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배관공'-뉴욕 '타블라 라사'
- 韓·日·獨·중남미 배우 3주간 호흡
- 동서양의 강·약점 보완해 완성
- KNN씨어터 20~22일 선봬
"앙상블을 맞춰갈수록 정말 흥미로워요.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한 번 함께 작업한 사이(본지 지난해 12월 12일자 21면 보도)라 소통이 더 원활했어요. 부산에서는 해외교류 프로젝트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진득한 교류로 쌓은 네트워크의 효과를 느끼죠." 극단 배관공의 주혜자 연출이 말했다. 주 연출은 오는 19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연극제(BIPAF)가 진행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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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PAF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극단 '타블라 라사'와 부산의 배우들이 '에이프릴의 겨울'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타블라 라사 제공 |
BIPAF의 레지던시 사업은 해외 연극팀을 부산으로 초청해 3주 가량 부산 연극팀과 공동 작업과 공연을 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에 선정된 해외 팀은 미국 뉴욕의 극단 '타블라 라사'. 부산의 배우 박찬영, 이재찬, 김륜호, 전상미, 송규승이 가세해 연극 '에이프릴의 겨울'을 선보인다. 주혜자 씨는 이 작품에 공동 연출자로 참여한다.
타블라 라사는 뉴욕의 '오프오프 브로드웨이(브로드웨이 상업주의에 반발하는 연극운동)'에서 활동하는 연극팀인데, 구성원은 콜롬비아, 푸에르토리코 등 중남미 출신이다. 여기에 일본인 스태프와 이들의 활동을 기록하는 독일 다큐멘터리 감독도 참여했다. 지난 16일 찾아가 본 연습 현장에서는 막바지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문화도, 정서도 다른 팀의 작업은 어떠했을까. 가장 중요한 '앙상블'을 맞춰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주 연출에 따르면, 중남미 출신의 배우들은 표현이 크고 풍부한 반면 우리 배우들은 섬세한 묘사와 디테일에 뛰어나다. 타블라 라사 팀의 자유로움은 연극적 표현에도 반영돼, 한국 연극인은 생각지도 못한 창의적인 방법도 선보인다. 국내 팀에겐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제약을 발견했던 기회! 강점과 약점을 섞고 보완해가며 작품의 완성도는 높아졌다.
주 연출은 "서로 장점을 배우고, 상대를 통해 미처 몰랐던 우리 것을 재확인하는 작업이었다. '타블라 라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연습과 작업을 즐기며 하는 모습이었다. 연출자의 말이 절대적이지도 않고, 모두 재밌게 하자는 것이 목표더라"며 "그런 열린 자세가 있어 공동 제작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연출이 두 명이면, 서로 양보만 하다가 작품을 망칠 수 있고, 힘겨루기만 하다 깨지기도 하는데 충분히 대화하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타블라 라사'의 연출 라미로 씨 역시 "서로 열려있었기에 작업 자체가 매우 즐거웠다. 아쉬운 점이라면 예산이 적고 요리에 필요한 향신료를 구하기 어려운 것뿐"이라고 웃었다.
이들의 교류는 부산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이들은 오는 8월 콜롬비아에서 열리는 연극축제에 함께 참여한다. 콜롬비아 국적의 라미로 연출은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평화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극단 배관공의 주혜자 연출 등 부산 연극인과 교류를 시작했어요. 그런 교류가 이번 부산 공연을 거쳐 오는 8월 콜롬비아 공연으로 이어지죠."
라미로 연출은 "콜롬비아는 지난해 52년간의 내전을 비로소 끝냈다. 콜롬비아는 한국전쟁 참전국으로 67년 전 콜롬비아 군인이 한국에 왔는데, 8월엔 부산 예술인들이 내전이 끝난 콜롬비아를 찾는다. 매우 감동적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품 '에이프릴의 겨울'은 2014년부터 뉴욕과 콜롬비아에서 꾸준히 공연된 '타블라 라사'의 창작극이다. 2002년 뉴욕에서 일어난 매춘부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인신매매 실태를 고발하고 여성 인권을 조명한다. 공연은 제14회 부산국제연극제 기간인 오는 20~22일 오후 7시30분 KNN 씨어터(해운대구 우동)에서 열린다. 1만 원.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