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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석의 리액션] 영화가 된 뉴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1-03 19:52:5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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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말이지만 세월호 문제를 다루었던 영화 '다이빙벨'이 수작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부산시가 이 영화의 상영을 빌미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외압을 가하고 파행을 불러일으킨 일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영화의 가치'와 '영화가 다루는 의제의 가치'는 다르다는 것이다.'다이빙벨'의 문제점은 이상호 감독이 세월호 현장에서 느끼는 자신의 분노와 정의감의 노출에 너무 골몰했다는 점이다. 영화는 감정에 취해서 기본적으로 파고들어야 할 사실들을 파고들지 못하고 끝난다는 인상을 주었다.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소재로 했고 최근 개봉하여 관객 10만 명을 넘으면서 화제가 된 최승호 감독의'자백'은 '다이빙벨'보다 유능한 작품이다. 물론 자기 노출에 이끌린 같은 실수가 없진 않다. 하지만 이 영화는 챙겨야 할 사실들을 챙겨 나가며 구성의 묘를 발휘한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인터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거두어들인 사실들을 묶고 배열하려는 노력이 더 큰 장점이다.

뒤늦게 두 영화의 우위를 판가름하려는 것은 아니다. 뉴스(혹은 시사) 프로그램으로 적합했을 만한 것이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어두운 현실에 잠시 생각이 미쳤을 뿐이다. 돌아보면 이상호 감독은 '삼성 X파일'을 취재해 낸 MBC의 대단한 기자였다. 최승호 감독은 MBC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의 훌륭한 책임 PD였다. 두 사람의 일면 공통점은 해직되거나 사직을 강요받고 밀려났지만 여전히 독립 매체(고발 뉴스, 뉴스타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언론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더하여 둘 다 영화 연출에의 필요를 적극적으로 느꼈다는 점이다.

그런데 세상을 바꾸는 데에는 여전히 좋은 영화 보다는 영향력 있는 언론이 유능한 것 같다. 최순실 사태를 다루는 JTBC '뉴스룸'의 보도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일단 영화의 시스템은 세상을 바꾸기에 너무 느리고 간헐적이다. 사회의 현안을 다루는 좋은 영화가 매일 한 편씩 나올 순 없다. 조간이나 석간신문 혹은 8시나 9시 뉴스 방송처럼 매일 나올 순 없다. 옳고 그름을 가리고 사실을 잘 챙기고 잘 배열한다고 좋은 영화가 되는 것도 아니다. 좋은 영화에는 형식의 창조가 필요하다. 그건 때로 복잡한 문제다. 반면에 영향력 있는 언론이라면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옳고 쉽고 빠르고 끈질기고 힘 있어야 한다. JTBC '뉴스룸'의 최순실 사태 보도 이후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만약 언론인 이상호나 최승호가 영향력 높았던 원래 자기의 자리에서 역량을 다할 수 있었다면, 그들의 독립 매체가 지금보다 훨씬 더 영향력을 지녔다면, 그들은 과연 다른 차원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영화를 선택했을까? 이들이 영화를 만든 건 자유로운 개인적 취향의 확장이 아니라 불가피한 사회적 필요의 절감 때문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뉴스만으로는 부족하다 느껴서 뉴스를 영화로 만든다. 이 뛰어난 언론인들이 사회의 옳고 그름을 말하기 위해 천직인 언론 분야 이외에 영화 연출의 필요를 느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지금과 같은 세상은, 한 마디로 어두운 세상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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