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한석의 리액션] 올해 나의 한국영화 베스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2-22 18:51:29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16년 나의 한국영화 베스트 다섯 편을 꼽아 보니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우리 손자 베스트' '4등' '춘몽' '남과 여'다. 순위별이다. 올해만큼 수월하게 목록이 작성된 해는 없었던 것 같다. '남과 여'의 자리에 '아수라'를 놓고 다소 고민했는데 비교적 과소평가 받았기 때문인지 결국 '남과 여' 쪽으로 좀 더 끌렸다.

올해의 한국영화 중 홍상수의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 견줄만한 영화는 없다. 이 사실은 너무 확실한 나머지 나로서는 설득하기 위해 덧붙이고 싶은 말이 별로 없다. 다만 영화 자체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이라면 다른 지면(계간 '문학동네' 겨울호)에 이미 길게 썼다.

장률의 '춘몽'과 이윤기의 '남과 여'가 비평적으로나 흥행적으로 환대받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발 뒤로 물러나 생각해보면 이 점에 대해서는 얼마간 이해도 된다. 이 작품들은 어딘가 모르게 두 감독의 과도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장률과 이윤기라는 특별한 예술가들의 비범함이 여전히 반짝인다고 느꼈다. 나는 부디 그 예술적 비범함이 앞으로도 훼손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장률이 개념이 아니라 삶을 다루는 감독으로, 이윤기가 '룩'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감독으로 더 용기 있게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반면에 김수현의 '우리 손자 베스트'와 정지우의 '4등'은 경우가 다르다. 두 작품에 대한 외면은 완전히 부당하다. 흥행은 그렇다 치고 영화 담론의 역할을 묻자면 직무유기에 가깝다.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난 이 두 편의 영화는 공히 인정받아야 할 역량에 비해 올해 영화담론의 장에서 지나치게 홀대받았다.

'4등'에 관해서는 맞춤형 공익영화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탓에 나 역시 늦게서야 보았고, 올해 상반기 최고작이라며 이 지면에 짧은 감상을 남겼던 기억이 난다. '우리 손자 베스트'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첫 번째 시사회에서 볼 기회가 있었지만 게으름 탓에 그러지 못했고, 변명하자면 개봉한 뒤로는 개봉관을 찾기 어려워 보지 못했다. 그러니 이제야 허겁지겁 보고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직무유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손자 베스트'는 단지 괴작이 아니라 괴력의 영화다. 김수현의 이런 영화를 기다렸다. 어버이연합과 일베라는 자칫 도식적으로 보일 수 있는 사회적 흉물을 주인공으로 초대해 놓고도 이 영화는 조금도 도식적이지가 않다. 영화는 비틀비틀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종횡무진함으로써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서사의 쾌를 안긴다. 엄청난 이야기꾼의 신공이다. 게다가 영화는 한순간도 속도를 늦춰 상투의 정거장에 적절하게 멈추는 법이 없다. 내내 과속의 괴력으로 흥청망청 질주한다. 이런 영화가 도대체 얼마 만인가. 괴력을 지닌 것인 양 소개됐으나 실은 치장과 허세에 가까웠던 올해의 몇몇 과대평가된 영화를 '우리 손자 베스트'는 저 멀리 밀어내 버린다. '우리 손자 베스트'는 한국사회에 대한 흔한 상징의 영화가 아니라 한국사회라는 그것의 육체성을 감지하게 해주는 희귀한 영화다. 나는 김수현의 영화를 언제나 기다렸고 '우리 손자 베스트'를 보고 마침내 그 기다림에 보상을 받은 것 같아서 뛸 듯이 좋았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르포] 심야할증 땐 0시~2시 기준 6240원부터…“택시비 겁나 집 근처서 술자리”
  2. 2민주당, 산은 이전에 또 태클…이재명 부산서 입장 밝힐까
  3. 3유일한 진입로 공사 못 해 97억짜리 시설 개장 지연
  4. 4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 본격 가동…사상·강서 후보지 답사 장·단점 검토
  5. 5“BIFF이사회 권한, 혁신위에 넘겨라”
  6. 6野 부산서 일본 오염수 반대투쟁 사활…총선 뜨거운 감자로
  7. 7비수도권大 65% 글로컬사업 신청…27곳 ‘통합 전제’
  8. 8부산 경남 울산 비 그치자 더위 시작..."주말 해수욕 인기 끌듯"
  9. 9파크하얏트 부산, 최대 매출 찍었다
  10. 10“사태 촉발 조종국 당장 사퇴…혁신위 제약없는 활동 보장을”
  1. 1민주당, 산은 이전에 또 태클…이재명 부산서 입장 밝힐까
  2. 2野 부산서 일본 오염수 반대투쟁 사활…총선 뜨거운 감자로
  3. 3‘채용특혜’ 선관위, 감사원 감사 거부
  4. 4북한 발사체 잔해 길이 15m 2단 추정…해저 75m 가라앉아 인양 중
  5. 5"北 해커 빼돌린 우리 기술로 천리마 발사 시도"...첫 대가성 제재
  6. 6혼란만 키운 경계경보…대피정보 담게 손 본다
  7. 7IAEA “1차 시료 방사선 문제 없어…2·3차 조사 뒤 최종판단”
  8. 8공공기관장 청문회 확대 놓고…부산시-의회 재충돌 우려
  9. 9“일본 오염수 처리 주요설비 확인”…野 “결론도 없는 국민 기만”(종합)
  10. 10북한 이례적 위성 발사 실패 장면 공개..."계속 날리겠다" 의지 표명?
  1. 1파크하얏트 부산, 최대 매출 찍었다
  2. 2댕댕이 운동회부터 특화 가전까지 “펫팸족 어서옵쇼”
  3. 3부산대에 韓-인니 조선해양기술허브 만든다
  4. 4약과도넛·홍시빙수…‘할매입맛’ MZ, 편의점 달려간다
  5. 5연금 복권 720 제 161회
  6. 6“해양생태계 복원할 수용성 유리…산·학·연 관심을”
  7. 7“일본 오염수 방류 대응 집중…엑스포 유치도 최선”
  8. 8주가지수- 2023년 6월 1일
  9. 9마린시티 유일 미개발 ‘금싸라기 땅’ 고급 실버타운 추진
  10. 10“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수욕장 개장에 영향 미치지 않을 것”
  1. 1[르포] 심야할증 땐 0시~2시 기준 6240원부터…“택시비 겁나 집 근처서 술자리”
  2. 2유일한 진입로 공사 못 해 97억짜리 시설 개장 지연
  3. 3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 본격 가동…사상·강서 후보지 답사 장·단점 검토
  4. 4비수도권大 65% 글로컬사업 신청…27곳 ‘통합 전제’
  5. 5부산 경남 울산 비 그치자 더위 시작..."주말 해수욕 인기 끌듯"
  6. 6‘타다’ 불법 콜택시 오명, 4년 만에 벗어(종합)
  7. 7오늘의 날씨- 2023년 6월 2일
  8. 8유월 햇살 아래, 그림자는 더 뜨겁게 삶을 노래하네
  9. 9승학터널 건설 본격화...부산시-현대건설 오늘 실시협약
  10. 10버스기사 “왕복 50㎞ 출퇴근 못해”…강서차고지 개장 차질 빚나
  1. 1‘봄데’ 오명 지운 거인…올 여름엔 ‘톱데’간다
  2. 2‘사직 아이돌’ 데뷔 첫해부터 올스타 후보 올라
  3. 3박경훈 부산 아이파크 어드바이저 선임
  4. 4강상현 금빛 발차기…중량급 18년 만에 쾌거
  5. 5세비야 역시 ‘유로파의 제왕’
  6. 610경기서 ‘0’ 롯데에 홈런이 사라졌다
  7. 7“경기 전날도, 지고도 밤새 술마셔” WBC 대표팀 술판 의혹
  8. 8264억 걸린 특급대회…세계랭킹 톱5 총출동
  9. 9세계 1위 고진영, 초대 챔프 노린다
  10. 10김민재, 올해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에 도전
우리은행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18세기 서구도 ‘한국해’ 인정…당시 영국 지구모형에 선명한 증거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복천동고분군 세 갈래 창(三枝槍)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고달픈 청춘과 나눈 시적 교감 外
예술가 아닌 개인 고갱은 어떨까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나무를 말하다 /하정철
빈집 달팽이 /박옥위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카지노’의 강윤성 감독
뮤지컬 영화 ‘영웅’ 윤제균 감독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드림’의 아이유
‘길복순’의 전도연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쏟아지는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대작…올 여름 누가 웃을까
넷플릭스 25억 달러 투자계획…K-콘텐츠 이젠 실리 따질 때다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손민수가 2년 전 약속한 협연 무대, 관객과 로비인사 재개도 감개무량
더 순박한 인니판 ‘7번방의 선물’ 몰랐던 세계, 동남아 영화를 만나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민중의 짓밟힌 꿈…오늘날과 닮은꼴
‘별종 가족’의 아름다운 해산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6월 1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5월 31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사운드 오브 메탈 sound of metal
서울전자음악단 ‘서로 다른’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6월 1일(음력 4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3년 5월 31일(음력 4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매사 억제하고 절제해야 한다는 노자의 이야기
묘고대 위에서 지은 고려 시대 혜심 선사 시
  • 부산항쟁 문학상 공모
  • 부산엑스포키즈 쇼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