워낙 열심히 했던 터라 이목이 더 집중됐다. 그가 이런 말을 남겼다. "SNS란 게 좋은 것도 있지만…대개는 진화론 세미나 하는 데에 난입해 '공룡은 허구다. 하나님이 창조하시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존재하느냐'고 외치는 창조론자들과 말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죠. 옛날엔 재밌었는데, 요즘은 짜증납니다". 주제와 맥락과 자리를 무시하고 오로지 자기 입장만 강요하는 사람들과 논쟁하는 것이 피곤해졌다는 말로 우선 읽힌다.

그런데 이 말은 흥미롭다. SNS의 효용 중 하나가 가령 진화론자와 창조론자처럼 웬만해서는 한 자리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이들이 주제와 맥락과 자리를 막론하고, 좋건 싫건, 옳건 그르건, 과격하건 공손하건, 똑똑하건 무식하건 간에, 그 의견을 피력하고 교환할 수 있는 평등과 공유의 장이라는 것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서로 연고가 없거나, 범주가 다르거나, 지향이 반대거나, 수준 차이가 나는 사람들끼리도 불현듯 관계가 성립되어 적 또는 친구가 될 수 있는 긍정적 가능성을 SNS 활동가들은 오히려 강조해왔다. 아마도 진중권 씨는 자신이 열중했고 SNS의 효용 중 하나로 꼽혔던 관계 형성의 그 방식에 무용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이런 예도 있다. 이와이 슈운지의 최근 개봉작 '립반윙클의 신부'에는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주인공 나나미는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녀가 맺고 있는 사람 관계란 SNS상의 몇몇이 전부다. 그 중 ID 아무로가 도움을 주겠다고 선뜻 나선다. 아무로는 나나미에게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나의 친구인) ID 램버렐의 친구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ID 램버렐이 어떤 사람인지 나나미가 정작 만나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나나미는 아무로에게 어떤 음모가 있는지도 모른 채 의지하게 되고 그녀의 삶은 기이한 쪽으로 흐르게 된다. '립반윙클의 신부'는 SNS의 기본적인 관계형성을 의심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그렇다면'립반윙클의 신부'는 SNS 세계를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인가. 아니, 비판보다는 근심인 것 같다. 나나미는 미처 파장을 예상 못한 실언을 SNS에 남기거나 SNS상의 관계를 너무 믿어버리거나 해서 괴상한 삶을 자초하게 되는데, 이때 감독 이와이가 나나미에게 제공하는 모험담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SNS상의 관계로 삶이 엉망이 된 나나미, 하지만 그녀는 그걸 계기로 오히려 자신이 피해왔던 관계방식, 사람들 사이의 '면대면'의 관계를 흥미롭게 겪게 된다.

이와이는 세상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관심이 많은 감독이다. '러브 레터'에서 핵심은 주인이 바뀌어서 잘못 전해진 '편지'였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에서는 발흥한지 얼마 되지 않는 인터넷 세계의 '채팅창'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SNS상의 커뮤니케이션을 근심한다. 진중권이 SNS의 효용을 무용으로 인식하고 자리를 떠났다면 이와이 슈운지는 SNS에서 느낀 현실적 근심을 상상의 모험담으로 바꿔 보려 한다. 어느 쪽의 방식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SNS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우려하는 특기할 만한 두 가지 사례라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5. 5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6. 6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7. 7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9. 9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10. 10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6. 6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7. 7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8. 8[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9. 9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10. 10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9. 9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3. 3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7. 7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8. 8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9. 9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0. 10부산청년 취업 등 여전히 팍팍하네 “맞춤형 정보 절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