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인업 대중 눈높이 못 맞춰
- 작년보다 관객 감소
- 무료 행사의 한계 드러내
- 예산 확충 요구로 이어져
- ‘소셜 펀딩’ 등 도입 목소리
2000년 전국 최초로 시작해 17년간 무료로 열린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하 부산록페)이 한계에 다다랐다. 반복되는 헤드라이너(핵심 출연진)나 ‘국제’라는 명칭에 어울리지 않는 해외 뮤지션 섭외 등으로 ‘무료’라는 이점으로도 음악팬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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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2017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제공 |
■ 라인업 불만에 관객 감소
올해 부산록페는 부산시와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이하 축조위) 주최로 지난 11~13일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렸다. 지난 11일 페스티벌 현장. 날씨는 선선했고 분위기는 한산했다. 축조위는 첫날 관객 1만 명, 둘째 날 1만8000명이 찾았다고 밝혔다(12일 밤 11시 56분 기준). 지난해 첫날 2만5000명, 둘째 날 2만7000만 명(전체 6만 명)이 찾은 것보다 줄어든 수치다.
관객 감소는 예상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지난 6월 라인업 공개 때부터 불만이 상당했다. 누리꾼들은 “나이트위시(핀란드 메탈), 크리에이터(독일 스래쉬 메탈), 아치 에너미(스웨덴 데스메탈), 오버킬(미국 스래시메탈), 파이어하우스(미국 팝메탈), 임펠리테리(미국 헤비메탈)를 데려오던 부산록페 맞나. 록페 헤드라이너에 힙합이 웬 말이냐”며 혹평했다.
물론 11~13일 무대에 오른 뮤지션들은 뛰어난 무대와 뜨거운 감동을 관객에게 선사했다. 스피커를 찢고 나오는 듯한 음악 속에서 “미쳐보자”는 보컬의 노래에 몸을 맡기는 흥겨운 밤을 만들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헤드라이너 8팀 중 절반 이상이 부산록페가 지난 10년간 한 차례 이상, 많게는 6차례 섭외했던 뮤지션이고, 5차례 넘게 출연한 뮤지션도 3팀이나 됐다. 음악팬 A씨는 “매년 반복되는 라인업은 문화를 부흥한다는 취지에도 맞지 않고 음악 팬은 물론 대중의 눈높이도 맞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무료 축제 한계 도달… “소셜 펀딩 도입할 만”
라인업 불만은 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부산록페 예산은 2007년 5000만 원 올라 10년째 5억 원에 그치고 있다(지난 4월 3일 본지 21면 자 보도). 정부의 축제 행사 사업에 대한 예산 통제 정책으로 예산 증액도 어렵다. 축조위는 부산음악창작소(부산정보산업진흥원)와 공동 주최로 확보한 예산 5000만 원, 푸드코트·기념품·홍보부스 운영과 협찬으로 확보한 1억 여 원 등으로 타개책을 마련했지만, 무대와 편의시설 등에 드는 고정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국면에 달했음을 보였다.
무료 축제의 이점만을 고집하다간 최악의 경우 부산록페가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축조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부산바다축제를 끝내고 록페 예산을 합쳐 ‘여름 뮤직 페스티벌’을 만들거나 한쪽에 힘을 싣자는 등의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남은 건 티켓 유료화다. 축조위 측은 부산록페를 유료로 전환한다면 적어도 1인 티켓 가격을 5만 원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성급한 유료화는 무료로 누린 장점을 놓치고 부산 록페의 정체성을 망가뜨릴 우려도 크다.
부산록페의 미래를 유·무료화 프레임에 가두지 말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축조위 박용헌 기획실장은 “무료와 유료의 논리에 빠지다 보면 아무런 선택을 못 한다. 부산록페가 그간 비주류 성향의 음악에 공공 재원을 들였다는 공립성을 지키면서 음악팬과 뮤지션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축제 제작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방법으로 ‘소셜 펀딩’을 제안했다. 그는 “‘당신이 보고 싶은 밴드가 누구냐’ 설문조사 한 뒤 거론되는 국내외 뮤지션과 일정과 출연료를 논의한다. 성사된 뮤지션의 출연료가 1억 원이라면 해당 홍보 영상을 온라인에 올린 뒤 절반가량을 소셜 펀딩으로 팬들이 모으면 나머지를 시비로 매칭하는 개념으로, 보고 싶은 뮤지션을 위해 티켓을 미리 사고 입소문과 함께 기업 펀딩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셜 펀딩’이 전례가 없고 정직원 10명이 7개 축제를 맡는 축조위가 감당할 수 있겠냐는 반론이 나오지만, 부산록페가 거듭나려면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