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한석의 리액션] 김수현 혹은 장선우 생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1-05 19:51:29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장선우 감독과는 한 번도 대면할 기회가 없었다. 내가 영화 저널리즘에서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할 무렵 그는 서서히 은퇴 절차를 밟고 있었다. 2002년 그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만들고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뼈아픈 실패를 겪어야 했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그는 세기가 바뀌자 함께 저물어갔다.

그가 '천 개의 고원'으로 복귀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제주도로 떠난 해가 2005년이다. 그 한 해 전 김수현 감독이 '귀여워'로 데뷔했다. 그러니까 장선우가 퇴장할 무렵 김수현이 등장했다. 김수현 영화가 장선우 영화와 연관되어 있다는 걸 직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감독 자신은 다르게 보기를 권했지만, 내게 '귀여워'는 장선우 감독이 연출한 '나쁜 영화'(1997)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돌아온 버전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의아하면서도 흥미로웠던 건 당시의 내가 '귀여워'에 무척이나 매료되었지만 '나쁜 영화'에는 거의 반대의 기억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김수현 감독은 '나쁜 영화'의 조감독으로 참여했고 일부는 연출도 담당했다). 그때 잠시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혹시 나는 '나쁜 영화'를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 옛날 자료를 뒤지다가 다음과 같은 글귀를 마주하고 그동안 잊었던 그 생각을 다시 떠올렸다. 영화평론을 엮은 '새로운 영화를 위하여'에 1983년 젊은 장선우가 실은 글 '열려진 영화를 위하여' 중 일부분이다. "거기(열려진 공간-인용자)에 필요한 것은 춤추고 노래하며 웃고 떠들고 노는 그런 것들이다. 풍자와 해학, 비일상성과 즉흥성, 신명과 도약 그런 것들로 구성되어 무의미하며 고통스런 현실을 벗어나는 것이며, 맺힌 현실을 푸는 것이며, 약동하는 생명에 휩싸이는 것이다."

이 글은 확실히 1980년대 초반 당대 학생 운동의 문화적 중심이었던 연희 예술에 지나치게 빚지고 쓰인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시간이 흘러 당대의 당위적 맥락과 무관하게 저 표현 자체로 다시 음미해도 될 만한하다. 즉, 장선우가 열망했던 열려진 영화란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두 개, '신명'과 '리얼리즘'을 묶어'신명의 리얼리즘'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장선우가 제기했고, 전성기의 장선우가 과격한 영화적 육체로 실현하려 했으며, 그래서 일부는 성공하고 일부는 실패한(장선우 자신이라면 언제나 '나쁜 영화'를 그 성공사례의 정점으로 꼽은), 그리고 장선우보다 더 한 과격함으로 김수현이 간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그 열림의 활력이 신명의 리얼리즘과 관계있을 것이다.

해가 바뀌었고 장선우 감독이 제주도로 떠난 지 12년째가 된다. 신명이라는 것에 대한 상세한 해명, 장선우와 김수현의 불가피한 창작성의 차이 등 가려내야 할 복잡한 사안이 다수 매설돼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무엇보다 장선우-김수현으로 이어지는 활력의 계보를 다시 의식하게 됐다. 그러니까 나는 오랜만에, 장선우의 '나쁜 영화'에 대한 신중한 재고의 시간을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긍정의 조바심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평론가

-끝-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3. 3“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4. 4[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5. 5“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6. 6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7. 7"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8. 8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9. 9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99건
  1. 1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2. 2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3. 3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4. 4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5. 5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6. 6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7. 7‘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8. 8[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9. 9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2. 2"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3. 3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4. 4“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99건
  5. 5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9. 9[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10. 10"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3. 3“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4. 4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5. 5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6. 6ADHD 치료제 처방 2년 새 38% 급증…“공부 잘하는 약 없어”
  7. 7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8. 8“차량 흔들린다” 술 취해 소화기로 버스기사 폭행한 60대
  9. 9‘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10. 10[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3. 3[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4. 4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5. 5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6. 6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7. 7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8. 8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9. 9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10. 10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