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이 혐의로 미국서 옥살이
- 김채곤씨가 후원자들에게 쓴
- 425통 중 80여 통 추린 편지집
- 한국교육부터 역사인식 문제 등
- 모국애 담은 단상·식견 담아
"수감 생활 동안 저는 날마다 대한민국의 신문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는 드넓은 세계로 나가자 못한 채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디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아웅다웅 싸우기 일쑤였지요. 그런 점들은 무척이나 저를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석방이 되고 나면 모국을 위해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주변의 도움으로 '로버트 김의 편지'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책을 내면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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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혐의로 수감됐다가 풀려난 로버트 김(왼쪽)이 지난 2005년 11월 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환영나온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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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곤. 1940년 1월 21일 부산 출생. 김채곤이라는 한국 이름보다 로버트 김이라는 미국식 이름으로 우리 국민에게 잘 알려진 인물. 1996년 9월 미국의 북한 관련 기밀문서를 한국에 넘겨줬다는 혐의로 FBI에 체포돼 9년의 복역과 1년의 보호관찰을 받았던 로버트 김이 모국 사랑이 절절히 담긴 책을 내놨다.
2005년 10월 5일 보호관찰 집행정지 결정으로 자유의 몸이 된 뒤 모국 방문을 나흘 앞둔 그해 11월 2일부터 매주 수요일 지인과 후원자들에게 쓴 편지 모음집이다.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담긴 그의 편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하고 통탄하며 쓴 '이게 나라인가, 모든 것이 교육 탓'을 마지막으로 10년가량 이어졌다.
그의 편지에 공감을 표하는 사람이 늘어나 이메일로 받아보는 수신자가 3만여 명에 달했다. 이 책은 그동안 쓴 425통의 편지 가운데 많은 관심을 끈 80여 통을 추렸다. 그는 한국의 교육 문제와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 문제, 국방, 외교, 정치 등 다방면에 걸쳐 식견 있는 글을 썼지만 기저에는 애국심과 동포애가 깔려 있었다.
"12월 3일 뉴욕타임스는 교육열 높은 한국계 학부모들 덕분에 뉴욕 인근 학교들이 기금 걱정을 덜었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한국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의 치맛바람이 미국에까지 원정와서 물의를 일으키는구나 싶은 생각에 부끄러운 마음도 듭니다."(83쪽, '이민을 온 한국의 치맛바람' 중)
그의 글에는 모국애를 담은 단상 외에도 '인간 로버트 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글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노구를 이끌고 미국까지 건너왔던 아버지(김상영 옹)가 완전 석방 5개월을 앞두고 별세했는가 하면, 어머니(황태남 여사)는 불과 완전 석방 한달 보름을 앞두고 영면했다.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그는 한없는 슬픔을 표했다. "당신의 마지막 바람이었는데 장남의 출소도 보지 못하고…. 그의 소원을 들어드리지 못한 것이 한스럽기만 합니다. 더욱이 강직하셨던 당신이 이 못난 아들 때문에 눈물 흘리시며 오직 자식 걱정만 하셨던 불효가 죄송스럽습니다."(51쪽 '아버지 기일을 맞이하며' 중)
이 책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로버트 김을 만나 환하게 웃는 사진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로버트 김 후원회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격려하는 모습 등이 처음 공개되는 등 귀중한 사진과 자료가 많이 수록돼 있다.
신수건 기자 g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