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한석의 리액션] 이미지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0-20 18:40:51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이하 '설리')에 담겨 있는 세 가지 이미지가 지금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첫째는 강 위에 떠 있는 항공기, 그 항공기의 날개 위에 늘어서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설리'는 알려진 것처럼 2009년 뉴욕에서 있었던 항공기 불시착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이륙한 지 몇 분 되지 않아 새떼에 충돌하여 엔진 모두를 잃자 기장이 인근 허드슨 강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했고 승객 155명이 24분 만에 전원 구조된 일이다. 이 항공기의 기장 이름이 설리다. '설리'를 보는 한국 관객이라면 세월호를 떠올릴 수밖에는 없다고 이 영화를 미리 본 사람들은 말했다. 하지만 영화평론가로서 이 영화를 보며 세월호를 떠올리고 말하게 되는 건 실패라고 영화를 보기 전 생각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미지의 연상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했다. 이것은 적어도 지금의 우리에게는 피해가려 해도 피해갈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이미지다.

둘째는 초고층 건물들 사이로 추락해 가는 항공기다. 이스트우드는 설리가 조종하는 항공기가 급강하며 추락하는 장면에서 도시의 빌딩 쪽에서 그걸 목격하는 사람들의 시점을 삽입한다. 심지어 설리의 상상 속에서는 항공기가 빌딩에 충돌하여 폭발하는 장면까지도 등장한다. 우리는 '설리'를 보며 우리 사회의 이미지(세월호)가 가장 크게 보이지만, 미국인들이라면 그들의 이미지(9·11 테러)가 훨씬 더 충격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물론 한국인인 내게도 9·11 테러를 연상시키는 이것은 무서운 이미지이지만 동시에 충격이 둔화되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테러는 이미지의 게임이다. 점점 더 그렇다. 테러범들이 테러의 방식을 바꾼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수용자가 무감해졌다면 다른 이미지를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트럭으로 사람을 치고 식당에 들어가 총을 무차별 난사하는 것이 테러의 양상이 되었다. 나는 9·11 때문에 뉴욕에 가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을 해보진 못했는데 파리 테러를 보면서는 그곳에 가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니까 빌딩 사이로 추락하는 저 비행기를 보면서 21세기 인류의 무서운 이미지의 시초와 그런데도 둔해진 나의 반응과 때문에 더 악랄해진 테러의 이미지들의 상관관계를 잠시 떠올렸다.

셋째는, 설리의 표정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근 공항으로 착륙을 시도하라는 관제탑의 안내를 어기고 강에 불시착해야 한다고 기장 설리가 판단할 때의 그 짧은 몇 초 동안의 표정이다. 그 표정이 너무나 무덤덤한 것이 특히 인상적이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리의 행동이 반박될 때에도, 설리의 판단이 옳은 것으로 판명 나는 순간에도 설리의 표정은 그다지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영화 속에는 고민하고 고뇌하는 설리의 표정들이 꽤 나오지만, 이상하게도 설리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이 영화도 든든하다. 이 영화가 든든하게 느껴진다면 승객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사건의 결과 보다, 소영웅의 행동은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다는 찬미보다 바로 이 덤덤한 이 표정의 굳건함에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스트우드가 원했고 우리가 희망을 걸고 싶은 그런 평범하면서도 강인한 이미지인지도 모르겠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4. 4“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5. 5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6. 6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7. 7“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8. 8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9. 9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10. 10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4. 4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0. 10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1. 1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2. 2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3. 3[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4. 4“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8. 8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9. 9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4. 4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5. 5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6. 6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7. 7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8. 8역삼동 연쇄방화 77세 이명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4일
  10. 10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7. 7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