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열차'에 올라타기는 탔는데 뭘 봐야 할지 쉽게 판단이 안 서거나 시간이 충분치 않다면? 이럴 때 꺼내 쓸 수 있는 카드가 몇 개 있지만, 그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을 건 역시 아시아 영화다. 아시아 영화의 창'만 잘 챙겨 봐도 그해 BIFF 농사는 풍년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아시아 영화의 창'은 아시아 감독들의 주목할 만한 신작을 한자리에 모은 선물 보따리다. '세계로 열린 아시아 영화의 창'을 자임하는 BIFF의 중요한 섹션이기도 하다.
# 감옥에서 깨달은 자유
행복한 교도소- 마흐무드 알 마사드 / 요르단 등
순하고 깡마른 중년의 아마드는 억울하게 사기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힌다.
이게 엄청나게 억울할 법한 일인데, 아마드는 감옥 안에도 그곳만의 리듬이 있고, 규칙이 있고, '경제'가 있음을 슬슬 알게 된다.
게다가 새로운 우정까지. 그렇다. 그가 감옥에서 발견한 건 바로 자유!
# 중국 산아제한 정책의 비극
500미터 800미터- 야오티안/홍콩
1978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중국은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다. 이 정책으로 낙태된 태아가 4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영화가 그리는 홍펀의 사연은 이 정책이 빚은 개인의 고통에 관한 것이다. 인권을 상기시키고, 국가정책의 맹점을 비판하는 사회 드라마이다.
# 일부다처제의 '합법적 고통'
엄마- 리리 리자 / 인도네시아
1960년대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부다처제가 허용됐다. 그 시절, 한 사업가가 두 집 살림을 '합법적으로' 시작한다. 이 탓에 원래 아내 아티라와 청소년기의 장남 우쭈는 고통받기 시작한다. 1970년생 영화감독이자 제작자 리리 리자는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풍광도 영화에 넣었다.
# 베니스 사로잡은 필리핀 판타지
슬픈 미스터리를 위한 자장가- 라브 디아즈 / 필리핀
역사와 신화, 문학으로 수놓은 480분짜리 장편극영화이다. 480분이라니 인내심이 필요하겠지만,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타면서 필리핀 밖에서 더 유명해진 독립영화감독이 만든 회심의 역사 판타지 작품이란 점이 관심을 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탔다.
# 도시개발의 이면과 환상
다이아몬드 아일랜드- 데이비 추 / 캄보디아 등
캄보디아 영화계의 샛별, 데이비 추의 장편극영화 데뷔작.
프놈펜 거리와 페이스북에서 넉 달 동안 '길거리 캐스팅'을 감행해 비전문 영화배우를 뽑아 영화에 기용했는데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덜컥 뽑혔다. 화려하게 개발되는 도시의 이면과 환상을 보여준다.
# 시한부 어머니와 소원 이루기
물을 데우는 뜨거운 사랑- 나카노 료타 / 일본
청춘스타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일본 여배우 미야자와 리에가 열연한 영화다.
남편이 실종된다. 후타바는 가업인 목욕탕을 다시 연다.
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는 후타바는 생전에 꼭 해야 할 일 4가지를 정하고 하나씩 실천한다. 가족도 그런 후타바를 돕는데….
# 악녀와 마주친 실종사건 수사관
자비의 여신- 데첸 로데르 / 부탄
부탄의 젊은 여성 감독 데첸 로데르는 같은 나라의 스님이자 영화감독인 키엔체 노르부의 명성을 이으며 매우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부탄의 외딴 곳에서 벌어진 실종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마력과 매력을 간직한 '악녀'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올해 ACF 지원작이다.
# 신부와 여행하다 휘말린 분쟁
폭탄들고 여행하기- 누를란 압디카디로프/키르기스스탄
키르기스스탄의 중진 누를란 압디카디로프 감독이 들고 온 요절복통 스타일의 코미디 영화. 한 카자흐스탄 청년이 신부를 데리고 여행하다 국경지대에서 그만 분쟁에 휘말린다. 청년은 할 수 없이 지뢰가 든 상자를 친인척만 들어갈 수 있는 한 마을로 운송하는 임무를 맡는다.
# 병원서 얽힌 의사와 폭력배, 경찰
삼인행- 조니 토 / 중국 등
의사와 폭력배 그리고 경찰이 한 병원에서 만난다.
머리에 총알이 박힌 폭력배는 의사에게 인권을 내세우며 총알을 제거하지 말아달라 요구하고, 경찰은 자기 목적을 이루고자 이 상황을 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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