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한석의 리액션]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의 일기를 다시 읽으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1-24 18:55:34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올해는 러시아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타계 30주년이다. 영화의전당은 타르코프스키와 그의 계승자로 인정받는 또 다른 러시아의 거장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특별전을 열고 있다.

타르코프스키는 1986년 12월 29일 54세의 나이로 프랑스 파리에서 숨을 거뒀다. 일종의 예술적 망명 상태였으므로 자신의 조국인 러시아(당시 소련)에서 죽지 못했다.

문득 책장을 뒤져 '타르코프스키의 순교일기(두레)'라는 책을 오랜 만에 꺼냈다. 1970년 4월 30일부터 그가 마지막으로 쓴 1986년 12월 15일까지의 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누군가의 일기를 읽게 될 때는, 특히나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예술가의 일기를 읽게 될 때는 묘한 기분이 교차한다. 우선 궁금증이 가장 먼저지만 그 사람이 숨기고 싶었던 것까지 낱낱이 읽는 것이 그에 대한 나의 이해에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도 한편으로는 있다. 그래도 역시 읽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일기의 독자가 누리는 흥분이란 작가의 저 최종적 진실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한 치 정도는 모자란 서툰 표현과 날 선 사실들에 있을 것이다.

타르코프스키의 일기에는 여러 내용이 거칠게 담겨 있다. 갚아야 할 빚 항목을 길게 적은 뒤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고 마무리한 대목도 있고, 당시 예술 검열의 칼을 휘두르던 소련 정권을 비판하면서 "소련 정권은 얼마나 원시적이고 몰염치한가! (…) 바보 천치 같은 자들이 결재를 하고 있는 판에 무슨 영화를 찍을 수 있단 말인가!"하는 한탄도 있다. 토마스 만,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작품을 영화화하는 것에 대한 꾸준한 관심, 영화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와 베르나르도 베루톨리치 영화에 대한 짧은 혹평, 반면에 로베르 브레송에 대한 기나긴 찬사도 있다. "잠입자가 정말로 내 최고의 작품이 될 것처럼 여겨진다"거나"'희생'의 리듬에 관해 생각할 것. 이미 촬영한 장면들에 조종당하지 말 것. 촬영 전에 영화를 리듬감 있게 구성할 것. 그것이 바로 영화의 드라마투르기이다. 문학과 연극과는 달리"라는 단상도 있다.

가장 쓸쓸하면서도 숙연해지는 대목은 역시 후반부다. 마지막 일기에는 "나는 아주 약해져 있다. 나는 죽어 가는가?"라는 문장 뒤에 문득"햄릿…?"이라고 적혀 있다. '햄릿'은 타르코프스키가 그의 말년에 차기작으로 만들기 위해 집중했던 소재 중 하나다. 죽음이 임박한 병자가 여전히 자기의 차기작을 열망한다는 것은 감동적이다.

타르코프스키에 관한 다큐멘터리 '안드레이 아르세네비치의 어떤 하루'에서도 그와 유사한 느낌을 받게 된다. 침상에 누워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형편이지만, 마지막 영화 '희생'에 대해 이것저것 조율하고 지시하는 타르코프스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창작이란 혹은 예술이란, 누군가에게는 그럴듯한 말로써가 아니라 정말 저렇게까지나 끝까지 중대한 삶일 수 있는 것이구나 하고 언젠가 그 장면을 보며 생각했던 것 같다. 타르코프스키는 창작을 한다는 것을 산다는 것과 완벽히 등치시킨 소수의 위대한 예술가들 중 한 명인 것이다.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특별전에서는 타르코프스키가 남긴 장편 전작 7편이 전부 상영된다. 누군가 내게 만약 어떤 작품을 절대로 놓치면 안 되는가 한 두 작품만 골라 보라고 묻는다면, '잠입자'와 '거울'이라고 말할 것 같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3. 3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4. 4[도청도설] 부캉이가 띄운 북항
  5. 5“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6. 6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7. 7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8. 8‘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9. 9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10. 10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1. 1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2. 2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3. 3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4. 4與 “민생 더 챙기라는 말 많아” 野 “대선 언제냐며 시민 분노”
  5. 5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종합)
  6. 6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 DMZ 사고 조사 지연…연휴 일파만파(종합)
  7. 7[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8. 8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9. 9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10. 10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3. 3K-팝 효과 끝? 관광수지 넉 달만에 적자 전환
  4. 4늘어나는 법무수요…부산도시公 사내 변호사 찾기 안간힘
  5. 5금고 과당경쟁 제동…지역은행 판도 촉각
  6. 6한화에어로 ‘경력직 가이드라인(특정 학력·나이)’ 논란…“채용과정 개선할 것”(종합)
  7. 7“독자 기술이 미래 경쟁력…내년 매출 4100억 목표”
  8. 8세 가지 맛 한 번에…CU 트리플 삼각김밥 가성비 한 끼 호응
  9. 9CG 없이 대규모 전쟁·액션신 뚝딱…생성형 AI 활용 본격화
  10. 10대출 갈아타라더니…은행 16곳 중 11곳 주담대 ‘금리 역전’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3. 3‘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4. 4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5. 5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6. 6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7. 7금정구의원이라 믿었는데…임대보증금 1년 넘게 안 줘
  8. 8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9. 9선거때 식사대접 혐의 사하구 체육회장 송치…돈봉투 수사는 무혐의
  10. 10부산지하철노조 쟁의 가결…조정 거쳐 내달 파업 예고
  1. 1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2. 2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3. 3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4. 4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5. 5[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6. 6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7. 7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8. 8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9. 9[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10. 10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미리보는 제31회 BIFF
‘아카데미 직행표’ 두고 세계 13편 경쟁…12편 프리미어 상영
한국문학관 기행
부끄러움 없는 삶, 오늘 우리에게 성찰을 던지는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디세이’ 6주 연속 1위 질주, 역대 외화 관객 수 7위 올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8일 (음 8월 1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3일 (음 8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