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한석의 리액션] 영화 '아수라'와 현실의 아수라 사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1-17 19:06:54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요즘 극장가에 관객이 줄었다고 한다. 그럴 법도 한 것이 굳이 영화의 관객을 자처하지 않고 뉴스의 시청자가 되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서사와 이미지로 자극 받는 그런 시절이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결코 우리가 원했던 서사와 이미지가 아니었다고 해도 말이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지고 최순실이 검찰에 출두한 그날의 상황을 몇몇 언론은 '아수라'라고 칭했다. 아수라의 징표처럼 남겨진 것이 하나 있었는데 최순실의 그 유명한 명품 신발이다. 현장에 남겨진 신발 한 짝의 비현실적 이미지. 그 이미지는 '순데렐라'라는 우스개를 만들어냈다. 그건 요즘 유행하는 표어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게 나라냐?"는 현실정치에 엄연히 존재하는 이 부도덕의 비현실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개탄의 표현이다.

얼마 전 개봉한 한국영화 '아수라'는 반대다. 이 영화는 언뜻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지나칠 정도로 모두 악인이다. 다른 시절에 보았다면 상상력 좋은 만화같다고 평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섬뜩한 점 한가지는 밤의 길거리를 헤매는 사이코패스나 살인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최상위 공직자를 최악의 인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세태를 마주하고 보니 이 영화를 과연 비현실적이라고만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영화 '아수라'의 장면과 현실의 겹쳐 보이는 대목도 있다.'아수라'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은 황정민이 연기하는 악덕시장 박성배다. 그의 캐릭터를 단박에 설정해주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지에 물을 쏟게 되자 박성배는 그걸 말리는 동안 공공장소에서 하의를 전부 벗은 채로 측근들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할 일을 한다. 그때 관객은 박성배의 벌거벗은 엉덩이를 보는 것이 매우 불쾌하다. 이유는 그 엉덩이가 우리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수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이 장면의 박성배를 설명하며 '안하무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우병우의 눈빛을 보았을 때 박성배의 엉덩이를 떠올렸다. 검찰의 소환에 응하는 과정에서 기자의 질문을 받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기자를 몇 초간 노려본다. 대통령 주변 인물에 대한 관리 감독을 맡은 민정수석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관하여 "몰랐어도 문제, 알았어도 문제"라는 말이 돌 때다. 하지만 정작 시청자를 불쾌하게 만든 직접적인 요인은 그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판단 이전에 그가 그 눈빛으로 설정해 낸 캐릭터 때문이다.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그는 스스로 안하무인의 캐릭터를 설정했고 시청자는 거기 반응했다.

최순실의 신발 한 짝이 현실을 얼룩지게 한 비현실적 부도덕과 연관된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라면, 우병우의 눈빛은 그 비현실적 부도덕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을 법한 또 다른 이미지, 즉 안하무인의 이미지다. 그리고 우린 이미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얼마나 많은 안하무인의 서사로 얼룩져 있는지 충분히 보고 듣지 않았던가.

한 편의 영화가 한껏 상상력을 동원해 아수라를 펼쳐냈지만 사실은 그를 압도할 만한 아수라가 이미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버린 지금, 그리고 그 사실을 입증하는 서사와 이미지들이 시시각각 출몰하는 지금, 현실보다 뒤쳐져 버린 영화는 참으로 난처하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0. 10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5. 5[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6. 6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7. 7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8. 8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9. 9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10. 10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3. 3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4. 4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5. 5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8. 8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9. 9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10. 10‘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5. 5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8. 8전재수 시장, 명지소각장 폐쇄 결정…“생곡소각장과 별개”
  9. 9강서구, 부산시와 명지소각장 폐쇄 협약 체결
  10. 10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송현화-Magic Airs
지나-마음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9일 (음 9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8일 (음 9월 18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